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 받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

과로 예찬론

by 찡따맨

최근의 나는 과도하게 일하는 중이다. 기존의 일에 국한되지 않고 일을 하나 더 추가해서 투잡을 경험하는 중이다. 그렇게 하루 평균 대략 16기간 정도? 물론 누군가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며 일을 하라고 시킨 건 아니다. 그냥 내 자유 의지로 과로의 챗바퀴에 뛰어들었다는 것. 물론 이게 배부른 소리라는 거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질 못해 소환사의 협곡을 배회하는가 하면, 반대로 일을 줄이고 싶어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챗바퀴를 멈추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니까. 이 지점에서 나는 다소 운이 좋은 멍청이일 수 있고 그냥 멍청이일 수 있다.


지금 내가 운이 좋은 멍청이 또는 그냥 멍청이처럼 과도하게 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에 하던 일이 지루에 죽을 지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매너리즘이라고 하면 되려나? 사실 이 매너리즘이라는 벼룩은 과거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전라남도 함평으로 내려가 철학자 최진석 교수님을 만났고, 정치학자 최연혁 교수님을 만나기도 했었다. 그분들이 나에게 안겨다주는 다양한 지적 자극들은 매너리즘이라는 벼룩들을 말려 죽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방식을 택했따. 내가 몸담고 있지 않았던, 전혀 모르는 분야. 거칠고 투박한 일터로 들어선 것이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이 뒤엉켜 숨을 쉬고 있는 날 것의 현장이었다.


그 중 내 기억에 남는 아저씨가 있다. 1982년생인가 83년생인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 분의 얼굴에는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과 함께 이를 모를 피곤함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특별한 점은 결혼을 무려 세 번이나 하셨다는 것. 한 번 하기도 힘든 결혼을 세 번이나 하시다니. 이정도면 결혼 중독자거나, 축의금 사냥꾼일지도 모른다. 놀라운 지점은 이 분은 아이가 무려 네 명이다. 첫 번째 부인에게서 둘, 두 번째 부인에게서 둘. 우리나라에서는 아이 셋만 낳아도 애국자라 치켜세워주고, 시에서는 돈도 주고 그러던데. 이 아저씨는 청와대 만찬에 초대 받아 훈장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세 번쨰 부인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아직 없으니 훈장 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나는 다양한 현장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을 통해 기분을 환기시키고 매너리즘이란 벼룩을 박멸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곳에서 흥미를 느끼는 중이다. 내 몸무게가 하루에 200~300g 가량 꾸준히 빠지고 있다는 것! 이건 그냥 지방이 타들어가는 게 아니다. 촛농이 흘러내리듯이 내 육체와 영혼의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건 나름 대단한 거다. 과로가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거지.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돈을 쓴다. 헬스장에 돈을 주거나 다이어트 주사인 자린고비? 마운틴듀? 같은 걸 맞잖아? (* 참고로 다이어트 주사 이름은 자린고비가 아닌 위고비, 마운틴듀가 아닌 마운자로라는 거 알고 있음.)


과로 다이어트는 단순하다. 그냥 일을 많이 하면 된다. 과로를 하면 사는 재미가 없어진다. 사는 재미가 없으면? 식욕도 함께 살아진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뭐라도 먹을 시간에 잠을 자게 된다. 칼로리 섭취는 줄어들고 노동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가 늘어나니,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물론 매일 굶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자주 챙겨먹는 건, gs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눈꽃 내리는 쟈스민 티 500ml'와 단백질 바 정도. 그리고 일요일은 놀기 때문에 살맛과 입맛이 살아나서 김치찜 주문해놓고 이 글 쓰는 중.


이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나름 재미가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굳이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각자의 걸음걸이, 일을 대하는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낙천적이면서도 여유로운가 하면, 누군가는 한겨울에 칼바람처럼 매섭고 바삐 움직인다. 나는 그렇게 다양한 공기의 결을 느끼며, 내가 얼마나 좁은 창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물론 이 반성은 3초도 지속되지 않았지만.


매너리즘이라는 벼룩을 만났을 때, 이런 생고생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새롭고, 낯설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환경은 의외의 선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 선물은 정신이 투명해진다. 정신이 투명해지면 잡념이 줄어들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료한 결정체가 남게 된다. 물론 의도치 않게 다이어트라는 혜택도 함꼐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내가 하루 평균 16시간의 일을 6개월 가량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대략 10일 정도 했다. 다시 말해, 과로 다이어트를 통해 현재 3kg 정도 뺸 것이다. 무엇보다 겨우 10일 일하고 이정도의 깨달음을 얻었다니. 부처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 깨달음이 부처의 자리를 대체했을지도 모른다.


난 이 과로를 언제까지 지속시킬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11월까지는 지속할 생각이다. 그때 즈음이면 매너리즘이라는 벼룩으로 인해 삶의 가려움증이 덜해지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더 명료해지겠지. 다시 말해, 과로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현실은 나침반은 커녕, 영양실조로 헛것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로 덕분에 내 몸도 영혼도 대략 15일 정보다 가벼워졌다는 것 ^______^


아 그리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갑자기 살 맛이 난다. 살 맛이 나니까 식욕이 생기네? 김치찜예 두부 추가해서 먹어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