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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Nov 07. 2018

우주를 가르는 노스탤지어 #08


120일

보누치 씨가 교회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는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는 방에서 겉 옷을 벗고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거실 걸레질을 하는 동안 그는 부엌을 정리했다.
그가 식탁을 닦으며 내게 말했다.

- 내게 할 말 있나? 

나는 잠시 걸레질을 멈추고 그에게 말했다.

- 혹시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 있나요?

- 우주선에 대해 말해준다면 도와줄 수도 있지
그는 대답을 마치고 걸레질 계속했다.


- 빠~앙 -

오후가 됐을 때 마도의 트럭이 집 앞에 멈춰 섰다.
좌석에는 마도와 사촌 안젤리니, 짐칸에 토티 씨가 타고 있었다.
내가 트럭 앞에 섰을 때 마도는 말했다.
- 새 기압장치가 도착했대요. 옮기는 것 좀 도와주세요

나는 창가에 서 있던 보누치 씨와 눈인사를 하고 트럭 짐칸에 올라탔다.
트럭이 떠날 때까지 보누치 씨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두에서 고장 난 기압 장치는 건네고, 새 기압장치를 실어 창고로 옮겼다.

기계를 꼼꼼히 살핀 후 마도는 말했다.
- 이 건 문제없어 보이네요

- 고생하셨어요
- 이제 겨우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름 떼 투성이의 마도는 기름 떼 투성이인 토티 씨와 나에게 말했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이곤 안젤리니를 바라봤다.
안젤리니는 공들인 옷차림에 신경 쓰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 섞인 말투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빨리 가야 돼. 조금 있으면 해가 진다구요



호숫가에서 우리는 안젤리니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다.
배가 고팠는지 우리는 말없이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안젤리니는 그 모습을 보고, 재촉하며 물었다.

- 맛은 어때요?
- 응 맛있어

마도가 샌드위치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대답했다. 

- 성의 없기는....
- 판, 당신은 어때요?

안젤리니는 내게 물었다.
나는 빵 하나를 입에 쑤셔 넣으며 대답했다.
- 옙 먹을만해요

안젤리니는 자신이 먹던 빵을 내게 집어던지곤 뒤돌아 보지 않고, 트럭에 올라탔다.
나는 급하게 그녀를 향해 말했다.

- 정말 먹을만해요 
- 아니.... 맛있어요
- 이 빵도 샐러드도, 좀 짠데.... 맛있어요


그러면서 허겁지겁 음식들을 입에 집어넣었다.

- 니가 만든 것 중에 최고야 
마도도 거들며 음식들을 입에 집어넣었다.
기름 떼 뭍은 얼굴에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어느 틈에 다가온 안젤리니의 입가로 웃음이 삐져나왔다.
우리도 함께 웃었다.

- 웃지 마요. 더 웃기니까
- 근데 샐러드가 좀 짜요?
- 예, 아뇨 맛있어요 짠 거 좋아해요
- 무슨 말이야. 남기지 말고 다 먹어요


우리는 짠 샐러드도, 딱딱한 빵도, 계란 빠진 샌드위치도 모두 먹어치웠다.
해가 모습을 숨기고, 하늘이 붉게 물들고, 풍차가 어둠에 묻힐 때까지.


그날 밤 마도가 먼저 돌아간 후 언덕 아래서 안젤리니는 내게 고백했다.
나는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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