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intta Oct 13. 2018

우주를 가르는 노스탤지어 #01

541일 


나는 우주선에 걸려 있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바라봤다. 

그리고 펜던트를 꼭 쥔 채 창 너머 우주를 바라봤다. 

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라디오에서는 재즈 음악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 눈엔 눈물이 고였다. 


-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 


- 이 펜던트가 인도하는 대로, 당신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돌아와요 -


- 잘 가요 방랑자여 - 




1일 


등대가 보였다. 

가까운 해변에 구명정을 눕혔다. 


시칠리아의 작은 섬. 

푸른 하늘과 바다, 하얀 백사장. 


해변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섰을 때 섬의 주민을 만났다. 

파란색 트럭에 잡다한 기계들이 실려 있었다. 

그 주민에게 물었다. 


- 이 곳에서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는 내게 비스킷 한 조각을 건네며 말했다. 

- 글쎄요. 혼자서 만들 수 있을까요?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나갔다. 

마도와의 짧은 만남. 


숲을 지나 들판에 들어섰을 때 호수와 그 위에 놓인 풍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주머니에서 펜던트를 꺼내 확인했다. 



들판을 지나니 언덕 위에 있는 집이 보였다. 

마을보다는 외딴곳이 지내기 편할 것 같았다. 

나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집주인은 풍채가 있고, 말 수가 적었다. 

나는 다락방에 묵을 수 있는지 물었다. 

막연히 하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집주인은 흔쾌히 허락하고 나를 안내했다. 

다락방은 낡아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비만 고양이가 침대에 드러누워 나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대로 만족했다. 

주인이 고양이를 치워준 덕분에 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어렴풋이 눈을 떴을 때 방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2일


해가 한참 솟은 후에야 잠에서 깼다. 

창으로 들어온 빛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햇살에 구워진 이불 냄새가 좋았다. 

좀 더 들러붙어 있고 싶었지만 배가 고팠다. 

난 1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요리가 준비돼 있었다.

으깬 감자와 빵, 커피, 그리고 우유 한잔. 

허기진 나는 모두 먹어치웠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 곳은 작은 여관 같았지만 묵고 있는 건 나뿐이았다. 

여러 개의 빈 방들이 보이고, 이름 모를 작가의 그림들과 빛바랜 가구들이 보였다. 

그리고 거실에는 군복 입은 젊은 사내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래층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가 식탁 위에서 빈 우유 잔을 핥고 있었다.

그 녀석은 나를 노려보더니 하품을 하곤 식탁 밑으로 사라졌다.


<기분 나쁜 고양이다> 

나는 일단 집 밖을 나섰다. 


풍차를 지나 한동안 걸어가니 마을이 보였다. 


과일 가게 노인은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발사는 벤치에 앉아 손님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바라봤지만 이내 자신들의 일상에 열중했다. 

방문객들을 종종 겪어온 탓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어쨌든 이방인인 나를 경계하지 않았다. 


마을 어딘가에서 규칙적으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점점 소리가 커져가고, 앞뜰에 수북이 쌓인 부품들이 보였다. 

그곳에 보호경을 쓴 사람이 철판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퉁-퉁-퉁-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는 보호경을 벗으며 내 쪽을 바라봤다. 

그는 나를 보고도 놀란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 


- 좀 도와줄래요? -  


마도와의 두 번째 만남. 

작가의 이전글 2058년의 '지' #04 <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