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나도 모든 게 처음이라 때로는 너희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었지 하지만 내 진심은 항상 너희들을 향한 사랑이었어
난 가난했고
많이 배우지 못했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너희들이 있어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어
그래도
나 참 잘살았다
이 말 꼭 해주고 싶어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문득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생만 하고 세월을 다 보낸 것 같아 엄마 대신 눈물이 났다. 평소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운 걸 싫어하는엄마의성격을 잘 알기에 절대로 자신에게나, 자식들에게편지를 쓰시진 않겠지만, 만약에 그래도 만약에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스스로에게나 우리들에게(자식들) 편지나 글을 쓴다면 이런 내용들이 들어간 편지를 쓰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 혼자 상상해서 엄마 대신 글을 적어봤다.
그리고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고 해서.
"내가 너희들 키우면서 한 가지 후회가 되는 게 있다면 너희 먹고 싶다던 피자 한번 못 시켜준 거. 나도 지혜 엄마처럼 피자도 시켜주고 그럴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제일 후회가 되더라. 그 돈몇 푼 아낀다고돈이 모아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말씀하신 그 순간에는 별로 깊게 생각 안 하고 흘려 넘겼었다. 그런데 어쩌다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이상하게한 번씩엄마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그리고그럴 때마다혼자서 곱씹어 본다. 그러면 그때 당시의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도 마음으로는 그때 얼마나 사주고 싶으셨을까. 얼마나 후회가 되면 저번에도 얘기하셨는데, 이번에도 또 얘기하시는 걸까.'
나도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을알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아이들 입에 한입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고 흐뭇해지는 게 엄마 마음인데, 그때의 엄마는 한 푼 두 푼 아낀다고 우리가 먹고 싶어 하던 배달음식 한번 시켜주지 못했으니 그게후회가 되고 한이 되었나 보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다정다감하거나 친구 같은 엄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자식들은 연년생에, 쌍둥이까지, 줄줄이 4명을요즘 말로 혼자서 독박 육아하셨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풍족하면 좀 나았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엄마의 미간은 늘 주름이 깊게 파여 항상 화난 얼굴 표정이었다. 성격도 엄하시고 무뚝뚝하시니, 엄마는 우리에게 늘 무서운 존재였다.하지만 난 이상하게도 무서운 엄마가 그저 좋았다.잠든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가엾고 안쓰러웠다.
지금은 무서운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되었지만, 그래서지금은 엄마가무섭기는커녕, (엄마한테 말하면 한소리 듣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가까이 살지 못하니 자주 찾아뵐 수 없어 늘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난 매일 엄마를 생각한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도 엄마는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도 없는 유일무이한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