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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Feb 01. 2021

아빠 힘내세요.


오래간만에 본가에 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왜소해 보이는 백발노인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식은땀까지 흘리며 불편하게 앉아있다.


우리 아빠다.


예전의 풍채 좋고 흰머리 하나 없던 아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웬 처음 보는 낯선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버린 아빠모습에 난 너무 놀 할 말을 잊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애써 밝은 척하려고 해도 너무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난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을 보며 눈물을 참으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눈에 힘 줘보지만 소용다. 어느새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며칠 전 영상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단 3일 만에 아빠가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

뭐가 문제인 걸까? 아빠는 갑작스러운 몸살과 허리 통증으로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단 며칠 만에...


아빠는 그동안 수술과 재수술, 회복기간까지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고, 그 힘든 시간도 다 극복하고 잘 이겨내셨. 퇴원 후 집에 와서도 꾸준히 잘 관리하시고 먹는 것도 잘 드신다고 했는데, 그래서 병원 검진받으러 갈 때마다 모든 게 다 좋아졌다는 담당의사의 말 이제는 걱정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아빠가 또다시 아프다.

예전 하고는 다르게 더 많이.

그런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난 지금까지 살면서 상실감 같은 걸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이 곁에 없다는 생각은 상상이 잘 안된다. 그런 상상은 하기도 싫고 해 본 적도 없지만, 생각하고 싶어도 어떤 기분인지 전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만 든다.

그동안 너무 엄마만 생각해서 죄송하다.

예전에는 무책임하다고, 무능력하다고 마음속으로 아빠를 원망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그저 자식들에게 한없이 자상했던 아빠의 좋은 모습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회복하셔서, 다시 건강을 되찾으셔서 우리 곁에, 엄마 곁에 계셔줬으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딱 20년만 더.


난 이대로는 아빠를 보내드릴 수없다.

제대로 손 한번 잡아드린 적도 없는데,

감사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번 용기 내서 못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효도를 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절대로.


난 아빠를 믿는다.

우리 집 식구들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 긍정적인 마인드로 분명 이번 위기도 이겨내시리라 믿는다.


난 아빠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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