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 경제분야
열띤 토론이 끝난 뒤에 종합적인 인상을 들여다보니, 네 명의 후보가 보여준 전략과 논리는 서로 다른 색깔을 띠고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구호형, 권영국 후보는 추동형, 이준석 후보는 공세형, 이재명 후보는 방어형에 가까웠다. 각기 다른 네 화법이 다양성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번 토론이 시민 학습의 장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했고, 말싸움 관전에 가까웠다.
이번 토론은 다른 경제 철학과 각기 다른 목소리가 충돌하면서도 더 나은 대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정책의 구체성과 현실 가능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구조적 위기 해소 방안, 고용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청년 일자리 정책, 사회 양극화 속에서 민간 활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조세 및 금융 전략 등은 모두 논의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토론 참여자들은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수치와 경험, 정책 도구에 입각한 설득이 아닌 슬로건과 구호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약하자면 김문수 후보는 규제 해체 후, 기업 전진, 이재명 후보는 정부 개입으로 민생 회복, 이준석 후보는 기술 패권 경쟁을 대비한 규제 경쟁, 권영국 후보는 불평등 해소 없이 성장도 없다. 정도에 가까웠다. 각자의 핵심 공약은 알 수 있지만, 세부 단계까지 들여다 보기에는 깊이가 부족했다.
가나다 순으로
김문수 후보는 규체 철폐를 강하게 외쳤다. 그는 모든 문제를 복잡한 실타래가 아니라, 낡은 끈 몇 가닥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규제를 가위질하려고 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웠다. 경기도지사 시절 삼성 반도체 라인을 끌어왔던 일화, 판교, 광교, 테크노밸리를 촉진했던 경험을 거듭 내세우며, 결과가 자신의 명함이라 자랑하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노동과 안전, 환경 이슈에 닿을 때마다 종종 퇴색되었다. 산재 사망 통계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질문이 던져질 때마다 "예방이 먼저."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아가 탈탄소 전환의 세계적 압력을 '원전이야 말로 친환경'이라는 말로 상쇄하려 한 대목은 비용 우위만을 부각한 단선적인 논증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규제 개혁의 속도전에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아, 기업인과 전통 보수지지층들의 박수를 끌어낼 동력은 확실히 확보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여전히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김문수 후보의 해법은 일관되게 정부는 규제를 풀고, 기업은 투자하라는 방식이다. 여기서 질문이 따라온다.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만으로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건가? 이미 규제를 최소화한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플랫폼 산업은 규제 완화의 영역이었다. 정부는 혁신산업 육성이란 명분으로 기존 법적 규제를 유예하거나 새롭게 허용하기도 했다. 배달앱, 모빌리티 서비스, 온라인 쇼핑 분야가 대표적이다. 정리하자면, 김문수 후보의 가속 페달은 튼튼하지만, 브레이크 페달과 에어백이 어디에 장착될지 아직까지 그려지지 않은 후보다.
권영국 후보는 '분배 없는 성장은 껍데기'라는 문장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그는 노동자 산재 사망 숫자, 청년 비정규직 비율, 노인 빈곤율처럼 날것의 자료들을 쉼 없이 뱉어내며, "국가 경쟁력은 인간다움에서 시작된다."라는 계율을 주입하려 했다. 국가 일자리 보장제, 차별금지법, 부자 증세를 세 갈레 축으로 불평등 타파 설계도를 그렸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소요를 언급받으면, "재벌 특혜 환수와 조세 정비면 충분"이라는 앵무새 같은 답변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재정 모형 또는 실행 순번표를 듣고 싶어 하는 청중에게는 갈증만 남길뿐이었다. 통상 분야에서 "트럼프 관세는 약탈"이라며, "맞서 싸우자."라는 구호를 내걸었으나, 다자 연대 그림과 대안 시장 전략이 반 쪽만 잡혀 있었기에 현장 실무진이 참조할 수 있는 세무 매뉴얼도 부족했다. 그렇게 그의 말은 이론적 견고함보다 현장의 온도에 초점을 두고 있었기에, 사회 안전망 그늘에 서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정서적 울림을 안겨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중도층 또는 무당층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졌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명확한 대안 제시와 현실적인 조정 능력 그리고 상대 진영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그의 태도는 이상적이며 정직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다층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통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접근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권영국 후보의 발언은 이념적 기반 위에 서 있다. 분배의 정의를 통한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노동자와 자영업자, 청년, 이주민 등 소외계층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자임했다. 다만 그의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실행 전략이 다소 모호하다. 특히 그가 주장한 국가 일자리 보장제라는 구상은 재정 부담, 고용 시장 효율성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권영국 후보의 심장은 매우 뜨겁지만, 피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후보다.
이준석 후보는 단어 선택부터 표정까지 정교했다. AI 패권, 스테이블 코인, 반도체 공정처럼 난도가 높은 주제들을 툭툭 뽑아 들며, 상대에게 세부 수치를 요구했고, 답이 흔들리면 "구체적 부재"라는 딱지를 붙여버렸다. 최저임금 지역 자율 조정, 지방 법인세 감면과 같은 파격 카드를 제시할 때, "규제 격차를 경쟁으로 해소하자."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사례를 근거로 쌓았다. 하지만 일본 실패 전례나 국내 인구 편중 현실을 교차검증하라는 반론에는 "조정 가능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하여,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심층적, 다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이미지는 피할 수 없다. 또한 공격적 질문 전술 덕에 논점 선점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발언권을 빼앗긴 상대가 재발론 기회를 받지 못하고 마이크가 꺼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되면서 공정한 교환보다 토론 승부를 노린 스파링 인상도 짙었다. 그럼에도 기술, 국제정세, 재정건전성에 있어 뚜렷한 원칙 선을 그어 정책 게임의 룰을 명확하게 세우려 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준석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리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질문은 공세에 가까운 태도로 흘렀고, 때때로 말꼬리 잡는 방식으로 흐르면서 진정한 정책 대결이 아닌 정쟁적이라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유능한 토론 실력을 선보였지만, 토론자 그 이상의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스는 공감과 정책의 사회적 타당성에 대한 숙고, 발언의 품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그가 내세운 ai와 스테이블코인, 지역 자동 임금제 등의 공약에 대하여 기대감, 우려가 동시에 자리한다. 여기서 그는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이준석 후보는 날카로운 메타 엔진이 달린 스포츠카이지만, 비포장도로에서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후보다.
이재명 후보는 위기의 원인을 현 정권의 무능과 분열에서 찾았다. "정부가 제 몫을 하지 않아 시장이 얼어붙었다."라는 프레임을 거듭 주입했다. 내수 부양을 위해 추경을 약속하고, 장기적으로는 AI, 재생에너지, 문화산업이라라는 세 축을 성장 엔진으로 갈아 끼우겠다고 공언하였다. 하지만 100조 AI 펀드나 농촌 기본소득 같은 커다란 숫자가 등장할 때마다 자금 흐름도, 수익 회수 전략, 우선순위 배분이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설득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토론 내내 "정책은 호텔식 뷔페가 아니라 코스 메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별 조리 시간과 열량 표시는 아직 작성 중인 모양새였다. 또한 대중적 비유를 즐겨 쓰는 화법은 친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논박을 받을 때마다 "그건 극단적 예시일 뿐"이라고 물러서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는 장면이 잦았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분권, 균형발전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풍부한 어휘를 쌓아놓은 덕분인지 지방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말 사이에 미래 투자 기회를 켜켜이 읽어낼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 소득, 농촌 지원, AI 공공보급 등의 공약을 통하여 경제의 질적 전환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부터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100조 AI 투자에 대하여 구체적 항목 없이 비전만 강조하였다. 이점은 오히려 의심만 키울 뿐이다. 특히 이준석 후보의 거센 논리적 공세에 직면할 때 직접적인 반박보다 "상대가 왜곡하고 있다." 라는 반응을 보이며 논리적 균형을 잃는 모습을 보였따. 이런 태도는 그가 평소 정치 담론에서 포용적인 리더십을 강조해온 흐름과는 괴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토론 무대에서의 설득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이재명 후보는 큰 화폭에 채색을 완료한 것처럼 보이지만 섬세한 선긋기와 음영 조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번 토론은 정책적 설명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신호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었다. 발언의 상당수는 정책 설계와 기대효과를 입증하려는 과학적인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공격하거나 자당의 노선을 강조하는 감정적 수사에 치중되어 있었다. 특히 중요한 쟁점일수록 누가 더 옳은가를 놓고 벌이는 정쟁의 소재가 되기 쉬웠으며, 이는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할 기술적, 구조적 접근을 잊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게 국민들이 궁금해했던, "어떤 방식으로, 어떤 분야에서, 얼마의 재정이 투입되어, 어떤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인가?" 같은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권자는 공방이 아닌 해법을 원한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잇는 국민 입장에서, 정치인의 언어가 감정과 상징에 머무르는 것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국민이 이를 선호하기에 정치인도 이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싶다.
토론은 경제, 통상, 경쟁력이라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각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에서는 숫자와 사례를 꺼내 들고, 불편한 영역에서는 가치 지향이나 상대 비판으로 논점을 이동시키는 전술을 반복했다.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전환과 지방 데이터 센터 유치를 국가 균형발전 카드로, 이준석 후보는 풍력 단가와 전력망 불안정을 이유로 계획의 실효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김문수 후보가 원전 전력 단가가 태양광보다 1/6 저렴하다고 주장하자, 권영국 후보는 폐기물 처리비용과 사고복구비용까지 포함한 사회적 비용 총량을 제시하며 반론을 펼쳤다.
이번 토론은 정책 프레임이 성장 대 분배, 규제 폐지 대 규제 합리화, 친원전 대 재생에너지, 국가개입 대 시장자율처럼 이분법으로 갈라질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막상 발언을 들여다보면 회색지대가 넓었다. 김문수 후보는 규제 프리 도시를 말하면서도 지방 먼저, 수도권은 제한적 완화를 인정했으며, 이재명 후보는 원전 축소보다는 에너지 믹스 속 점진적 축소로 수위를 조절하였다. 권영국 후보는 중소기업 몰락 대기 고용 안전망을 국가가 떠안자고 하면서도 대체 작물 지원으로 쌀 과잉을 막자는 농업 구조조정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 조정 논리를 부분 수용하였다.
실현 가능성 부분에서는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준석 후보가 자본시장 규칙 정비와 지역 차등 정책으로 민간 활력을 최우선 가치에 놓자, 권영국 후보는 "노동이 강해야 선진국"이라며 거시적인 분배 재설계를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투자 확대와 모태펀드 결합으로 100조 AI 펀드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하지만 단가 산정이나 투자 우선순위가 구체적 수치로 나오지 않아 여전히 구호형에 머무를 뿐이었다. 김문수 후보는 규제 혁신이 시작되면 기업은 자연히 돌아온다는 낙관적인 발언을 자주 뱉을 뿐,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 변수로 흩어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외교 통상 섹션으로 접어들자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권영국 후보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약탈"이라 규정하였고, 다차 연대 투쟁을 촉구했다. 그러자 김문수 후보는 "신뢰를 무기로 트럼프를 설득하겠다."라고 맞섰으며, 이준석 후보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한국, 미국, 일본 실용 연대를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 우선 실용 외교"를 표방하였다. 하지만 대만, 중국 모두 "씨예 씨예" 하자는 과거 발언이 반복 질문으로 돌아오며, 방향성에 물음표만 찍힐 뿐이었다.
마치며
이번 토론을 통해 얻은 메시지는 이재명 후보는 정부 책임 강화, 실용 외교, 지방 살리기, 김문수 후보는 규제 해체와 원전 복원, 일자리 창출, 이준석 후보는 기술 패권 대응과 재정 절제, 규제 경쟁, 권영국 후보는 불평등 타파와 노동 약자 권리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네 슬로건 모두 나름의 울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서 각자의 약점이 또렷하게 드러날 뿐이었다.
이번 토론이 남긴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성장과 분배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언급하면서도 재원 추계, 제도 설계, 현장 실행 시나리오를 숫자와 단계로 보여준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상 에너지 기술 경쟁이라는 거대 구조가 국내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상을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때,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가 훨씬 설득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토론장에서 던져진 문장들이 선거 이후 국정 운영 속 항목으로 바뀔 때 어떤 내용과 일정표로 채워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리스크는 누가 감내할 것인지라는 점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화려한 구호와 치밀한 공격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선택 기준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내용의 뼈대와 실행할 수 있는 힘이다. 네 명 가운데 누가 국가 재정을 책임 있게 설계하고 시장과 노동, 기후와 안보라는 네 축을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만들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을까. 앞으로의 토론에서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