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합리적으로 비판한다면?
우리나라 정치의 비극은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는 국민이다. 보수 지지자나 진보 지지자나 다를 게 없다. 보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향해 가장 많이 하는 비판은 포퓰리즘이다. 그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인 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사칙연산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일단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복지정책의 중심에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의 핵심은 재원 조달 가능성이다.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하여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세수 감소 규모는 약 81조 6,300억이다. 항목별로 보면, 법인세 27조, 소득세 21조, 종합부동산세 8조 원 등등이다. 만약 이 손실액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가능성은 높아진다. 실제 2023년 기준 전국 2,227만 8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덜 걷힌 약 81조 원을 재원으로 활용하면, 한 가구당 연간 20만 원의 기본 소득을 약 17년 동안 지급할 수 있다. 더 좁은 범위로 대상을 한정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고로, "기본소득 정책을 하려면, 돈이 부족하다."라는 전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측의 핵심 논리는 "재원이 없다", "불가능하다."이다. 하지만 감세 정책이나 예산낭비를 줄이면 충분히 가능한 자원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SOC 사업이나 중복 행정 구조 등에서 발생하는 예산 낭비만 줄여도 수조 원 정도는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은 복지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경기 부양, 지역경제 회복, 디지털 경제 기반의 구조 전환 등 다양한 경제 전략과 맞물리는 통합 정책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화폐를 지급해 소비의 국지화, 분산화까지 유도하여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이중 효과를 노린 설계다.
물론 이재명의 기본소득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과거 윤석열 정부의 감세 철회를 전제로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향후 국가 경제 상황에 따라 세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에는 정책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을 설득력 있게 비판하려면 다른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라는 방식은 기존의 선별적 복지 대상자에게 돌아갈 예산을 분산시키는 문제를 초래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24년 기초생활수급자는 약 260만 명, 중증장애인은 96만 명이다. 이들에게 매달 20만 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월 7,3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감세로 덜 걷힌 81조원으로 9년 동안 지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재명의 기본소득 정책을 보다 합리적으로 비판하려면, "국가에 돈이 없다."로 접근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선별복지라는 가치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이재명의 기본소득을 그럴싸하게 비판해 본다면?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제기해야 할 비판은 우선순위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본소득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을 돌려받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함이다. 도로, 철도, 수자원, 국방, 공공보건, 교육, 치안 등의 문제는 개인이 25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와 같은 거대한 공공인프라라는 시스템은 국가 재정을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있어야만 개인의 삶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지, 25만 원으로는 치킨을 몇 마리 더 시켜 먹을 수 있을 뿐, 삶의 질 자체가 나아진다고 볼 수 없다.
여기서 국가 재정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서울 도심 곳곳에는 지반 침하로 인한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나아가 노후 하수도와 우수 배수관로는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장마로 인한 도시 침수, 지방의 집중 호우 피해, 반대로 농촌 지역의 만성적인 가뭄 문제 등은 날씨의 변덕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국가적 인프라 관리 실패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구조적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는 장기적이며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
실제 일본의 수도 도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십 년에 걸쳐, 수해 대비 방재 수로를 구축하였다. 그렇게 형성된 방대한 수로망은 도심 전역을 연결해 강우량이 폭증해도 홍수나 침수로부터 주요 기반 시설과 주거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도쿄가 선택한 것은 즉각적인 소비 진작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생존 인프라 구축이었다. 이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세상을 그린 것이며, 공공투자 방향성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자면, 국가가 확보한 세수는 단지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만 사용될 게 아니다. 국가라는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정비하는 데 우선 투입되어야 한다 . 공공병원 확대, 노후 상하수도 교체, 기후위기 대응형 수자원 관리, 도심 지하 안정망 구축처럼 보이지 않는 곳의 공공 인프라 투자야 말로 국민 전체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측의 기본소득 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직접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이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재원이 필요한 시점에 공공 기반시설 정비라는 국가 생존 과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국민 모두에게 더 큰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기본소득처럼 보편지급을 전제로 하는 정책은 공공성과 재정 우선순위를 흐릴 수 있다. 정부가 시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시민들 스스로가 국가에 대한 공동체적 기여 의식보다는 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자격자 정도로만 자신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공재의 유지에 필요한 조세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공공투자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25만원 씩 받고 있지만 동네는 점점 낡고 초라해지는 풍경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 이 글을 쓴 이유.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들리지 않아서 직접 씀;;;;;;;;;;;;;;;;;;;;
- 김문수 후보의 정책을 다루지 않은 이유
김문수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 모르겠음;;;;;;;;;;;;;;
논외)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이례적인 신속 심리였으며, 대선 후보 등록일을 고려한 것 같은 일정은 이 사건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판결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을 몰랐다."라는 발언, 다른 하나는 "국토부의 압박 때문에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따."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이 두 발언을 모두 "선거인의 공적 적격성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특히 김문기 관련 발언은 골프 회동 정황과 해외 출장 동행 등을 근거로 명백한 관계 은폐 시도로 해석됐다.
이재명 후보의 입장은 일관되게 정치보복, 검찰의 기획수사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전원합의체가 내린 유죄 취지 판단은 단순한 검찰의 시각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 전체의 법리 판단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유권자 관점에서 허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였다. 고로 해당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나 해명 수준이 아니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공공개발 환수, 기본소득, 지역화폐 같은 개혁적 정책 어젠다는 그를 대선 유력 주자로 만든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생긴 판단의 오류가 지금의 그를 위기로 몰아넣은 셈이다. 성남 FC 후원금 관련 의혹을 시작으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화천대유 특혜 논란, 민관합동 개발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자금 흐름의 불투명성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이재명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으로 주장해 왔던 공정과 청렴, 도덕성이 이 이슈들로 인하여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특정 정치인의 위기가 아니다. 그가 속한 진영 전체가 공유해 온 도덕적 기준과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물론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감안한다면 대선 전까지 이 사건의 최종 판단은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유죄 확정이 아닌 상태에서 이재명은 대통령 후보 자격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내란,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취임 전 공소 제기된 사건의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까지도 해석이 갈리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상당히 심각한 국정 리스크이다. 사법과 행정이 충돌할 수 있는 구조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국가 운영의 안정성에 대한 심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법적인 사건을 단지 후보의 개인적인 법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공공성과 도덕성을 내세워 정치적 정당성을 쌓아 올렸던 인물이 그 기준에 의하여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향후 재판 결과와 별개로, 이재명 후보와 그를 지지해 온 정치 세력들은 국민 앞에 도덕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법은 사실을 따진다면, 정치는 신뢰를 다룬다. 고로, 이재명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정의 판결이 아니라 유권자의 판단에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과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