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21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 사회 분야
토론 초반부터 내란, 가짜, 음모론 등의 언어가 난무하며 논의의 무게중심은 정책 비교가 아니라 진영 간 혐오 감정으로 쏠렸다. 특히 가짜 후보, 내란 세력, 음모론자 등의 낙인찍기식의 공격은 사고를 단순화한 정체성 프레임으로 이끌어, 정보처리를 방해했다.
각 후보가 제시한 의제는 상징성이나 방향성 측면에서는 또렷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집행 계획, 단계별 재정 투입 로드멥, 법제화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공통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따. 대부분의 제안이 문제 제기에 머물렀으며,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도달하지 못했다.
각 후보는 세대별 주요 과제를 부분적으로 포착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세대 간 자원 배분이나 정책 연계, 조정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였다. 세대별 필요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으며, 한정된 재정을 어떤 철학과 기준으로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빈칸 상태였다.
이재명 후보, 중량감에 비하여 미래 설계 도면은 미약한 후보
이재명 후보는 다소 노련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의 주요 화두는 크게 두 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헌정질서의 회복', '재도약을 위한 성장엔진 구축'이었다. 여기서 전자는 여러 차례 반복한 내란 세력 단죄라는 표현은 일정 부분 효과적인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표현은 정체성 투쟁으로 다가오는 만큼 정책 검증이 아니기에 이념 전선에 서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설득력을 확보한 부분도 있었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의 정책 집행 경험을 바탕으로 '길을 새로 뚫는 정치'를 강조하며 자신을 단순한 행정가가 아닌 정책 개척가로 포지셔닝했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의 완결성보다는 개혁의 의지와 현실적 조율 능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유권자에게 실용적 정치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일부 미래 정책 구상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미흡했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좋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구성하는 실천 항목들은 아직 '조감도 수준'에 머무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 스마트그리드, 양수저장 등 주요 기술 키워드를 언급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규모와 사업 단계별 목표, 민간과 지자체의 참여 방안 등은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15조 원 규모의 재원 마련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을 때, '낭비요인 정비'라는 수준의 답변은 세부 계획의 부재를 드러낸 점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의 화법은 안정적으로 통제되어 있었다. 다만 공격이 들어올 경우 '왜곡하지 말라' 같은 형식의 메타 커뮤니케이션으로 방어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주를 이뤘다. 이는 단기적으로 논쟁의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으나, 반복될 경우 '핵심 질문을 회피한다.' 같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기에 양날의 검과 같다. 정보량은 풍부했고 어휘 선택도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과도하게 압축된 서술 방식은 일반 청중에게 설득력 부분에서 거리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집행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실력과 결과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리고 일부 의제에 대해선 의미 있는 현실 인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 설계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수치와 실행 방안이 다소 미흡했다.
요약하자면, 이재명 후보의 공론화 능력과 행정 경험은 명확하나, 구체적 수단의 설계는 여전히 미완이다. 유권자 앞에서는 스스로를 정책 설계자가 아닌 결정권자로서의 입증할 필요가 있다.
김문수 후보, 강력한 대립각으로 존재감을 내세운 후보
김문수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철저히 전투적인 전략을 취했다. 그는 초반부터 "가짜와 싸우겠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을 진짜 보수로 각인시키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접근은 간명한 메시지와 구성을 통하여 지지층 결집에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토론을 정책 논의의 장이 아니라 정체성 충돌의 장으로 변질시킬 위험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는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 수위를 거의 모든 구간에서 높게 유지했으며, 이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일관성이 있었다. 다만 내용 측면에서는 정책 부재를 은폐하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
김문수 후보의 정책 제안은 분야별로 요점만 짚고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에너지 정책에는 원전 비중을 현행의 약 2배인 6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에서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언급했다. 원전확대론은 국제 연료 가격의 변동성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 "공모를 통해 해결하겠다."라고 말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기술적,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차 방정식에 ㄱ가깝다. 후보가 직접 구체적인 부지 선정 기준, 지역사회와의 협의 방안, 그리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부분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김문수 후보는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화법과 분명한 적대 구도를 통하여 주목도를 높였다. 하지만 토론이라는 장의 본질인 구체적인 설득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재정 추계, 기술 가능성, 법제도 설계 등의 정책의 실질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압축적으로 설명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가 전략적으로 정체성만 대변하는 데 집중했기에,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신뢰 형성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김문수 후보의 대립각 설정은 탁월했다. 하지만 명료한 구호만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에 어렵다. 실체 없는 전투력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준석, 청사진보다 반박만 앞세운 후보
이준석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도 평소처럼 날카로운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언어 반응으로 토론형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는 상대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론을 펼치면서 각종 통계 수치 그리고 과거 사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논리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청년세대의 구조적 불안과 복지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비과학적 정책 설계에 대한 비판은 그가 설정한 화두의 중심축이었다. 토론 초반부에 복지 확대론을 '차베스형 포퓰리즘'으로 규정하였고, 이념적 좌표를 전면에 내세운 방향은 단지 논리적 우위에만 그치지 않고 전선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화하는 포석으로 읽혔다.
그의 강점은 정교한 논리였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의 간병비 포함 정책에 대해 "도대체 어떤 재정 시뮬레이션을 거쳤느냐"라는 질문은 다른 후보들이 감성적 메시지에 머무를 때 현실의 재정 구조를 들여다보는 논리적인 태도에 가까웠다. 또한 에너지 정책에선 원전과 비교하여 태양광, 풍력의 구조적 리스크를 지적하면서 "ESS 화재 문제나 풍력 발전기 태풍 피해를 감안하면, 친환경 진영이 내세우는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 란 비판은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도 합당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지역, 업종별 차등화를 시작으로 이주노동자의 임금 구조 개편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입법을 상정하고 논의하자."라는 방식으로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는 명확한 입장 표명, 법률 초안 제시 없이 논쟁을 넘기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설득력보다 회피성 태도로 비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법제화 가능성 그리고 구체적 효과에 대한 설명이 없이 논리적 문제 제기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장기적 비전이 아니라 단기적 언변에만 강하다는 인식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정책 사안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상대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짚어내는 기술에서도 훌륭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설게, 재원 조달의 현실성, 제도 변화의 수용성, 실행 시간표에 대한 구체성은 부족했다. 그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잘 제기하였으나 집행을 책임 하는 리더로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요약하자면, 이준석 후보는 문제를 꿰뚫는 눈은 날카로웠으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은 흐릿했다.
권영국 후보, 현장감을 살렸지만 현실감은 부족한 후보
권영국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일관된 가치지향 그리고 구체적 문제의식을 결합하여 전통적인 진보 정치의 무게감을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토론하는 동안 노동자와 빈곤층, 장애인, 기후위기, 취약계층 등 구체적인 약자를 중심에 놓고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그의 가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각 발언에 깔려 있는 하나의 기준이기도 했다. 발언의 핵심 축은 복지국가의 근간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전략적 목표에 세워져 있었다.
권영국 후보가 강조한 공약은 기초연급 70만 원 상향 조정, 지자체 주도의 통합 돌봄 책임제 도입, 공공의료기관 100개소 추가 건립,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공공 주도 에너지 전환 등이 있다. 특히 '기후정의세' 신설과 부자 증세, 탄소다배출 산업에 대한 환경세 강화는 단순 조세정책이 아니었다.
이러한 정책이 지닌 철학적 깊이 서사적 감동은 있다. 다만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의 정책들이 요구하는 총예산 규모는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연간 30조 원에 가깝다. 권영국 후보는 재정 조달 방안으로 부유층, 대기업, 온실가스 다배출자에 대한 조세 부담 전환을 제시하였으나, 이와 관련된 조세지출 항목의 구체적 조정 내역, 세율 조정 방향,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 재배치 계획은 부족했다. 고로,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토론 태도는 확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강성적인 인상을 주었다. 상대 후보들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이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 말씀은 의제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발언은 전제를 뒤집는 방식으로 반응하였다. 이는 논쟁의 본질을 지키려는 태도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감장적인 태도는 정책 전문가로서의 리더가 아니라 정치 운동가라는 이미지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요약하자면, 권영국 후보는 누구를 위해 정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디딤돌이 부재한 진보는 감동만 줄 뿐, 표는 궁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