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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Oct 27. 2018

우주를 가르는 노스탤지어 #05

78일


구름 때문인지 별은 보이지 않았다.
해변의 모래와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우리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와인을 마셨다.


마도의 사촌, 안젤리니가 내게 물었다.

- 그 비스킷 좋아해요?
- 예 이 섬에 와서 처음 먹었는데 입에 잘 맞아요

지나는 고개를 기울인 채로 웃으며 말했다. 
- 정말 닮은 구석이 있네
- 머리 모양, 눈, 입맛도 그렇고


옆에 과일가게 소피아도 말했다.
- 웃을 때도 살짝

그리고 마도도 거들었다.
- 말하지 않을 때의 분위기도
-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당신에게 비스킷을 주었죠
-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나는 마도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 혹시 당신과 함께 있던 그 사진 속....

- 마르코
- 마르코... 

나는 마도를 따라 그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마도에게 물었다.
- 당신의 연인인가요?

마도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헷갈리게 했다.

- 아뇨 만인의 연인이었죠
과수원집 이사벨라가 말했다.

마도는 내게 설명해 주었다.
- 마르코는 내 동생이에요
- 닮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눈썰미가 없으면 모르는 경우도 있죠

- 정말, 눈치 없는 건 전혀 다르네
- 마르코는 영악할 정도로 눈치가 좋았는데

그녀들은 나를 조롱하며 말했다.


여자들은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디 출신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또 여자가 있는지 등등 통상적으로 
궁금한 남자들에게 묻는 그녀들의 레퍼토리였다.
나는 탈영병이라고 짧게 대답하고 나머지 대답은 얼버무렸다.

안젤리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그래서 마도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 훌륭한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

- 알면서 모른 척 피해가다니.... 
- 정말 최악의 대답이네요
지나는 비꼬며 말했다.

마도는 피식 웃었다.
나는 급히 비스킷을 입에 쑤셔 넣었다.
그러다 목이 메어 와인을 들이켰다.

- 확실히 알겠어

- 마르코와는 전혀 다른 인간이야
안젤리니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모두가 한심한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화제의 중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진 속 펜던트에 대해 물었다.
- 아직도 그 펜던트를 하고 있나요?

마도는 목에 걸린 펜던트를 보여주며 말했다.

- 입대할 때 줬던 거예요
- 마르코 만이 아니라 입대하던 모두에게

마도는 다른 여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만이 느끼는 감정들이 오갔다.

-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으로 만들었어요
- 카르빈 금속
내가 대신 대답했다.

- 그리고 그 안에 마을의 풍차를 그려 넣었죠
- 마치 행운의 부적처럼 총알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농담이에요

- 그저 길을 잃지 말고 돌아오길 바랬던 거죠

별이 없는 밤은 쓸쓸한 느낌이었다.

밤은 깊었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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