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결승 토론, 김문수 한동훈 봄 ㅋㅋㅋ

4월 30일 국민의 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결승 토론회

by 찡따맨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결승 토론회. 이번 토론은 '협력'이라는 말로 포장되었으나, 꽃잎 사이로 드러난 두 후보의 날카로운 칼날이 돋보였다. 한동훈은 "세대교체와 혁신", 김문수는 "단일화와 통합"을 들고 나와 서로 칭찬하면서도 끝내 양보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각자가 상대를 꺾으려 하는 것보다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취한 화법과 논리 구조였다.



저항으로 자기소개


김문수 후보는 이력으로 증명했다. 노동자 출신, 감옥 투쟁, 세 번의 국회의원, 두 번의 도지사라는 이력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의 언어는 과거를 해석하고 과거를 기초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토론 첫 번째 코너인 인생 4컷에서 그는 자신이 겪은 산업화의 현장, 민주화 투쟁, 국회 활동을 되새기며, 경험과 희생이라는 미덕을 상기시켰다.


한동훈은 이성과 기획 그리고 통제된 감정을 내세웠다. 조국 수사, 유시민과의 대결,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의 검수완박 저항 등을 통해 그는 자신이 이념보다 실효성과 기획력에 집중하는 시스템형 리더임을 주장했다. 그의 언어는 직관보다 구조를 중시하고, 감정보다 논리를 택한다. '엘리트 이미지의 거리감'이라는 AI 평가조차도 한동훈은 의연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이를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단단함'으로 전환하려 애썼다.


각 후보들은 딱 네 장의 사진을 선택하여 2분의 시간 동안 설명했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피해와 저항의 기억으로 자기를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김문수 후보는 반세기를 관통한 서사였다면, 한동훈 후보는 불과 5년 사이에 응축된 질주에 가까웠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서사보다 피해자의 언어에 기댈 때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이 드러나 있었다.



미래에 대한 두 해석


OX 퀴즈 코너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후보 두 사람의 정치적 철학, 전략 그리고 현실 감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단순한 찬반이 아닌 정치적 기조와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대결이었다.


1)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김문수는 단일화는 필요하며 시기는 전당대회 직후가 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이재명 전선을 중심으로 빈텐트론을 꺼냈고, 자신이 후보가 된다면 즉각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적 태도를 드러냈다. 그에게 선거란 세(勢)와 판을 키우는 싸움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반영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은 세모로 응답했다. 그는 단일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은 집중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는 정무적 유연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정치적 결단을 미루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었다.


2)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 힘에 플러스인가?


두 후보 모두 O를 들어 이준석의 복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문수는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보수 진영 재결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엔 정치적 실용성이 아닌 도덕적 포용이라는 보수적 원로로서의 태도를 보였ㄷ.


한동훈 역시 "모두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정당 중심의 통합전략을 강조했다. 다만 그의 언급은 개인의 복귀가 아닌 정당의 중심성을 더 강조했다. 이는 조직 통제와 질서를 중시하는 그의 정치철학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점에서 한동훈은 당 밖의 스타 정치인보다 당이라는 제도와 브랜드에 충실하려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3) 대선 승리를 위한 최고의 전략은 반이재명이다


이 문항에서 두 후보는 모두 X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정의 결은 매우 달랐다.


김문수는 "반이재명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고전적인 정치 논리로 말했다. 국가 비전 제시와 국민 통합이라는 더 상위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그가 단순 '반문, 반이재명' 보수 프레임을 넘어 국가주의적 구상을 지닌 보수주의자임을 드러낸 것이다.


한동훈은 정치적 네거티브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했다. "누군가를 막는 정치만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라고 단언한 그는 "중산층의 시대, 보통의 하루를 지키는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보수정치가 반대와 방어의 언어에서 벗어나냐 함을 주장하는 가치지향향 중도보수의 화법에 가까웠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


두 사람의 대조는 정책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문수는 GTX 전국 확대, 전술핵 배치, 한중해저터널 구상 등 장기적이고 대담한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실행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재원 계획이나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의 공약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이지만, 관료적 시스템과 입법 현실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의 이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공약이었던 셈이다.


한동훈의 정책은 현실 정치 언어에 가까웠다. LTV 청년 면제, 주식 양도소득세 면제 확대, 돌봄 국가 책임제 등은 청년 세대와 중산층을 겨냥한 타게팅 전략이다. 그러나 그의 문제는 정무 감각과 당내 기반 부족이다. 한동훈 후보는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당내 세력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것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두 사람은 토론 내내 서로에 대한 기본 존중은 지키면서도 정치와 행정, 이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철학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문수는 "함께하자"라고 손을 내밀고, 한동훈은 "같이 해보자."라고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은 그리 넓지 않다. 김문수가 바라는 건 보수의 결집이라면, 한동훈이 지향하는 건 보수의 재구성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감성적 서사로 승부


김문수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공장 7년, 감옥 2년 6개월을 잇달아 호명하며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역사극처럼 펼쳐 보였다. 장발의 노동자에서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노동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나는 양 극단을 모두 경험했고, 통합의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달했다. 실제로 그는 거의 매 답변마다 "같이 하시죠", "손잡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반복해 ‘큰 형 리더십'을 각인시켰다. 청년정책 코너에서 1:1 영아보육을 꺼낼 때도 "경기도지사 시절 이미 예산을 투입해 효과를 검증했다."라는 경험담을 덧붙이며 설득력을 높였다. 긴 호흡과 서사, 따뜻한 어휘, 과거 실적의 나열은 분명 공감대를 넓히는 데 성공적이었다.


서사적인 흡입력은 훌륭했으나, 논리적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핵 추진 잠수함에 전술핵을 실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핵무장이라는 지적을 받자 "미국과 논의해 보겠다."라는 모호한 답으로 이어졌고, 전국 GTX 확대 공약은 수도권 A노선도 17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발화의 리듬이다. 김문수 후보는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하다가도 "제가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데요." 같은 메타 발언을 붙여 스스로 흐름을 끊어버렸다. 긴 문장과 반복어는 후반부로 갈수록 정보의 밀도를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는 청중의 집중도도 함께 분산됐다. 토론은 말의 기승전결을 넘어 시간 관리의 예술이기도 하다. 김문수 후보의 감성 서사는 훌륭했지만 정밀한 논리적 설계에 있어서는 부족했다. 다시 말해, 진정성은 인정하지만 구체성은 약해 아쉬웠다.



한동훈, 정교한 팩트와 논리로 승부.


한동훈은 검사 시절 갈고닦은 치밀한 논리구조와 사실관계 검증을 위력적인 무기로 활용했다. 김문수 후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소를 주도했다."라고 몰아붙이는 순간,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때 저는 부산고검에 좌천돼 있었다."는 한마디로 반격했다. 이어 좌천 시점은 2019년 1월, 기소 결정은 2020년 9월이라는 정확한 날짜를 곧바로 불러냈다. 상대가 허점을 인정한 틈을 주지 않고, 연이어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를 거부한 것도 제가 아니라 후임 간부"라는 인사 기록까지 제시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는 팩트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를 하려면 숫자와 날짜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라는 원칙으로 논지를 확대했다. '오류 지적 - 정정 요구 - 원칙 제시'라는 3단 콤보가 완벽하게 작동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장면은 토론 중반에도 반복됐다. 국민연금의 가상자산 투자 문제를 두고 김문수 후보는 "미국도 연기금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한다."라고 주장하자, 한동훈 후보는 재빨리 "그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다수 공적연기금은 현물 ETF를 통한 간접 투자만 허용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상대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곧바로 "팩트를 확인한 뒤 발언을 수정해 달라"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청년평가단이 주택, 보육, 공약 검증에서 두 번 연속 한동훈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보다 말발뿐만 아니라 정책에서도 힘을 얻었다.


물론 이번에도 한동훈 후보의 메가폴리스 공약에 있어서는 팩트 드리븐 전략에서 다소 부족했다. 김문수 후보가 "3년 임기 안에 기반, 재원, 게산을 마쳤느냐"라고 파고들었다. 이에 돌아온 답은 "규제를 풀어 민간 자본을 끌어오겠다." 같은 원론적인 설명에 머물렀다. 이미 일어난 과거 사실을 다룰 때의 칼날 같은 정교함이 재원과 타임라인이 얽힌 복합 과제 앞에서는 빛나지 못했다. 논리의 칼은 예리했으나, 미래 비전 로드맵에서는 의문을 남긴 대목이었다.


마치며,


김문수 후보는 "나는 겪어봤다." 같은 삶의 무게로 설득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정책설계와 수치 기반의 설득에서는 한동훈 후보에 비하여 설익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GTX 전국 확대, 전술핵 전략, 국민연금 가상자산 투자 등의 주제에서 지나치게 직관과 감정에 의존하는 답변을 반복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면에 한동훈 후보는 뛰어난 논리와 팩트 체크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데에는 탁월했다. 다만 정작 그의 공약은 실행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 앞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메가폴리스 2년 가시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재원 조달과 입법, 행정 타임라인이 없이 '아이디어'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에서 드러나 있었다. 김문수는 여전히 '희생'과 '진심'이라는 옛 미덕에, 한동훈은 '합리와 능력'이라는 미덕에 기대고 있었다. 다만 정치란 결국 공공의 문제를 시간과 돈, 권한의 제약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능력이다. 이 능력은 토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으며, 선언만으로도 설득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이번 토론은 흥미로웠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넘어, 누가 말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좁힐 준비가 되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이 간극을 확실히 메우지 못했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한동훈은 이전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번 토론에서 조선제일검의 언어가 아닌, 지도자의 언어를 장착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한동훈은 지지층에게는 강한 신뢰, 중도층에게는 안도감, 상대에게는 존중을 남겼다.


토론에 있어서는 한동훈 후보가 월등하게 앞섰다. 하지만 정치는 논리 게임이 아닌 신뢰 게임이다. 한동훈 후보는 엄밀한 팩트와 논리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획득하려 했다면, 김문수 후보는 감성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신뢰를 획득하려 했다. 누가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한동훈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감성적인 서사를, 김문수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엄밀한 팩트와 논리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