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메시지로 채워진 세상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다소 음흉하게 하는 활동이 있다. 그것은 포니테일이란 헤어스타일이 최고라고 선동.. 아니.. 주장하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세상에 포니테일을 한 여성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성공적인 선동을 하려면 크게 세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강렬한 감정 호소, 악당을 만들어 대립구조 형성, 그다음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메시지다.
포니테일이 최고라고 선동하기 위해 굳이 감정에 호소할 필요는 없고, 포니테일을 하지 않는 여성을 계몽되지 않은 사람으로 매도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포니테일은 진리"라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메시지만 주구장창 날릴 뿐이다.
무솔리니의 "신뢰하고, 싸우고, 복종하라.", 레닌의 "평화, 빵, 토지", 도널드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버락 오바마의 "Yes We Can(우린 할 수 있다.)", 마가릿 대처의 "There is no alternative(대안은 없다.)"처럼 말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추상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주장을 외친 다음 구체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활동적으로 보이니까.', '얼굴형과 목선을 가리지 않아 솔직한 인상을 준다.' 등등의 이유라도 덧붙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퍼지는 공허한 메시지
오늘 이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어느 정치인의 연설 덕분이었다. 나는 쉬는 시간에 유튜브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눈은 감고 귀를 열어놓는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 새키는 어느 정치인의 연설을 틀어놓았다. 난 정치에 관심 앖다고! (난 유튜브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내 취향 알고리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장기연애 커플들이 매일 싸우는지 알 것 같다.) 연설을 들어보니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은 유명 정치인이었다.
그의 연설은 대략 40분이었다. 내가 40분 동안 느긋하게 귀를 기울였던 이유는 추상적인 말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했고,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건 없었다.
물론 정치인의 연설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 제약이 있으니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게 실효성이 높다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내에 구체적인 방향성, 실천 방안 정도는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정치인은 무려 40분 동안 연설을 하지 않았나. 나에게 40분 연설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포니테일이 왜 진리인지 설득하기 위해 적어도 10분은 동안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준비해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연설에서는 그런 걸 찾아보기 어려웠다.
추상에서 구체성으로
이 정치인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기본사회로 나아가자.", "민주주의 회복과 통합을 이루자"였다. 물론 이러한 구호는 폭넓은 개념을 함축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전하고 설득하기에 좋다. 그리고 이 말을 미리 던져놓으면 추후에 구체적으로 논할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틀이 되므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었기에 공허한 외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왜 40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 놓고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했을까?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가? 아니면 공부가 부족한 것일까.
연설은 크게 "재생에너지 확대", "정년 연장", "노동 유연성", "지역산업 위기 지원" 등을 다뤘다. 하지만 이는 단순 추상적인 메시지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정치적 합의와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년 연장과 노동 유연성은 정치인이 결정하는 게 아닌, 기업과 노동계의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 "정년을 연장하자.",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라는 선언은 부족하다.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인지,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초안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를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주 4.5일제 도입 후 주 4일 근무로 단계적 전환"이라는 계획을 제시했다면, 각 단계에서 어떤 업종, 기업 규모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할지, 아니면 어떤 예산, 행정 조치가 뒤따를지를 대략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커서 에스파 윈터, 아이브 장원영, 있지 유나, 엔믹스 설윤 중 한 명이랑 결혼할 거야." 같은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 추상적인 메시지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서 그렇다.
마치 오늘 내가 "포니테일은 진리 ㅋㅋ"라고 인스타 스토리에 공허하게 외친 것처럼 말이다. ㅋㅋ큐ㅜ쿠ㅠ큐ㅜㅠㅜㅜㅠ큐ㅜ쿠ㅠ큐ㅜㅜㅠ
포니테일은 왜 진리일까???!?!?
음... 음,... 어... 예쁘니까 !! ㅜㅡㅠㅜㅜㅠㅠㅜㅜㅠ 보기 좋으니까!!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아..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ㅠㅠㅜㅠㅠㅜㅜ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