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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Mar 03. 2024

쇳밥일지

1. 나는 고향은 강릉이지만, 훗날 부모님이 정착하신 울산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취업 전까지 울산에서 자랐다. 울산에 사는 70년, 80년생 치고 울산 현대 그룹(현대자동차, 중공업)에서 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 후 군대 가기 전 틈을 타 현대 중공업에서 알바를 했었다.



2. 그때 당시 나는 선박 선주가 파견한 미국인 사장 밑에서 일을 했다. 생각해 보면 한국이지만 내가 마치 외국인 노동자같이 일을 했다. 우리의 일은 선박 특수 페인트 도장업무였다. 미국인 사장 밑에 미국인 동료들과 같이 배 겉과 내부 페인트 칠을 하였다. 선박 도장업무를 위한 페인트는 바다의 염분에 견디기 위한 특수 페인트라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같이 피부가 뻘겋게 변하고 간지러워 긁다 보면 이미 피부 겉이 벗겨져있다. 나는 나름 피부가 예민해서인지 다른 친구들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3. 20대 초반 어렸기도 했고 안전에 무지한 상태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페인트가 어떤 화학물질인지, 어떤 보호구를 착용해야 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알 생각도 없었다. 위험 천만한 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높이 설치된 족장(작업자나 물건이 이동하도록 하는 통로/발판)에서 여러 번 떨어질 뻔하고, 바닥에 있는 전선과 턱에 넘어져 다치고, 정말 운이 좋았지 뭐 하나 톱니바퀴가 어긋났으면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을 거다.



4. 안전에 무지한 내가 겪었던 상황들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안전 업무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지금까지 와버렸다.



5. “저 너머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람. 그들 모두가 그저 살고 싶기에 살아가는 걸까. 죽음에 자꾸 이끌리는 마음을 책임감의 갈고리로 삶까지 끌어당기는 건 아닐까. 내 육신의 죽음만으론 나에게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 “



6. 우리는 언제든지 경쟁의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는 삶을 산다.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 잡고 나아가는 세상을 모두가 바랄 때 비로소 세상은 바뀐다.



7. 작가도 책에서 말하지만 내 삶도 운동하고 책을 읽는 습관이 들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8.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냉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냉소는 인간의 가장 나쁜 감정이다. 분노나 증오마저 마음먹기 따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만 냉소는 그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 뿐이다. 대상을 이해할 생각도 없고 공감하지도 못하니 무슨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냉소란 마음의 비만하고 같아서 떨쳐내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다이어트하기 위해선 먹는 걸 줄이고 몸을 계속 움직이는데 냉소하지 않는 방법도 똑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먹지 않아야 한다. 이럴 때 일 수록 자신의 사고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전혀 상관없다. 핵심목적은 사고의 근육을 기르는 것이다.



9. 냉소하지 말자. 자신과 일상, 동료들과 일, 오늘과 내일을 진심으로 사랑하자. 내 주변의 내가 의식한 모든 것들이 우연이고 행운이며 이를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내 삶의 주체가 오롯하게 내가 되고 그때가 되면 반드시 행복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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