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을 알고 있나요?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사건,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

by 호세

15살 소년 문송면 군의 충격적인 죽음으로 88년의 격랑은 시작됐다.

충남 서산의 가난한 농부 집안의 4남 2녀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1987년 말 중학교 3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문군이 다니던 중학교에 온도계·압력계 제조업체인 ‘협 성계 공’의 직원들이 직원 모집을 위해 내려왔다. 잠은 기숙사에서 재워주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문군의 귀가 흘깃했다.


졸업식도 하기 전에 문송면 군은 ‘현장실습’ 명목으로 그해 12월 5일 협 성계 공에 출근을 한다. 15살 소년이 맡은 첫 작업은 압력계 도장실에서 페인트칠을 하고 신나로 물건을 닦는 일이었다. 다른 부서로 넘어가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했다. 이듬해 3월이면 서울 영등포공고에 들어갈 참이었다.


12월부터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뒤 설날을 찾은 문송면 군은 많이 아파 보였다. 열이 들끓고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러다 전신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갔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괴질이라며 무당을 불러 굿까지 벌였다. 그럼에도 효과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서울대 병원이었다.

의사가 문송면 군에게 어떤 일을 했었는지 묻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나왔다. 수은 노출을 의심한 의사가 소변 수은과 모발 수은을 검사해 진단에 이를 수 있었다. 입원 치료를 받으며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으나 문송면 군은 구토로 인한 기도 폐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회사는 '시골서 자란 녀석이라 농약에 중독된 것 아니냐?'라고 했다.

수은증기가 가득한 수은주 입실에 환기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은 회사가 할 말은 아니었다. 문송면이 열흘간 수은 주입실에 한일은 유리관에 입을 대고 수은을 빨아들이는 작업이었다.


열다섯 살 소년이었던 문송면의 병이 언론에 알려지자 직업병이 아니라고 버티던 회사와 노동부는 그제야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산재 승인 3일 후 문송면은 가족들이 잠든 사이 숨을 거뒀다.

그것이 1988년의 일이다.




한 남자가 사글셋방에 연탄을 피우고 스스로 죽어버렸다.

어린 자식들이게 유서로 남긴말은 다음과 같았다. " 나 죽으면 실업급여가 안 나올 테니 너네 서른 될 때까지 사망신고하지 말고 살아가라."

병 걸린 몸에 돈 나올 구석이 없어 죽음을 택한 그는 마지막까지 돈걱정을 하며 떠났다.

남자의 병은 이황화탄소 중독이었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면 중풍 맞은 것처럼 픽픽 쓰러져 거동을 못하게 된다.

완치가 안 되는 병이었다. 자신의 병이 가족을 갉아먹을 것임을 안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아들이 죽자, 그의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어가며 새벽녘 아들이 일한 원진레이온 공장 앞을 찾았다.

공장 앞에는 아들보다 몇 개월 먼저 간 이의 관이 놓여 있었다. 그 또한 원진레이온의 노동자였다.


딸의 고등학교 등록금을 내기 위해 나서다 길에 쓰러진 그는 감은 눈을 다시 뜨지 못했고,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회사는 직업병을 인정치 않았다.

동료들은 그의 관을 회사 앞에 두고 싸웠다. 직업병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그곳에 일흔의 노인이 찾아왔다.

이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세상을 떠난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레이온사를 만드는 방직기계는 이황화탄소를 내뿜었다.

이황화탄소 중독자만 1000여 명, 기네스북은 단일 공장에서 일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재해로 이를 기록했다. 그것이 1991년의 일이다.


무서운 일은 이 방직기계가 배출하는 이황화탄소를 일본 도레이사는 알고 있었다.

이 방직기계는 한국으로 팔려 나갔다. 이 기계를 사들인 원진레이온 사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독가스라 불려도 좋은 유독물질을 내뿜는 기계는 한국에서 30년을 있으며 1000여 명의 환자를 냈다.

그동안 회사는 쓰러진 사람들이 술을 많이 먹고 오입질을 해 중풍이 빨리 온 거라는 소문을 냈다.


위의 두 사건은 우리나라 산업보건 역사에 이정표가 된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직원 30명의 생명을 앗아간 국내 최대의 석면 방직 공장 제일화학 사건

남영전구 공장 철거작업 중 수은중독 사건

경기도 화성 소재 노트북 컴퓨터 프레임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발생한 태국 노동자 집단 노말헥산 중독 사건

인천, 부천 소재 휴대폰 부품 납품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건 등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에 대한 중독 사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발생했고 지금도 어디선가 발생하고 있다.




화학물질 사고가 일어난 회사에서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몰랐을까?

위험성을 알았는데도 어떠한 사전조치도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고, 위험성을 회사에서 전혀 몰랐다고 해도 회사의 무지함으로 인한 살인이다.


우리가 약국에서 구매하는 감기약 안에는 그 약에 대한 주의 사항이 적혀있는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다.

우린 그걸 보고 약을 어떻게 복용하고,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보면,

원래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경우 그 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 판매하는 쪽에서 책임지고 물질 안전보건자료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를 제공하게 돼 있다.

물질 안전보건자료란 그 물질의 명칭, 구성 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안전보건상의 취급 주의사항, 건강 유해성 및 물리적 위험성 등의 내용을 적어놓는 문서다.

말 그대로 그 물질의 안전 보건상의 특징과 위험성을 담은 것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건강에 영향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는 화학물질의 물질 안전보건자료는 그 물질을 취급하면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비치해두고 해당 물질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간단한 조치를 회사에서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직원들에게 물질 안전보건자료(MSDS)에 대한 안전교육을 할 때마다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 우리가 마시는 물 빼고는 모두 이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제발 본인이 사용하는 액체, 고체, 기체 상태의 형태와 상관없이 위험요소가 무엇이고, 보호구는 무엇을 착용해야 되고,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꼭 확인해보고 사용하세요"


습관에 대한 많은 명언 중 마하트마 간디는 "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된다.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된다.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라고 하였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의미도 위험요인을 알아야 안전하게 행동하게 된다.

그 행동이 곧 우리의 안전한 행동 습관이 되고 그것이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큰 가치가 된다.


*참고문헌:

1) 노동자 쓰러지다. / 희정

2)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 강동묵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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