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사 그리고 북한은?

취임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나아갈 방향은?

by 찡따맨

대통령의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때로는 국민들의 감성을 터치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정당성을 안겨 하나로 뭉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정치인의 언어는 불안을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를 살펴보고, 그의 취임사에서 눈에 띈 북한 외교 안보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 전문



취임사 어떻게 읽었나?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에는 은유적 표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 "엉킨 실타래", "가시덤불을 해치고", "6월의 장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 화려한 말빨로 표현할 수 없다. 현실의 위기를 감각적으로 재현하여 국민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사다. 시각, 감각적인 은유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생동감이 넘쳤다.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 구조다. 취임사 구조는 우리가 흔히 아는 영웅 서사로 구성을 해놓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도덕적 소명 그리고 고난 극복이라는 내러티브 속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200만 가치의 열망과 소망을 품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역사적 소명을 지닌 인물로 포지셔닝했다. 나아가 "주권자 국민의 뜻을 침로로 삼아 험산을 넘겠다." 라는 문장은 마치 영웅이 신탁을 받아 고난의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대통령은 현실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상징적 행위자이자, 국가 재건을 위한 리더로 그려졌다.


영웅적 서사는 도덕적 이분법 구조를 통하여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 분열과 통합, 무능과 실력, 편 가르기와 국민 통합, 정쟁과 실용, 부패와 정의 등 이러한 선악 구도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분열은 무능의 결과" 라는 선언을 통하여 상대편을 도덕적 실패자로 설정함과 동시에 자신을 국민 통합이라는 더 높은 이상을 실현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지도자라고 내세웠다. 이러한 이분법은 국민이 더 나은 편에 서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은 탈이념 그리고 실용을 주요 메세지로 내세웠다. 이는 선거 때부터 보여줬던 기존 지지층을 넘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구호로 다가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마치 오바마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유용하면 쓴다." 와 같은 말은 기존의 정치 스팩트럼에서 벗어난 실용주의 정부 이미지를 ㅜㄱ축하려 했다. 이는 청중의 기존 정치적 태도에 덜 위협적이며, 더 유연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재명의 취임사를 들여다 보면, 반복적으로 국민을 호출하고, 자신을 대리인에 위치시켰다. "국민의 삶과 미래를 위탁받은 대리인으로서" 라는 문장은 권력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고 자신을 낮춘 형식을 취했다. 지도자를 전면으로 나서되,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의지를 실현하는 대행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권위의 과잉을 회피하고 신뢰를 끌어내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는 현실 인식을 시작으로 은유와 지도자 상징화, 영웅 서사 등 다양하게 잘 짜여져 있었다. 취임사는 좋았다. 이제는 보여줘야 할 대다



김정은도 실용주의 노선?


현재 북한 또한 실용주의 노선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다. 과거의 북한은 믹국과 중국 간의 균형 외교를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2022년 이후로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무게를 싣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어쩌면 이는 서방 봉쇄로부터 돌파하려는 간절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제재에 직면했고, 북한은 대북제재와 외교 고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했다. 그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에게 포탄과 탄약, 병력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군사 기술과 무기를 제공하는 상호 이익 구조가 형성되었따. 이는 단기적인 거래가 아닌, 중장기적 군사, 외교 동맹으로 구조화된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각별해지고 있는 듯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초청하여 직접 악수할 정도로 특별 대우를 제공했다. 김정은은 이에 응수하듯이 평양의 러시아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전승절 80주년을 축하하며 "러시아의 승리가 없었다면 한반도 해방도 없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메시지는 단순 립서비스가 아니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러시아의 따까리가 되겠다는 정도의 강력한 메시지에 가깝다.


"러시아의 승리가 없었다면 한반도 해방도 없었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의 정통성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북한의 정통성은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일반적인 세계사에서의 관점으로 보면 한국 해방은 1945년 소련과 미국이 각각 한반도의 북쪽과 남쪽을 진주하면서 일제가 항복했고, 이를 통해 한국이 해방되었다. 하지만 북한의 관점은 다르다. 그들은 해방을 소련군과 미군에 대한 언급은 쏙 빼놓고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무장투쟁의 결과라 주장한다.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이라는 서사는 북한 체제 유지 그리고 김일성 일가의 통치 정당성으로 연결되어 왔다. 김일성은 해방 영웅이자 제국주의를 무너트린 위대한 지도자로 묘사한 덕에 김정일과 김정은의 권력 정통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승리가 없었다면 한반도의 해방도 없었을 것." 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은 기존에 쓰여진 북한 교과서를 시작으로 영화, 노래 등의 내용들을 모두 뒤엎는 일이다. 사실 이 발언은 북한 국민들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 엘리트들에게도 금기에 가깝다.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이라는 판타지가 북한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체제 충성도, 교육 방향, 정책 정당성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해방 주체를 김일성이 아닌 러시아로 치켜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상징을 무너트린 셈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발언을 던진 이유는 북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함일 수 있다. "러시아가 우리를 해방시켜줬으니까, 러시아를 위해 전쟁에 나서는 건 당연해." 정도인 것이다. 나아가 서방 제재, 외교 고립이라는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를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 현재는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은 기존의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라는 전략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실용주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2024년부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생략할 정도였다. 다시 말해,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화에 기더지 않고 자시만의 독자적인 리더십을 세우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그는 외교 무대에서의 발언, 군사 현장 지도, 러시아 대사관 방문 등을 통하여 김일성과 김정일과 차별화되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게 김정은은 단순 항일무장투쟁, 독립운동가의 손자가 아닌,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 생존을 설계하는 실용주의 전략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은 기존의 이념을 버리고 이재명처럼 실용주의 노선을 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내부의 동요 없이 성공적일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뿌리에 가까운 김일성 항일투쟁 서사가 무너지면 북한의 권력 구조도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 공약은 유효할까?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북 정책을 밝혔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입니다. 북한 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에,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응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구축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만 놓고 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러시아의 속국을 자처할 정도의 비굴한 실용주의를 선보인 북한의 상황은 달라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단순한 외교 협력 수준이 아니다. 군사 동맹에 준하는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을 파병했고, 러시아는 그에 대한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북한의 해군과 공군 전략은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도약을 해냈다. 북한은 2025년 4월 25일 러시아의 기술을 제공 받은 것으로 보이는 5천 톤급 구축함인 최현호를 시작으로 하여, 5월 15일에는 미그-29 전투기에 탑재한 공대공 미사일, 무인정찰기와 공격형 드론까지 선보였다. 현재 북한의 기술력으로 공대공 미사일 개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군의 현대화, 북한 공군 전력 고도화는 북한 핵 문제에 이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드론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 드론은 정찰이나 감시 임무에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드론은 자폭, 공격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입된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드론의 제작 비용은 수천 달러 수준이라면, 드론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은 1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효율적인 구조는 드론 요격 수단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걸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다.


현재 NATO 국가들도 드론 방어체계를 준비 중일 정도로 아직까지 저비용 드록 요격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런 우리나라는 북한 오물풍선 따위에게도 쉽게 당했다. 여기에 고도와 속도 그리고 경로를 불규칙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드론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 작은 평화 축적을 통한 신뢰 회복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김정은에게 핵은 무기가 아니라 외교 도구이자 체제의 보호막이다. 핵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평화보다 핵을 보유하여 얻을 수 있는 러시아의 기술, 체제 보장,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이게 더 북한, 아니 김정은의 실익에 더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이 돈을 퍼주지 않는 이상 북한 입장에서 대한민국과의 대화는 그 어떤 전략적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고로, 남북 대화 제안은 명분만 있을 뿐 실리는 없다. 한국은 대화를 제안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게 뿅 가버린 상태다. 김정은은 대한민국이 아닌 러시아를 택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옳았다.



이재명이 내세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국익에 도움이 될까?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공고해진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는 전작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을 구현하겠다고 공언했다. 국가의 군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건, 헌법적 자주성과 국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만,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실질적 작전권을 행사한다. 이는 1950년도 한국전쟁 직후 형성된 안보 외주라 볼 수 있따. 고로 이를 환수하겠다는 의지는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작권 회수를 지휘권 문제로만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방위 구조를 재구성해야 하는 과업이기도 하다. 자주 의지는 좋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를 통해 따라오는 미국의 군사기술, 정보, 전략자산의 공백이 따라올 위험도 있다. 오늘날 현대전을 들여다 보면, 독립적인 국가의 단독적인 작전만으로는 완벽한 방어를 하기 어렵다. 고도화된 위성 정찰을 시작으로 정밀유도무기, 글로벌 정보 공유 체계, 사이버 방어 시스템, 핵우산 등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이는 미국 중심의 안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이 미극 중심의 안보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지휘하고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이 이를 감당할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미 북한은 러시아와 견고한 동맹 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러시아 기술을 탑재한 해군, 공군을 선보이고 있는 데 말이다. 그러므로 전작권 환수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전작권 환수라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전작권 환수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미군의 위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 고속 미사일에 대한 독자적인 탐지, 요격 능력은 갖추고 있는지, 미군이 보유한 핵우산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주권 회복,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가치가 있다. 전시에 국군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면 진짜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 이후 그동안 미국에게 의존해왔던 정보자산을 시작으로 미사일방어체계, 핵우산 등의 전략적 인프라를 우리 스스로 구축하고 운용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정도의 전략적 자산과 기술력이 갖춰져 있나?


한미동맹은 단순한 조약이 아니다. 외교, 군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외주할 수 있다는 완충장치에 가깝다.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자산, 핵우산, 미사일 방어체계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때와 차원이 다르다. 전작권 환수 후에 미국이 제공해준 전력들을 대체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명분만 있을 뿐 효과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드론 공격은 커녕 오물풍선 하나에도 부들부들 떨겠지.



이재명 국민을 위해서라면 트럼프 가랑이도 기겠다고?


2025년 6월 2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트럼프 가랑이 밑이라도 갈 수 있다." 라 말했다. 이는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주의 외교 철학을 선언한 셈이다. 자신의 자존심과 이념보다 국민의 안전과 국익이 먼저라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제 곧 이재명 대통령의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추가 이슈는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이다. 기존에는 2024년 2월에 체결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정치적 변화로 인하여 체결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2025년 말까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을 겉으로 보면, 군사작전 통제권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경제, 산업 협정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동맹의 기술적, 산업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다. 만약 체결이 된다면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을 통하여 미국의 조달 체계에 참여하고, 미국은 한국 방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얻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협정 결과에 따라 한국의 방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은 단순하다. 상호조달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의 기업이 상대국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장밋빛 미래가 그려진다. 2023년 기준 미국 국방부의 연간 조달 예산은 8,000억 달러에 가깝다. 여기서 3,000억 달러가 장비 조달, 유지보수, 연구 개발에 쓰이고 있다. 이는 한국 국방예산의 10배를 훌쩍 넘긴다. 이 거대한 시장에 국내 방산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미국 조달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는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ITAR, DFARS, 보안 인증 등으로 인하여 외국 기업의 입찰 성공률은 생각보다 낮다. 미국은 이미 28개국과 이 협정을 체결하였으나 실제 수혜를 누리고 있는 국가는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이다. 일본과 브라질은 형식적 체결에 가까웠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 방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한국 방위 산업은 이제 갓 성장 궤도에 올랐다. K9 자주포, 천무 MLRS, KF-21 등이 수출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을 체결하면, 미국 방산 기업들이 한국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록히드마틴, 보잉 등 세계 최정상급 방산업체들이 한국군 장비 입찰에 참여하면 국내 중소 방산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무너질 위험이 크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산 전투기인 F-35를 구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정부 간 FMS 방식인 것이지 공개 입찰을 통한 경쟁 방식으로 구매한 게 아니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 체결을 한다면, 황소개구리인 미국 방산기업이 한국 조달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 방산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나, 국내 기업을 우선하는 기준들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 하에 국내 방산 기업들이 빛을 보기도 전에 서서히 무너질 위험이 크다.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의 가장 큰 매력은 기술 이전, 공동개발이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방위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일본은 기술 이전, 공동 개발 측면에서 특별한 이득을 챙기지 못했다. 이 차이는 협정 조항에 달려있다. 이 협정을 단순한 시장개방협정으로 보는 게 아니라, 기술 협정이라는 수까지 들여다 봐야, 한국은 하청국으로 전락되지 않을 것이다.


이 협정에서 중요한 것은 체결보다 설계다.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가깝다. 그것이 우리 방산기업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인지,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멸종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는 설계에 달려 있다. 사실 협정 체결보다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위라는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상호방위조달협정을 체결하면 미국 자국 기업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자국 산업 보호 논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 협정을 우리나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이 트럼프 가랑이 사이를 기어야 할 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군사 주권 회복, 전략 동맹 심화라는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 전작권 환수는 주권 문제이지만 안보 리스크를 재설계해야 하는 무거운 짐생긴다.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은 산업과 기술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국내 시장 균열, 기술 종속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결국 우리는 자주냐 동맹이냐라는 이분법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한 실용주의, 국익을 우선시 한 균형감각을 발휘할 때가 왔다. 전작권을 환수하지만 동맹국과의 작전 협조 체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한미상호방위조달협정을 체결하되, 국내방산산업의 기반과 생태계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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