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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Jan 25. 2024

오베라는 남자

1. 한없이 까칠해 보이는 ‘오베’라는 남자가 있었다. 꼰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오베는 단 한 사람에게만 순종적이었는데 그 사람은 그의 와이프 소냐다.


‘사람은 자기가 뭘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오베는 그녀를 위해 세상과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오베는 옳은 건 옳은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길 원했다. 그리고 오베는 어딘가로 차를 몰고 갈 때 일정과 계획을 짜고 어디서 주유를 하고 어디서 멈춰 커피를 마실지 결정했다. 이 모든 게 여행을 가능한 알차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이 당시 MBTI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베는 슈퍼 파워 J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 점이 정말 서툴렀다.



2. 사람들은 오베와 오베의 아내가 밤과 낮 같다고 늘 말했다. 오베는 당연하게도 자기가 밤 쪽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게 그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반면 누군가 그런 말을 할 때 오베의 아내는 항상 재미있어했는데, 왜냐하면 그럴 때마다 낄낄 웃으면서 사람들이 오베를 밤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가 태양 쪽으로 가기에는 너무 못돼먹어서라고 지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인생이 이리될 줄은 몰랐다.


열심히 일해서 모기지도 갚고 세금도 내고 의무도 다했다. 결혼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그렇게 동의하지 않았던 가?


오베는 그랬다고 분명히 기억했다. 그녀가 먼저 죽는 쪽이 될 줄은 몰랐다.



4.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5. 오베는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에게는 삶 자체였던 소냐가 죽고 더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거 같다.


진짜 인생이 그렇다. 인생의 행복은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고 할까? 소냐의 죽음으로 인해 주변에 더 벽을 치고 살았는데 주변 이웃들로 인해 그 벽을 허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6.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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