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균열은 시작된다.

호세의 '안전하다는 착각'

by 호세

“안전한 하루는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 가 매 순간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시계 초침이 5시를 지나자마자 알람이 울렸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멜로디. 나는 늘 그렇듯 침대를 벗어나 창 문을 열었다. 새벽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면 잠이 조금씩 걷힌다. 그렇게 익숙한 하루가 시작된다. 다들 평범하 다고 부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 가운 데 하나다. 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13만 건의 산업재해 가 발생한다. 이는 하루 평균 370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 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에도 우리는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품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다시 한번 주머니를 더듬는다. 지갑, 핸드폰, 열쇠. 준비물은 완벽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몇 층을 내려가는 동안, 나는 어젯밤에 본 사고뉴스를 떠올린다. 탱크 청소를 하다가 질식해 사망했다 는 짤막한 기사였다. '안타깝지만 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런 일을 겪을 운명이었겠지' 하고 마음속 어딘 가에서 안도한다. 동시에 '내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적당히 선을 긋는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라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 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 성은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과소평 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편향은 일상생활에서 필 수적인 심리적 방어기제이지만, 동시에 위험을 간과하게 만드는 함정이기도 하다. 현관을 나서자 도로 건너 편의점 간판 불빛이 희미해지는 걸 보았다. 횡단보도는 아직 빨간 불이다. 평소라면 기다렸겠지만,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순간, 마음속에 세모난 목소리가 속삭인다. '지금 건너도 돼. 괜찮아.' 그렇게 첫발을 내딛는다. 이탈리아 산호초처럼 눈에 보이 지 않는 작은 균열이 발상과 행동에 스며든다. 수백 번 무 사히 건넜기에 오늘도 문제없을 거란 착각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차가 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으니까. 하 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바로 '정규화된 일탈(Normalized Deviation)'이라는 현상이다. 작은 규 칙 위반이 반복되면서 점차 정상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오늘 신호를 무시해서 아무 일이 없으면, 내 일은 더 쉽게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이렇게 안전의 경계 선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 호세의 '안전하다는 착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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