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소재 화장품 제조 공장 지게차 사망사고
'인디언들은 마음속에 삼각형 모양의 양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그 양심이 돌면서 마음을 찔러 고통을 느낀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면 마음을 찌르던 삼각형의 끝이 닳게 되고 결국에는 원모 양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아무리 잘못된 일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2015년 7월 29일 오후 2시경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근무하던 당시 34살의 이 씨는 보통날과 똑같이 물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화물을 가득 실은 지게차가 이 씨를 덮친다. 지게차 기사는 쓰러진 이 씨를 보지 못한 채 5m가량을 그대로 끌고 간 뒤에 멈추었다.
놀라서 달려온 최초 목격자 최 씨가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으나 이미 도착했어야 할 119 구급차는 20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고, 동료들이 회사 승합차에 쓰러져 있던 이 씨를 태우고 급히 병원으로 떠났다.
최초 사고가 난 지 1시간 넘게 지나고서야 회사 지정병원에 도착을 했다.
(지정병원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한 병원)
하지만 해당 지정 정형외과에 도착했을 때, 이 씨의 상태는 심각했고, 그 병원에서는 도저히 진료를 볼 수 없어 인근 종합병원으로 다시 이송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쯤 뒤인 오후 5시경 이 씨는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이 씨가 사고가 난 후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기 전까지 3시간이면 병원에 급히 옮겨서 응급 수술을 하였다면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3시간이 이 씨에게는 골든타임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왜? 인근에 있었다는 119 안전센터에서는 신고를 받았음에도 출동을 하지 않았던 걸까?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최초 목격자 최 씨가 2시쯤 119에 신고를 하였고, 119 안전센터에서 정상적으로 접수받아 출동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출동 5분 만에 최초 신고자인 최 씨가 괜찮다면서 119구급차를 돌려보냈다고 얘길 했다.
그럼 최 씨는 지게차에 충돌하여 쓰러진 이 씨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119 신고를 하였는데 왜 갑자기 구급차를 돌려보낸 걸까?
최 씨는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 상사에게 보고를 하였는데 회사 상사가 119 신고를 취소하라고 해서 취소한 거라고, 위에서 지시한 대로 그렇게 한 거라고 진술하였다.
권위 있는 사람의 명령이라 잘못되었단 걸 알지만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밀그램의 실험에서 볼 수 있던 권위에 대한 복종의 형태라고 보인다.
*참조: '밀그램의 실험'이 주는 교훈
http://www.research-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006
어처구니없는 회사 측의 대응으로 직원이 사망하였다. 119 구급차만 탔어도 이 씨의 골든타임은 확보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회사에서는 119 신고를 취소하고 구급차를 돌려보냈을까?
회사에서 지정병원까지는 18km 정도라고 한다.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이상한 건 사고 당시 회사 승합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거기다가 회사 10분 거리에 다른 종합병원이 있었지만 이 씨는 1시간을 달려 지정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해당 조사에서 나온 결과는 어처구니가 없다.
회사에서 지정병원까지 1시간이나 지체된 이유가 회사 승합차에서 지정병원 구급차로 옮겨 실는 과정에서 지체되었다.
도대체 왜 회사는 지정병원 지정병원을 고수하였던 걸까?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조사 결과 이 회사는 29건의 산재은폐 사실이 적발되었다.
숨진 이 씨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이 회사의 비상사태 대비 대응 지침서 때문이다.
조사 결과 상황별로 어느 병원으로 후송하라고 자세히 정해져 있는 지침서가 있었는데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119에 신고하고 인명피해와 같은 사고 시에는 즉시 가능한 차량을 수배해 사고자를 탑승시키고 지정병원에 데려가도록 명시해 놓았다.
즉 119에 신고를 하지 않고 회사 자체적으로 부상자를 이송시키는 것이다.
최 씨가 119 신고를 취소하도록 회사에서 지시한 이유는 산업재해를 숨기기 위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119를 불러서 구급차를 타고 가면 이력이 남고 해당 내용은 고용노동부로 전달되고 있어 회사로서는 산업재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란?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할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하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정 창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산업재해 은폐" 란?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할 경우 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왜 산업재해를 숨기려고 한 것일까?
첫 번째, 산재보험료 부담. 이 회사는 이 씨가 숨지기 전까지 무재해 4000일을 달성하였다. 그 덕분에 산재 보험료도 연간 1600만 원에서 3200만 원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감액받았다.
두 번째, 회사의 경영손실. 대기업에 화장품을 납품하고 있고 해마다 협력사 평가를 하는데 전체 평가 점수 가운데 안전보건 점수가 10%를 차지한다. 산업재해가 많이 보고 될수록 점수가 깎이고 협력 계약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세 번째, 고용노동부 감독. 산업재해가 없으면 노동부의 감시하에 벗어나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 재해자수를 0으로 표기했을 것이다.
2015년에 발생한 이 사고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와 그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감독의 추구하는 방향이 산업재해를 숨겨 무재해로 둔갑시키고 감독의 눈을 피하게 되면서 안전을 더욱 소홀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아주 슬픈 현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매해 10만 명, 매일 270건 이상의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지금 현재 어디선가 산업재해는 발생되고 있고 그중의 어떤 사고는 은폐되고 있을 것이다.
안전관리 업무를 10년 이상 해보면서 느낀 건 경영활동을 지속하는 데에는 새로운 위험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는 계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해야 될 것이 복합적으로 많지만 첫 번째로 사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된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그 사고가 혹시 내 가족에게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과 관심을 계속해야 된다.
그러한 관심이 곧 행동으로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