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성교, 금기를 넘어 친밀함으로
섹스에 대한 관념
긴 시간 동안 인류는 섹스를 번식을 위한 행위로 간주해 왔습니다. 도널드 사이먼스 (Donald Symons)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행동이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렇게 남성은 더 많은 파트너를 통해 생식 성공을 높이고, 여성은 자녀 양육에 적합한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그의 생각이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식 외의 섹스는 비정상적이거나 자연을 거스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18세기말, 프랑스의 사드는 이에 과감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인구 증가를 막고, 임신과 출산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줄이기 위하여 항문성교를 권장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주장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시 18세기말 프랑스는 인구 증가로 인하여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루이 14세 치세 말기에 약 2천만 명이었던 프랑스 인구는 1789년 혁명 시기에 약 2천8백만 명까지 증가했는데, 농업 생산량의 한계와 식량 부족 문제로 이어졌고 사회적 긴장도는 극심했습니다.
물론 사디즘(Sadism), 가학성애라는 말이 사드라는 작가에게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의 말을 단순 음흉한 변태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문성교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아도 사드의 주장은 상당히 괴팍한 우주 변태 사이코 황제 같습니다. 다만 그가 던진 메시지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장의 본질은 번식을 위한 섹스만이 정상이라는 프레임을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본질까지 들여다보면 많은 현대인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입, 혀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성기를 자극하는 오럴 섹스 또한 번식을 위한 섹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침대 위에서 그녀를 입술로 느끼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1시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소요했을 것이다. 내 입술과 혀는 흰 도화지를 따라 움직이는 붓끝처럼 그녀의 신체를 천천히 더듬었다. 이는 단순 애무가 아닌 탐험에 가까웠다. 나는 미지의 대륙을 개척하듯, 그녀의 숨겨진 신체를 하나 둘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다.
내 입술이 그녀의 낯선 신체 곳곳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반응을 읽었다. 마치 허준이 맥을 짚듯, 어떤 곳은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고요했고, 어떤 곳은 폭풍의 전야의 바닷가처럼 일렁였으며, 또 어떤 곳은 아직 태양이 닿지 않은 깊은 숲 속의 이끼처럼 은밀하게 감춰져 있었다. 물론 이런 여기저기 탐험하는 내 모습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마치 마약탐지견, 지뢰탐지기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런 내 모습을 너그럽게 봐줬으니 감사할 수밖에.
나는 그렇게 탐험하고 또 탐험한 끝에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비밀스러운 곳을 발견했다.
그래!! 여기다!!
"흣…!"
날카롭지만 작게 새어 나온 숨소리.
그 순간,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두 다리는 허벅지가 닿을 만큼 바짝 모아졌고, 한쪽 손은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향했다.
급하게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고, 홍조가 얼굴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숨을 고르려는 듯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닫혔다.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고, 눈동자는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당황, 부끄러움, 그리고 어딘가 모를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든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려 애쓰는 듯한, 하지만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외쳤다.
"너..뭐 하는 거야!?"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높았고, 끝부분이 가늘게 떨렸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여유롭게 답했다.
"뭐가?"
그녀의 우아한 눈빛을 담당하는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예상치 못한 파문이 맑은 수면 위를 스치듯, 당혹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으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얼굴은 이미 붉어져 있었고, 귀 끝까지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너.. 몰라서 그러는 거야?"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목소리에는 경계심과 부끄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뭐가?"
사회성 부족한 찐따의 당당한 태도에 그녀의 어깨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이 상황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눈썹을 깊게 모아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한층 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긴 안 돼."
확신이 가득 찬 말투였지만, 그 끝자락엔 미세한 떨림이 스며 있었다.
그것이 분노인지, 경계심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감정 때문인지 그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다시 나를 노려보았지만,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손끝이 자기도 모르게 이불을 꼭 쥐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 더럽잖아."
나는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깨끗하던데?"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다.
눈을 피하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닫혔고, 눈동자가 흔들리며 당혹스러움이 얼굴에 스쳤다.
한순간,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볼 용기를 잃은 듯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감정이 확실했다.
당황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벗어나려는 듯, 입술을 단단히 깨물었다.
그녀의 볼이 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목소리에는 짜증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너… 진짜 변태구나?"
그녀는 분노인지, 아니면 자신이 몰랐던 감각을 건드린 것에 대한 당혹감인지, 그녀조차도 헷갈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듯, 단호하게 덧붙였다.
"어찌 됐든 거긴 안 돼! 나 그냥 집에 간다?"
그녀의 어깨가 긴장으로 살짝 떨렸고, 손은 여전히 침대 위의 시트를 꼭 쥐었다.
마치 몸은 떠나겠다는 말을 따르지 않을까 봐, 스스로를 붙잡는 것처럼.
"음.. 내가 변태처럼 보일 수 있고, 불쾌할 수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나는 사회성 부족한 찐따답게, 지만의 철학을 주절대기 시작했다.
과거 항문 성교를 용인한 이유
항문 성교는 아직까지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섹스의 목적이 번식인 반면에, 항문은 번식을 전제로 갖춰진 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로마시대에는 항문성교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항문 성교가 인구 급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항문 성교는 정자가 자궁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임신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항문 성교는 결혼한 부부끼리도 하였습니다. 이 또한 출산을 연기하기 위한 하나의 피임 수단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들이 피임을 하려고 한 이유는 상속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시 로마의 상속 시스템은 자녀들에게 재산이 동등하게 분배되었기 때문에, 자녀의 수가 많으면 각 자녀가 받을 몫이 줄어들어 가족의 경제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항문 성교는 단순히 쾌락을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피임 방법,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한 방법론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프랑스 작가 사드의 항문성교 제안은 괴팍한 우주 변태 사이코 황제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섹스 선배님이라 할 수 있는 로마인들의 지혜를 본받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특정 성적 행위가 사회나 정부 차원에서 묵인되거나 금기시되는 배경에는 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흔히 비정상이라 부르는 행위가 과연 본질적으로 비정상인지, 아니면 시대적, 문화적 편견에 의해 규정된 것인지 살필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금기가 주는 쾌감
과거 항문 성교는 피임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콘돔을 통하여 피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 야동에서 자주 그려지는 항문 성교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는 현대사회에서의 항문 성교는 금기를 넘는 쾌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항문은 인체에서 가장 더러운 부위 중 하나입니다. 배설물이 배출되고 질병의 원인균이 드글드글거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엉덩이와 항문이라는 부위를 소중하고 꼼꼼하게 다뤄야 합니다. 화장실 칸의 문을 잠그는 행위 또한 질병 원인균으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암묵적인 규범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항문 성교가 주는 쾌감은 금기를 넘는 데 있습니다. 소위 금지된 것을 깨는 순간의 쾌감이 더 크다고 합니다. 사회, 심리적으로 가장 감춰두려는 부위를 허물없이 내보이는 행위는 상대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소 지저분하지만 항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항문 성교가 주는 힘은 견고한 믿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항문은 인체에서 가장 더러운 부위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항문 성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더러운 부위인 항문이 청결하다는 걸 말합니다. 다시 말해 상대의 신체는 언제든지 청결하여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묘한 신뢰를 안겨합니다. 이처럼 위생적이고 쾌적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항문 섹스는 단순 육체적인 안락함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까지 안겨줍니다. 그렇게 존중과 신뢰는 자연스럽게 두터워집니다.
물론 애널 섹스는 일반 섹스와 다르게 윤활제를 사용하는 등의 안전 수칙을 더 밟아야 하는, 다시 말해 상대를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살펴야 하는 고난도 섹스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자 취향이지는 이를 가볍게 시도하는 걸 권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존재
항문 성교가 '자연스럽지 않다.'라는 지적은 당연합니다. 다만,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 곧 나쁘다는 결론은 성급할 수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과 백신, 비행기나 집 안의 난방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연의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거스르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항문 성교 또한 생식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자연스럽지 않은 행위입니다. 다만 이는 서로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기 위한 매우 사적인 개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마치 소설을 쓰거나 테니스를 치는 행위가 자손 번식과 무관해도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섹스 역시 단순 번식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항문 성교가 주는 혐오감 또는 거부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잘못된 것이기만 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누구나 불결하다고 여기는 행위를 파트너와 함께 기꺼이 나누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오롯이 나를 믿고 받아들여준다.'는 강력한 애정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저 새키는 우주 변태 괴물 같아" 또는 "저 음흉한 사이코 황제 같은 놈은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같은 생각이 든다면 일단 그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솔직하게 대화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부든 연인이든, 합의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섹스가 오히려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현대 사회에서 연인과 하는 섹스는 번식이 아닌, 기쁨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항문 성교는 고난도 섹스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만큼 커다란 친밀감과 쾌감을 안겨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안전입니다. 애널 섹스에서 안전은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위생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상대와 소통을 한다면, 이는 단순 금기를 깨는 쾌감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친밀감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행위에는 심리적, 관계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이 정상인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가치이자 경험이므로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분리수거 하기 귀찮다 ㅋ_ㅋ_ㅋ_ㅋ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