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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Nov 26. 2020

아이러니

갑자기 떠오른 생각

철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은 좋지만,

정육점에 걸려있는 돼지 덩어리는 싫다.


빨간 양념 버무려 매콤하게 볶은 막창은 좋지만,

소 내장은 싫다.


튀김옷 입혀 바삭바삭 튀겨낸 치킨 껍질은 좋지만,

삼계탕 속 흐물흐물 오톨도톨한 닭껍질은 싫다.


부들부들 길게 쭉 늘어나는 치즈는 좋지만,

금세 딱딱하게 굳어버린 뚝뚝 끊기는 치즈는 싫다.


내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은 소중하지만,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싫다.


첨벙첨벙 물놀이하는 여름은 좋지만,

땀 흘리는 더운 여름은 싫다.


하얀 눈 굴려 눈사람 만드는 겨울은 좋지만,

손발 시린 추운 겨울은 싫다.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은 소중하지만,

지금 내 나이는 싫다.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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