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뒤 집에 도착한다는 남편의 전화에 아이들과 디폼 블록으로 뭐 만들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부랴부랴 저녁 준비하는데, 아들이 뜬금없이 '소원을 이루는 5가지 방법'이 있다며 내 옆으로 와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엄마! 소원을 이루는 5가지 방법이 있는데, 알려줄까?"
아들의 말에 순간 관심이 생겨, 나도 모르게 얼른 대답해버렸다.
"어. 알려줘."
내가 관심을 보이자, 아들은 신이 나서 침까지 튀기며 얘기한다.
"소원을 이루는 방법, 베스트 5 중에 5위는 바로 '소원 발찌'야."
지금 내 발목과 딸 발목에는소원 발찌가 있다. 아들도 얼마 전까지 소원 발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주변에 두드러기가 생겨 어쩔 수 없이 잘라버렸다. 그때 저절로 끊어져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아들은 엄청 아쉬워했었다.
다음에 꼭 다시 소원 발찌 만들어 달라는 아들 말에 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곧바로 물었다.
"그럼 4위는 뭐야?"
"소원을 이루는 방법, 베스트 5 중에 4위는 바로바로 '보름달'이야."
평소 워낙 보름달 얘기는 많이 들었던 터라,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 난 바로 3위가 뭐냐고 아들에게 물었다.
"3위는 음.. 음.. 음..'마리모'야."
뜸을 들이는 걸 보니, 이건 아마도 주방 싱크대 쪽에 놓여있는 우리 집 마리모를 보고 얘기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들은 마리모에 진심이긴 하다. 평소 애정을 가지고 유심히 지켜볼 때가 많다. 그러면서 조만간 마리모가 떠올라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내 반응이 영 시원찮다 보니, 아들은 곧바로 이어서 2위를 얘기했다.
"소원을 이루는 방법, 베스트 5 중에 2위는 바로~바로~바로 '크리스마스'야. 이건 진짜 정말 확실해! 산타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소원을 안 들어준 적이 없어. 무조건 들어줘!"
확신에 찬 아들의 말에 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의 미소에 아들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는지 흥분해서는 큰 목소리로 마지막 남은 1위를 이야기했다.
"소원을 이루는 방법, 베스트 5 중에 1위는 그건 바로 '네 잎 클로버'야."
얼마 전, 부산 어느 공원에서 쌍둥이 언니랑 조카들이랑 다 같이 걷다가, 제일 먼저 아들이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그다음 차례로 한 사람씩 연달아 다른 장소에서 네 잎 클로버를 모두 발견했었다. 그때 아들도, 조카들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첫 네 잎 클로버라, 모두 흥분하며 기뻐했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바라는 소원이 곧 이루어지리라고 얘기했었다.
최근에 그런 특별한 경험도 있고 해서 그런지, 오늘 아들의 '소원을 이루는 방법, 베스트 5' 중에 1위는 나에게도 뭔가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아들의 말이 순수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난 아들에게 한 가지 더 질문했다.
"그럼 엄마 소원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엄마 소원이 뭔데?"
아들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답했다.
"엄마 현재 소원은 부자 되는 거."
남편이나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코웃음 치거나 콧방귀 뀌었을 텐데, 아들은 나의 말에 진지하고도 단호하게 얘기했다.
"엄마는 이미 부자야. 지금도 부자야. 근데 더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건 아마도 47살~50살쯤? 그래! 6년 뒤, 내가 14살 되었을 때 엄마는 더 부자가 되어 있겠네."
너무나 진지하면서 또 구체적이기까지 한 아들의 확언에 나도 모르게 푸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상상해보았다. 6년 뒤 부자가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부자가 되어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껏 베풀고 싶다.아니,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 없으니, 나누어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