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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Sep 17. 2024

난생처음 독서모임

1. 책도 음식처럼 그때그때 당기는 게 있다.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 제목에 끌리거나 유독 탁! 걸리는 문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럴 때 몸이 음식을 원하는 것처럼, 책이 자연스레 말을 건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가진 고민만큼 책이 보이는 거다. 책이 답을 주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나와 함께 고민을 할 수는 있다. 나보다 먼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2. 책은 네모라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적절하게 다정다감하다.



3.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을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읽는 걸까? 그렇게 단순한 대답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왜냐하면 책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여행도, 맛있는 음식도, 아름다운 자연도 다 행복이 될 수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하면 행복은 사방에 있다.



4. 책이라는 건 묘한 구석이 있어서 한 문장이나 단어 하나만 봐도 그것을 읽고 있는 나의 삶, 나라는 존재로 눈을 돌리게 할 때가 많다. 책이 불쑥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아프지?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아픔을 느끼는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5. 소설을 읽으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여러 권의 소설을 읽으면 여러 번의 인생 리허설을 하는 셈이다.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이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가 과연 어떤 문제인지,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문제를 더욱 예리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간접경험이다.



6. 무진에 갈 수 없기에 무진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무진에 직접 가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을 <무진기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7. 살다 보면 자기가 만든 이야기대로 인생이 흐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새로운 각본을 써야 한다. 그럴 때면 먼저 넘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읽는다. 캄캄하던 눈앞이 조금씩 환해지는 경험을 그때 한다. 독서모임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곳이다.



8.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인생이 즐겁고 편안한데, 우리는 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달에 한번 모여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지 정확히 모른다. 어떤 일이라도 매일매일 하면 거기에 뭔가 관조 같은 게 우러난다는 무리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읽는 리듬을 단절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읽을 뿐이다.



9. 책은 지식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털어내는 도구다. 이제까지 쌓은 지식을 더 견고히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깨부수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지식은 찾아오지 않는다.



10. 좋은 카드와 나쁜 카드가 섞여 있는 상자 속에서 어떤 카드를 뽑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가 있고 절대적인 성공도 완벽한 실패도 없다. 그러니 하루 치의 행복만 생각하자고 그렇게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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