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통능력을 ‘자신의 생각이나 뜻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능력은 물론 상대의 생각이나 뜻을 오해 없이 잘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실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 ‘신언서판’이라는 말이 있다.
신언서판은 훌륭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핵심능력을 간략하게 추린 말로,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선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기준이다.
1) ‘신’ 은 신체, 즉 풍채와 용모를 말한다. 외모의 수려함이 아니라 외적으로 풍기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한다.
2)’언’은 언변이다. 발음이 똑똑하고 말에 조리가 있고 언변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3)’서’는 글씨체를 말한다. 글씨체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준다는 말인데, 세상 최고의 악필인 나는 훌륭한 인재는 아닌 게 확실하다. 쿨럭
4) ‘판’은 판단력을 말한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논리나 기준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3. 과거에는 소통 능력이 몇몇 인재에게만 요구되는 능력이었을지 몰라도 현재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통능력은 민주 시민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4. 이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목소리에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옳은 만큼 상대도 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하고, 상대가 틀린 만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성숙한 민주사회가 성숙한 소통이 가능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다.
5. 행복이란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즐겁게 지내는 것인데 그 관계는 말로 시작되고 유지된다.
결국, 우리가 소통을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우리의 행복지수가 소통능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소통의 중심인 ‘말하기’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6. 우리는 흔히 ‘그 사람과 코드가 맞는다, 안 맞는다’고 말한다. 코드가 안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가 계속 빗나가고 엇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에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코드를 맞춘다는 것은 언어의 주파수를 맞춘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통이란 사람마다 다른 언어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7. 우리가 따뜻한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자라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듣지 못했다고 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도 우리처럼 따뜻한 말을 듣지 못하고 자라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처럼 따뜻한 말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말에 온기를 불어넣어 따뜻한 말의 새길을 내야 한다.
새길을 낸 후에는 그 길이 익숙한 길이 되도록 계속 다녀야 한다. 그래야 그 새길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익숙한 길로 이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8. 뼈 맞는 이야기지만 발언권이 이전보다 많이 생긴 내 상황에서 리더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이유가 자신의 권력 때문인지 자신의 말 때문인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이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권력자는 자신의 말에 사람들이 보이는 거짓반응 때문에 자신이 말을 잘한다는 착각,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재밌어하고 듣고 싶어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9. 말을 고칠 수 있는 나이에는 발언권이 없고, 발언권이 생긴 나이에는 말을 고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