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젠 Apr 13. 2023

방향을 잃어도 괜찮아

여행지에서 생기는 변수들



우리의 삶이 다 그렇듯 여행지에서도 방향을 잃는 경험을 한다. 이런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크고 작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늘 재미있는 활력소가 된다.


한 번은 비행기 시간을 잘못 보고 신나게 돌아다니다 비행기를 놓쳤다. 부랴부랴 공항에 갔지만 이미 게이트는 닫힌 후다. 바로 다음 비행기가 있는지 물었다. 아, 없단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출하는 일정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티켓팅했다. 출근을 못하게 됐으니 회사에 연락해야 한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우선 당장 하룻밤을 묵을 숙소부터 정해야 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단체 투어를 따라나서지 못했다.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 바티칸 투어 일정이 예약되어 있었다. 일행들이 밖에서 그렇게 깨웠는데 못 일어나는 바람에 투어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숙소에 아무도 없다. 하루를 그냥 버릴 수 없어서 혼자 물어물어 바티칸에 혼자 다녀왔다. 일행들과 다른 지점에서 합류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면 별거 아닐 텐데 21살에 나에게는 유럽에서 혼자 다니는 일이 엄청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언제는 꾸역꾸역 먹어대다가 멀미까지 겹쳐서 속이 뒤집어졌다. 위가 콧구멍 만한지 많이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행지에 가면 지금 안 먹으면 또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언제나 신나서 먹고 또 먹는다. 그러다가 결국 병이 나 버렸다. 다행히 소화제를 항상 소지하고 다닌 덕분에 큰 화는 면했다.


덤탱이 쓰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과한 지출을 하기도 했다. 밴쿠버 갔을 때 미국 땅 한번 밟아 보겠다고 시애틀에 당일 투어 상품을 이용했다. 이동시간만 편도 4시간 이상이었기에 정작 시애틀에 머무르는 시간은 두어 시간 정도였다. 밥도 먹어야 하고 구경도 해야 했기에 눈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뭔지도 모르고 팁이 얼마나 청구되는지도 모르고 나오는 거 먹고 얼마 내라고 하기에 냈다. 나중에 따져봐야 이미 늦다.


더운 날씨에 길을 헤매다가 일행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나는 웬만하면 직접 길을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한번 물으면 해결될 것을 왜 고집을 부리는 건지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마카오에서 길 찾기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여행은 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여행에서는 항상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일정으로 여행을 하다가도 생각지 못한 변수에 부딪히는 순간이 생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는 괜찮다. 모든 것이 다 괜찮다. 


어느 골목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찾아가는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