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루쉰의"희망은 길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한 사람이 가면 길이 아니고 두 사람의 가도 길이 아니지만, 백 명이 가면 길이 생기기 시작해서 만 명이 가면 비로소 길이 된다고 했거든요. - 박웅현, 오영식 '일하는 사람의 생각'의 내용 중
회사에서의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안전문화'라는 길은 안전관리자 혼자만이 낼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조직 내 직원 모두가 같이 걸어가야 비로소 '안전문화'라는 길이 만들어진다.
올해 초 생산팀 L작업자가 제출한 요양급여 신청의 결과는 산재 인정으로 승인이 떨어졌다.
3월에 근로복지공단 담당자가 방문해서 촬영했던 작업자의 전체 작업을 다 같이 지켜봤을 때 당연히 무릎에 무리가 가는 작업이 없었고 실질적으로 그렇다는 걸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여서 산재 승인이 될까 말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정확히 '우 슬관절 원위 대퇴골 관절연골 손상', '우 슬관절 내반슬 변형', '우 슬관절 내측 경골 퇴행성 관절염'이 3가지 모두를 작업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승인을 하였다. 내심 당연히 산재가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쉽게 봤다.
최근 들어 업계 소문은 작업자가 나쁜 의도를 갖든 아니든 제출한 요양급여 신청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알 도리가 없고 작업자의 편에서 산재 승인 판정을 많이 낸다고 들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회사에서는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어떻게 산재를 승인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의 우려는 당연히 안될 줄 알았던 산재 승인이 덜컥 나버렸으니 너도나도 산재신청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거다.
'에이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라고?' '우리 회사 사람들은 아닐 거야' 지레짐작 안도하지 말자.
그런 사람은 단연코 있다. 자기 형제가 땅을 샀다고 하면 배 아프다고 질투하는 동물이 사람이다.
자기 형제도 그렇게 느끼는데, 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내 동료라면 말 다했지. 안전업무를 하면서 단 하나 굳게 믿게 된 신념 하나는 안전과 관련된 사람을 절대 믿지 말자이다.
실체가 없는 예측 말고 팩트만 봐야 된다. 이번 건 같은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해당 공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찾는 게 우선순위이다.
품질팀 S 작업자는 작년에 완제품에 대한 전기검사를 준비하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다음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와서는 회사에서 근무하다 다쳤으니 어떻게 해야 되냐 안전환경팀으로 문의를 해왔다. 병원비를 요구하는 뉘앙스를 노조를 통해서 전달하였지만 안전환경팀 입장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S작업자가 근무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목격자도 없을뿐더러 본인 주장하는 그 시점에 다쳤을 때 사고 보고절차에 따르지 않고 본인 스스로 병원에서 치료를 다 받고 와서는 결과 통보를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괘씸해서라도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회사에서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요양급여 신청을 해주지 않더라도 작업자 스스로 요양급여 신청을 할 수 있다.
S 작업자가 산재신청을 의미하는 요양급여신청서를 작성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막을 수 없다. 막는 방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상이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막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결국에 S 작업자는 산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부서 관리감독자 L 직장님께 들어보니 집에서 쌀포대를 들고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개인 보험사에 얘기하고 보험비로 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5월 초에 갑자기 S작업자가 주말에 허리가 아파서 집에서 계속 누워 있다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입원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병원 측 소견으로 병가 휴직을 냈다.
" 박 팀장님 저 S입니다. 들으셨겠지만 병원에서 허리 치료를 받고 이제 퇴원하면서 병원에서도 그렇고 노조에서도 제가 허리가 계속 아프니 산재신청을 한번 해보라고 얘기를 해서 고민하다가 산재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산재 신청하기 전에 팀장님께 전화드리는 겁니다. "
"네...... 허리는 이제 괜찮아요? 제가 말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원하시면 신청서를 넣으셔야 죠. "
S작업자가 제출한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받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회사 측으로 자료를 요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보낸 공문을 자세히 보니 S작업자는 허리가 아픈 경위를 2000년 2월 입사 후 22년간 12시간 근무를 하고 있고, 중량물 취급 및 허리 부담 작업으로 인하여 신청을 했다고 나온다.
작년에 처음 허리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완제품 전기검사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주장했는데, 말이 어느새 바뀌었네?!
일단 근로복지공단에서 회사 측에 요청한 자료는 보내주려고 준비 중이다.
자료를 준비하면서 품질부서 팀장과 관리감독자에 협조 요청을 하고 협의할 일들이 많았는데, 뜻하지 않게 S작업자의 산재신청 의도를 알게 되었다.
작년에 허리 통증으로 보험금을 수령했을 때 동일한 사유로 신청을 할 수 없고 이번에 통증으로 인한 치료비는 청구할 수 없다는 보험사의 통보를 받았고 허리가 아픈 이유도 그 전날 강원도까지 장시간 운전을 했고 그다음 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내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법을 악 이용하는 사람은 단연코 있다.
그게 내가 믿고 있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조금이라도 손해가 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동물이 사람이다.
그런 믿음이 안전업무를 하는데 사람에게 덜 상처받는 내 개인적인 방법이다.
물론, 바보같이 S 작업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는 흘러가지 않도록 안전환경팀에서 사실에 입각한 철저한 준비를 해서 근로복지공단과 협의를 할 생각이다.
우리 조직이 건강하다고 느낄 때가 언제일까?
어떻게 보면 건강한 조직은 곧 안전한 조직을 의미하기도 한다.
1) 별거 아닌 걸로 함께 신나게 웃을 때(억지로 웃어주는 거 제외)
2) 모르는 사람이 모른다고 솔직히 얘기할 때
3) 잘 아는 사람이 나서서 얘기할 때
4) 힘든 일 하겠다고 먼저 손드는 사람이 있을 때
5) 열심히 하고 잘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손뼉 칠 때
6)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7) 서로의 잘못이나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때
8)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 터놓고 반성할 수 있을 때
9) 구성원들이 동료와 조직의 미래를 함께 생각할 때
10) 서로의 장점이 서로의 단점을 잘 덮어 줄 때
11) 내부 구성원들만 이해하는 언어가 있을 때
12) 구성원들 서로의 단점까지도 잘 이해하고 있을 때
13) 서로 주고받는 농담의 성공 확률이 높을 때
14) 누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서로 잘 알 때
15) 짧은 말로도 뜻이 명확하게 전달될 때
16) 자기 일이 아닌데 더 아이디어 낼 때
17) 일 외적으로 자발적으로 교류할 때
18) 하는 일에 자부심이 느껴질 때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 이러한 경험이 있는지 한번 체크해 보자. 만약 이런 조직에 있다면 돈을 더 많이 줘도 이직하지 말자. 우리 안전환경팀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팀원들한테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