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intta Nov 14. 2018

우주를 가르는 노스탤지어 #10

-185일

적색의 메마른 땅에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소령은 구덩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마치 달 표면의 크레이터 같아

그는 조그만 캡슐을 열어 내게 보였다.
소령 - 한 곳에 모여 있었다는군
소령 - 뭔가가 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소령 -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건 아마....


<카르빈 뿐이겠지> 


나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과 모른 척 외면했던 것들이 뒤엉켜 버렸다.


-145일.....- 57일......3일.......75일...... 
나는 등에 불을 붙였다.



마도는  펜던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나머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 이것을 전해 주기 위해 난 이곳에 왔습니다


마고는 떨리는 손으로 펜던트를 살폈다.

- 마리오, 페데리코, 디노.... 마르코...

펜던트 뒷면엔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하려던 일을 해야만 한다>
<그들이 이끄는 대로>

- 실렌티오(silentio침묵)
- 사람들은 그것을 '밤의 태양'이라 부릅니다 

그녀의 시선이 펜던트에서 내게로 옮겨졌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안의 오물들을 토해내듯 그녀에게 말했다.

- 프로젝트 솔라키움(solacium- 평온)
- 나는 화학자로서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 조국을 위해 그리고
-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 옳은 일이라 믿었습니다


마도는 놀랍도록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그녀의 시선에 맞서 빈 껍데기인 채로 나머지를 쏟아냈다.

- 내가 그들을 죽였습니다

<내가 마르코를 죽였습니다>

- 나는....

마도는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 이것이 당신이 원한 거군요

- 모든 걸 망쳐놓고 누군가 당신을 저주해 주길 바랬던 건가요?

- 그리고는 우주로 도망치려 하는군요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안에 차 있던 고름이 터져 나오듯 개운함을 느꼈다.
복잡하게 뒤섞인 것들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제야 그녀의 분노와 슬픔, 상실감이 온전히 내게도 전해졌다.

마도의 눈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마도는 나를 지우려 하겠지>

마도와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가 비스킷을 건네던 순간, 
내 손의 피를 닦아주던 순간,
쫌생이라고 말하던 순간,
그리고 내 볼에 손을 얹던 그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은 이제 이 풍차 안에만 남겨질 것이다.

<내겐 그녀를 기억할 자격이 없어>

나는 고개 숙여 그녀의 심판을 기다렸다.


- 침묵 -

마도는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내 안은 이제 공허함이 채워갔다.


작가의 이전글 우주를 가르는 노스탤지어 #0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