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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Feb 17. 2023

나의 여행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정보의 홍수 속에서 벗어나기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계획했을 때는 나고야 2박 게로 온천마을 2박으로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일정이 변경되면서 오사카 일정이 추가되고 게로에 머무는 시간이 1박으로 줄었다. 이렇게 계획이 변경된 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내 욕심이 살포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딘가를 가면 시작점에서 끝까지 꼭 다녀와야 했고, 구석구석 빠진 곳 없이 다 돌아다니면서 내 발자국을 남겨야 속이 시원했다. 사진은 상하좌우, 위아래 모든 방향으로 한 장씩은 남겨야 하고, 디저트가 유명한 곳에 가서 커피 한잔을 꼭 마셔야 했다. 이렇게 하루이틀 다니다 보니 몸과 마음이 금방 지쳐버렸다. 도대체 여행을 왜 온 걸까? 


어느 골목의 작은 선술집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항상 여행지에 가서 그 자체의 분위기를 즐기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일상으로 스며들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도착하고 나면 여행오기 전에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풀어놓으려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마자 구글 지도를 열고 가는 길마다 위치한 '최고 평점'의 식당과 카페 등 수십 개의 스폿을 눌러본다. 이미 내 리스트에 저장한 장소만 해도 다 둘러볼 수 없을 지경인데 말이다. 


오사카의 밤거리는 언제나 화려하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리뷰의 노예가 되곤 한다. 각종 SNS 플랫폼에서는 여기서는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디 가서는 무엇을 사고 하고, 어디를 꼭 가봐야 한다던지.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쏟아낸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누가 정해둔 것도 아닌데 이거는 꼭 해봐야겠다는 강박에 휩싸이게 된다.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완벽한 여행을 따라 하면 안전하고 만족도 높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나의 여행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국어 리뷰가 하나도 없는 식당에 도전해 보자. 현지인 맛집일지 어찌 아는가. 리뷰가 하나도 없는 카페에 들어가 보자. 그곳에서 소일거리 하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노부부를 만날 수도 있을 거다. 


나의 여행을. 나만의 여행을 꿈꾼 다면 외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 바로 그것을 위한 여행이 진짜 나를 위한 여행이다. 남들과 다른 여행이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면 충분하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끼워 맞춰 나아가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은 게 바로 여행이다.

 

다음 여행이 또 기대되는 이유이다.


나의 여행은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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