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 황교안 송진호 봄ㅋ

내가 이걸 왜 봤지? ㅠㅠ

by 찡따맨

대한민국은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구호와 전략 속에서 변화만 외친다. 이번 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그 반복의 선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갈등의 증폭, 현실로부터의 괴리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선명했다.


토론은 전반적으로 두 후보가 지닌 정치적 전제와 세계관에서 큰 차이가 드러났다. 물론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위기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번 토론은 단순한 정책 비교가 아닌 체제에 대한 평가와 정치 불신이 반영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다



송진호, 벼락치기한 학생


송진호 후보는 전반적으로 현실 위기에 기반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이 IMF 수준의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며, 국가 경제 회복을 대통령의 가장 시급한 임무로 설정했다. 그는 부채 총량을 수치화하며 국민의 재정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자극했으며, 경제 주권이라는 키워드를 통하여 단순한 성장이 아닌 구조적 회복을 강조했다. 여기서 문제는 그가 제시한 수치들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었고 불분명했다는 데 있다. 가계부채, 국가 채무, 민간 부채 등을 무분별하게 합산하였고 외환 보유고와 유동성 등의 요소를 맥락없이 나열하여 경제 위기를 강조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은 모호했다.

송진호 후보는 사회통합 주제에서 종교청 설립, 성별 공정화, 다문화 포용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통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강조했다. 이를 비교적 균형 잡힌 접근으로 바라볼 수 있으나 실질적인 실행 전략이 없었기에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아이디어에 그칠 뿐이었다. 예를 들어 종교청 신설은 갈등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의 종교 개입이라는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송진호 후보에게서 눈에 띈 점은 '문화예술인 금융 지원 센터', '재능 기부 은행'이었다. 이는 기성 정치에서 보기 어려운 창의적인 접근이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행 구조에 대한 설계는 미비했다. 아이디어는 풍부했으나 설게도는 없었고, 진단은 날카로워 보였으나 처방은 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황교안, 정책보다 음모론


황교안 후보는 토론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부정 선거 프레임을 강조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선거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으로 확대되었다. 그는 사전투표에 사용된 일장기 투표지, 빳빳한 투표지, 인쇄된 봉인지 등 사례들을 열거하며 선거 무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단 한 번도 사법적으로 확정된 적 없으며, 사회적으로도 이미 일정 부분 반박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황교안 후보는 이 사안을 정치 담론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사실의 영역이 아닌 신념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모든 문제, 즉 경제 침체, 사회 갈등, 정치 불신, 외교 불안 등의 원인을 선거의 부정성에서 찾는 구조는 비논리적이고 순환적이었다. 토론에서 후보자가 내세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비전이나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방안은 뒷전에 있을 뿐이었다.

그는 사회 갈등 해결책으로 반국가 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간첩, 민노총, 전교조 등을 열거했다. 이는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념적 대결을 더욱 부추기는 언어에 가까웠다. 사회 통합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특정 집단을 악마와하고 배제의 논리를 강화하는 방식은 통합의 본래 의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통합이란 상대를 제압하고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 정책에 있어서도 그는 미국과의 밀착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적대적 입장을 고수했따. 이 역시 과거 냉전 시기의 보수 안보 프레임을 거의 그대로 답습한 것이기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숙고는 결여된 것으로 보였다.



토론


두 후보 간의 상호토론에서도 실질적인 논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황교안 후보는 끊임없이 부정선거 문제를 지적했고, 송진호 후보는 원론적인 반론만 내놓을 뿐 새로운 논점으로 전환하려 했다. 이는 설득과 논반의 토론이 아니라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는 병렬식 독백의 연속이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 대화 속에서 어떤 정치 철학과 해법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결국 토론은 교차되는 주장이 아닌 단절된 진술로만 채워질 뿐이었다.


정치개혁에 있어서도 황교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와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며 제도적 압축을 강조하였으나 부정선거가 근원이라는 전제를 끝까지 고수했다. 송진호 후보는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유지하면서 다선 금지를 통하여 순환과 견제를 유도하자는 주장을 내세웠다. 비슷한 주제에 대한 두 사랍의 입장은 각기 다른 철학에 근거하고 있었으나, 유권자에게는 어떤 체제가 더 바람직한지 선택을 유도할 만큼 토론의 깊이가 부족했다.


이런 토론을 바라보면 마음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쪽은 국가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다른 한쪽은 복잡한 문제를 너무 쉽게 말한다. 한 사람은 증거 없는 확신으로 체제를 부정하고, 다른 사람은 사실 나열 속에 명확한 방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이번 토론은 '누가 더 잘한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덜 위험한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이었다.


마치며


무소속 황교안 후보와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각자의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신념은 공공의 해법보다 국가 위기에 대한 호소와 적에 대한 규정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할애했다. 이 두 후보가 강조하는 긴급성과 진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책은 추상적이었고 대안은 구체성이 결여되었으며,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존 의지도 희박했다.


두 후보가 제시한 위기의식은 절실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해결책은 구체성과 실행력을 갖추지 못했다. 국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위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다. 이번 토론은 그 해법을 향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또 하나의 갈등을 일으킬 만한 메시지만 남기고 마무리 되었다.


토론과 설득은 공감의 장이어야 한다. 상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닌,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서로 다른 극단의 평행선을 달리며, 국민에게 더 많은 혼란과 회의만 남겼다. 우리는 정치적 언어로 위기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위기를 끊임없이 소비하기만 한다면 국민은 그 언어를 외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다음 토론에서는 적을 지목하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설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치를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정치가 비로소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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