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지식의 힘

by 밝을 여름


"엄마! 저기 나무 한번 봐봐. 꼭 바오밥나무 같아."

"엄마! 이 종이 마트료시카 같지 않아?"


6살 아들이 한 말이다.

반사적으로 "어. 그러네." 하고 대답 하긴 했지만, 뜬금없는 '바오밥나무, 마트료시카' 낯선 단어 등장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았던 아들은 말문이 트인 24개월부터 정말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말했다. 오죽하면 잘 때 빼고는 입이 쉬지를 않는다고 했을 정도이다. 그리고 놀 때도 몸으로 노는 것보단 학습 놀이하는 걸 더 좋아했다. 국기 카드, 나라 수도, 공룡카드 등등.

아들은 혼자서는 5분도 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과장을 조금 보태면 내가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빼고는 항상 놀아달라고 다.


자기 전에도 2~3권의 책은 꼭 읽어줬다.

곤충, 식물, 동물 등 자연책 좋아하고 관심 많았다. 얼마나 많이 읽었으면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아들은 예전에 설명해 줬던 내용도 항상 반복해서 "이게 뭐야?" 하곤 질문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정확히 설명하는지 시험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난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10번이면 10번 다, 아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언제부턴가 나도 툭치면 툭하고 나올 정도로 대답이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경지(?) 이르렀다.




어느 날, 시댁 식구들이 다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가족들은 거실 소파에 앉거나 바닥에 앉거나했다.

그때, 아들은 또 무언가 궁금했는지 아버님께 질문을 했는데 아버님을 비롯해서 어린이집 선생님인 동서까지도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다.

내가 나설 차례였다. 대답을 대충 얼버무리거나 다음에 찾아서 알려줄게라는 말은 아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난 또 한 번 아들의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버님은 감탄하시며 한 마디 하셨다.


"와! 대단하네. 어떻게 그렇게 바로 나와?"


평소 칭찬에 인색하신 아버님도 오늘만큼은 나를 치켜세워주셨다. 다른 분도 아니고 아버님이 칭찬해주시니 내 어깨도 덩달아 으쓱해졌다. 새삼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에 나 또한 놀랐다. 신기했다.




아들이 매번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도 나는 전혀 힘들거나 귀찮지가 않다. 굉장히 집요하고 정확한 걸 좋아하는 아들의 성격을 잘 알아서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오히려 아들한테 고맙다. 왜냐? 아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공부하게 되고 지식이 쌓이니까.


지금까지는, 아직까지는 아들이 어려서 어떤 질문을 해도 당황하지 않고 막힘없이 곧바로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영어 관련 질문을 많이 하는 아들에게 대답을 해주고 싶어도 입이 안 떨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난 당황하지 않는다. 난감해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오케이 구글'이 있으니까.

아들이 영어 관련 질문을 하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오케이 구글' 찬스를 사용한다.


"엄마는 영어 쪽은 좀 약해서 잘 몰라. 그러니까 엄마랑 같이 공부하자."




오늘도 아들은 남편에게 뜬금없이 "황혼이 뭐야?"라고 질문한다. 남편은 곧바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 또한 고급 어휘 질문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아이에게 설명해준다.


"황혼은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걸 말하는데, 비유(아들은 비유라는 단어 뜻도 알고 있다.)하는 말로 많이 쓰이거든. 예를 들면(어려운 질문에는 예를 들면이 딱이다.) 황혼육아 같은 거. 황혼은 보통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유하는 말인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키우는 걸 황혼육아라고 하지."


"무슨 말이야?"


흐흠. 아들은 내 말이 길어서 이해가 잘 안 되었는지 한번 더 설명해 달라고 한다.

난 간단명료하면서도 아이 수준에 맞게 또 한 번 설명한다.


"황혼은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유할 때 쓰여."


그때서야 아들은 "아하~" 한다.




아들을 낳고, 난 참으로 많은 걸 배우고 알게 됐다. 스스로는 절대 찾아보지 않았을 어려운 공룡이름도 모르는 거 빼곤 다 알정도로 많이 알게 되었고, 또 나라 수도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서 저 멀리 있는 아프리카 조그마한 나라까지도 알게 되었으며, 식충식물, 희귀 곤충, 독 있는 식물 등등 아는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


이 모든 건 전부 아들 덕분이다. 지식이 쌓일수록 자신감도 더 생기고, 아는 게 많아지니 세상 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을, 아들은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져 있는 주목나무 열매를 가리키며, 또 한마디 한다.


"엄마! 여기여기 주목나무 열매! 이거 만지지 마. 씨에 독이 있대."


아들과 대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들 때문에, 아니 아들 덕분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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