철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은 좋지만,
정육점에 걸려있는 돼지 덩어리는 싫다.
빨간 양념 버무려 매콤하게 볶은 막창은 좋지만,
소 내장은 싫다.
튀김옷 입혀 바삭바삭 튀겨낸 치킨 껍질은 좋지만,
삼계탕 속 흐물흐물 오톨도톨한 닭껍질은 싫다.
부들부들 길게 쭉 늘어나는 치즈는 좋지만,
금세 딱딱하게 굳어버린 뚝뚝 끊기는 치즈는 싫다.
내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은 소중하지만,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싫다.
첨벙첨벙 물놀이하는 여름은 좋지만,
땀 흘리는 더운 여름은 싫다.
하얀 눈 굴려 눈사람 만드는 겨울은 좋지만,
손발 시린 추운 겨울은 싫다.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은 소중하지만,
지금 내 나이는 싫다.
참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