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저런 여행. 다 괜찮아.
나는 집을 자주 떠난다. 강동지역에 살고 있기에 접근성이 좋은 강원도는 밥먹듯이 자주 가고 전라도까지도 꽤 자주 간다. 어딘가를 가면 특별히 하는 건 없다. 이동거리가 길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식사 한 끼 하고 커피 한잔하고 근처 지역 볼거리가 있으면 한 군데 정도 둘러본다. 사실 '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거창한 건 없다.
여행의 목적은 단순하다.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공기를 맡으며 새로운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을 위함이다. 이렇게 가벼이 떠나는 여행은 아쉬우면 또 가면 되기에 전혀 부담 없이 어느 곳이든 다닐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일상에서의 가벼운 일탈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고즈넉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묘미가 있다.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보면 기대하지도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날 수도 있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기회도 종종 생긴다. 전혀 기대하지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게 즉흥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가벼운 마음으로 우선 출발하고 본다. 그래도 방향은 정해야 하니 목적지로 어느 도시를 정해 두고 이정표 삼아 그곳을 향해간다. 가끔은 바로 전날 예약한 숙소 위치에 따라 목적지가 정해지곤 한다. 숙소는 대부분 산속에 위치하거나 논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집이거나 개울이 흐르는 작은 마을 속에 있기도 하다. 미리 숙소를 정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가서 뭐 할지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이니 먹을 곳, 몸 하나 누일 곳은 넘쳐나니까.
그 지역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는 상태다. 다음날 날이 밝으면 우선 떠나고 본다. 가면서 이것저것 검색해 본다. 이런 게 있다더라 저런 게 있다더라. 근데 별로 관심은 없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그곳에 가는 것. 그 주변에 유명한 스폿이 있다한들 우리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그곳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을 의도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가볍게 나들이 떠나듯 떠나는 여행. 목적지만 정해두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 큰 일정만 정해두고 떠나는 여행.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이 어떤 형태이던지 정답은 없다. 우리를 위한 여행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일정을 정해두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러면 그곳에서 그것을 하지 못했을 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어딜 가나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의 감각에 집중해 보자. 눈으로 보는 풍경, 코로 맡는 냄새, 입으로 느끼는 맛, 피부로 느끼는 그날의 온도까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감각으로 그곳에서의 순간을 기억하자.
지금 속이 답답하다면.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여행을 떠나보자.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으로 나를 가득 채워보자.
나만을 위한 선물 같은 하루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