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구급대원은 부모이다.

by 호세

회사에서 일찍 퇴근한 날을 맞춰서 와이프를 대신해서 딸을 하원시키러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딸을 데리러 갔던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세연이 아버지 되는데 세연이 데리러 왔습니다."


어린이집 초인종을 누르고 선생님께 인터폰으로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원장 선생님이 세연이와 나오시고는


"안녕하세요 세연이 아버님. 세연이가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세연이 어머님한테 듣기로는 회사에서 안전교육 같은 걸 하신다고 들었는데.... 맞으시죠??"


"네. 회사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긴 한데, 그건 왜요?"


"아~ 다름이 아니고 유치원에서 정기적으로 부모 체험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때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재능기부 차원으로 세연이 친구들이랑 부모님들께 안전교육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 해서요. 슬아 아버님께서는 저번에 동화책을 읽어주셨는데 아이들과 부모님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아버님도 해주신다고 하시면 세연이가 너무 좋아할 거예요."


"네????????? 세연이 엄마랑 이야기 나눠보고 생각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당황하며 대답하고는 세연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안전 강사로서 안전교육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대상자 선정과 그 눈높이에 맞는 교육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지게차, 크레인, 밀폐공간 등의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과연 5살 아이들과 그 부모님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안전교육이 무엇일까?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에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생각한 교육이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응급처치 교육과 아파트에서 화재 발생 시 대처해야 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매년 회사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개최하여 모든 직원이 전문강사에게 받을 수 있도록 안전환경 팀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나에게 크게 부담되는 준비는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다가가려고 책 한 권 읽고 준비를 해야지 해서 도서관에 갔는데 내 눈에 딱 들어온 게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안전한 육아라는 책이었다. 그 책과 내 경험을 토대로 교육을 준비했다.

실질적인 응급처치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안전의 첫걸음이기 때문에 그 책을 참조로 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부모로서, 가져야 할 안전의식과 응급처치 지식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였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세연이 아버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원장 선생님께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세연이 친구들과 어머님들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재능 기부라고 하기는 거창하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집에서나 밖에서 아이들에게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에 대한 안전교육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고는 일어나가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 어서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갈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알이 목에 뭔가 걸려서 숨을 쉴 수가 없는 경우, 아이가 젖을 먹고 토하면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를 눈앞에서 본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심장이 멎으면 약 5분 후부터 뇌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119 구급 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5분은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구급 대원이 도착하는 동안 그 곁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 가족이 얼마나 회복하는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계신 모든 부모님들께서는 아이의 구급 대원이 되셔야 됩니다.
응급처치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그렇죠?
거의 매일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
첫째, 아이들은 신체 활동량이 엄청납니다.
체중 자체는 어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아이들의 1일 권장 섭취 열량은 1500~2000킬로 칼로리로 웬만한 성인과 맞먹습니다. 그러니 그걸 소모하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니 일단 아이들이 얌전히 있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둘째,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존재입니다.
호기심은 아이들이 자기가 살아가는 세상을 배우려는 본능입니다. 호기심이 없다면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때로는 부모들을 힘들게 합니다.
셋째, 아이들은 아직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물론 어둠이나 큰소리처럼 꼭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는 두려움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무엇이 위험한지 알게 되고 또 두려워하게 됩니다.
넷째 아이들은 집중력이 엄청납니다.
지속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관심을 보이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그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예로 들면 길 건너의 엄마를 보고 있으면 옆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는 볼 수 없고, 유치원 버스가 반가워 달려가다 보면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를 발견하지 못하는 겁니다.
다섯째, 아이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은 어른들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아이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안 다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하다 싶은 일은 아예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하다 해도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근육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그러다 가끔 다치면서 몸과 마음이 커나가지요. 그러니 모든 위험을 막으려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적당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치지 않는 환경, 불필요하게 다칠 만한 가능성을 예방해서 오히려 더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우리 집에서, 우리 동네에서, 아이들이 놀고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하나하나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면 됩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만 건의 심정지가 발생하고 그중 65%가 집에서 발생된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것은 내 아이와 내 가족을 위한 소중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내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응급처치 교육을 배우고 움직이셔야 됩니다."


내 딸을 시범조교로 앞에다 세우고 직접 심폐소생술 하는 법을 보여주었는데 세연이가 가만히 있질 않아서 제대로 부모님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 AED(자동제세동기)를 가지고 와서 직접 보여주면서 교육을 해주고, 사전에 우리 아파트에 비치된 AED가 비치된 위치를 파악하여 교육하면서 현재 위치까지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시뮬레이션으로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을 체험해 보는데 큰 목적을 가진 교육이고 하나라도 우리 부모님들이 알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직접 그 상황에 행동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건은 우리 평생 경험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럼 그다음으로 가장 좋은 교육은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이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역할을 하는 이유는 우리 뇌의 특징 때문이다.

뇌는 어떤 사건이나 일의 순서를 상상할 때 물리적 활동을 할 때와 똑같이 자극을 받는다

레몬주스를 마시는 상상을 하면 물을 마시면 평소보다 침이 더 많이 분비되고, 반면 물을 마신다는 상상을 하고 레몬주스를 마시면 침이 적게 나온다.

즉 우리가 미리 생각으로 예행연습을 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뇌는 이미 시뮬레이션으로 익숙한

상황이므로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기억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억할 수 있다. 이런 시뮬레이션이 항공기 사고, 산업재해, 기타 재난을 방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가 안전한 세상은 부모로부터 시작되다고 한다.

부모의 안전 지식이 우리의 아이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심폐소생술, AED(자동심장 제세동기) 사용방법 등의 응급처치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사고에 대비해서 소화기는 비치되어 있는지, 소화전은 어디에 있는지, 비상대피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야 비상상황 시에 대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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