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여전히 어렵다. 자리를 지키는 것, 지속하는 것, 돌보는 것. 책방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또 다르다. 책을 얼만큼 '팔았을 때' 만족하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 사이에서 나보고 책을 좋아하느냐 물어본다면, '충분히 좋아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책방을 하기에 충분히가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좋아한다. 나보다 책을 아끼는 사람은 숱하다. 어쩌면 내가 그들만큼은 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 앉아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책을 충분히 좋아하는 만큼, 어떤 책은 더 좋아한다. 사실은 '어떤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글들을 꼽아보면 그들의 교집합은 손톱만하지만 그래도 만났을 때 가슴이 뛰는 건 똑같다. 다행히 책방을 하고 있으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줄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작가님의 한 마디. '네가 일반 독자는 아니잖니.' 내 눈에 꽂히는 책들은 대개 돈이 되지 못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장삿속을 차려야 할때면 괜히 상품화니, 교환가치니 별 도움 안되는 텅 빈 개념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 지하는 내 개인 창고가 아니고, 책들의 목적지도 이 곳이 아니다. 내 역할은 책이 가야할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채비시키고 인도하는 일인데, 어째 단단히 채비만 시키고 보내질 못한다. 애정하는 것을 잘 보내려면 남들 눈에도 좋아보이게 포장해야 한다. 내딴에는 괜찮게 포장한 듯 한데 뭔가 잘못 짚은걸까. 그럴 때면 책들의 도착지가 사실 내 손 말곤 없었던 것만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쓰리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고 눈앞에 돈을 흔들며 머리를 차게 식힌다. 제대로 팔고 뭔가 이뤄보자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시 책을 훑는다. 당찬 호기는 얼마 가지 않아 맥이 풀린다. 이미 꽉꽉 들어찬 책들은 돈 앞에서 등을 돌린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팔리는 돈 되는 책들을 들이지도 않고선 다른 책들에게 돈을 바라는 아이러니. 아니, 다른 책방 사장님들은 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팔고, 어떻게 남기시는 건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건 많은데 막막하다.
이런 고민들을 매일, 매주 되풀이하면서 책방 문을 열고 닫는다. 일주일에 한 번 신간을 주문할 때, 아까 팔린 책을 다른 손님이 다시 찾을 때, 이번 주에 추천할 책을 고를 때, 행사를 기획할 때, 다른 책방을 탐방할 때, 출근길에, 퇴근길에, 휴무일에. 내일도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오늘 출근을 한다. 다음 주에 또 새로 나올 멋진 책을 위해 오늘 책장을 훑는다. 지속 가능성의 답은 발전뿐인줄 알았는데, 나날이 새로워져야만 떠오를 줄 알았는데 조금씩 욕심을 버린다. 매주 정산할 때면 한 번씩 반가운 기록이 보인다. 드디어 제 주인을 찾아갔다는 방명록에 한 권 더 들일지 말지 선택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짜릿하다. 어제 주문한 책이 오늘 팔릴 때 맥박이 빨라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의 망을 넓혀가고 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앞으로 배울 것도 많다. 이곳을 잘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으로 내가 이곳에 물들어가고 있다. 하루하루 짙어지는 초록색이 나를 넘어 더 멀리 퍼졌으면 한다. 오늘도 풀무질은 10시까지, 불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