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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Jun 20. 2021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름 우리 엄마 '박순분'

효도하고 싶어요!


우리 엄마 이름은 '박순분'이다.
나는 우리 엄마 이름이 참 귀엽고 좋은데, 엄마는 당신 이름이 제일 부끄럽다신다.


'순할 순에 나눌 분'


이름이 딱 우리 엄마 인생이다.
겉으로는 와일드해 보이지만 속은 정말 하염없이 순하고 남들에게 나누어주기를 좋아하는 우리 엄마!




엄마는 당신과 관련된 얘기는 항상 피하기만 하고 하지 않으셨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연애 시절 등등 내가 어렸을 때 궁금해서 물어보면 항상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며 버럭 하셨다.

반면에 아빠는 우리가 묻지 않아도 아빠의 어린 시절 얘기, 엄마와의 연애시절 얘기, 군대 얘기 등 막힘 없이 술술 얘기해주셨고, 엄마와의 연애시절 얘기를 할 때면 항상 엄마는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아빠한테도 버럭 하셨다.


엄마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등등 아는 건 많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는 한 번도 ' 살았던 적'이 없다는 거다.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 현재까지도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부자였던 적이 없다.
나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이 아프다.

몇 년 전 엄마랑 무슨 얘기를 하다가, 엄마한테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중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고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이내 대답하셨다.

"60대..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지."

그 말을 듣고 순간 울컥했다. 이 수많은 세월을 사는 동안 젊었던 청춘시절도 있을 것이고, 마냥 해맑았을 어린 시절도 있을 텐데...

60이 넘는 세월 동안 고생만 하시고 정작 행복은 모르고 사신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사실 매년 어버이날이 두렵다.
우리 엄마는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 다른 선물보다는 자식들이 쓴 편지를 제일 받고 싶어 하신다.
물론 편지 쓰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매번 똑같은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 현재까지 항상 똑같은 말만 적게 되니 죄송해서 그렇다. 항상 편지의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머니께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할게요로 끝난다.

사람마다 효도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효도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 드리는 거다. 아무리 매일 전화로 안부 인사하고 마음속으로 엄마 걱정하고 생각해도, 엄마가 그토록 원 없이 드시고 싶다는 킹크랩 하나 쿨하게 사드린다 말할 수 없는 나는 불효자다.


언제쯤 나는 효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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