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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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에 대한 지식이 1도 없어 아직도 어떤 나라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그냥 관심이 없어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나라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잘 모른다. LA가 로스앤젤레스의 약자라는 걸 얼마 전 알았다. LA에 친할머니와 둘째 고모가 살고 계셔서 초3 때 간 적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재작년 이탈리아 여행 때는 나의 무지함이 극에 달했다. 이탈리아고 뭐고 미국행 비행기에서 맛있게 기내식을 먹었던 기억 때문에 내 머릿속에는 기내식에 대한 환상만 가득했다.
비행기 타기 전 짐을 부치기 위해 줄을 서려고 할 때였다. “로마 가세요?”라고 직원이 물었다. 이탈리아 간다고 말하려고 하는 순간 엄마가 “네”라고 대답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적지가 바뀌었나 하는 생각에 우리 이탈리아 가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당연히 맞다고 했다. 근데 왜 네 라고 대답했냐고 했더니 이탈리아의 수도가 로마란다. 로마라는 단어의 느낌이 약간 런던과 비슷해서 영국에 있는 도시 이름인 줄 알았다.
아무 생각 없는 나에게도 이탈리아 풍경은 정말 사진 같았다. 얼굴이 비치다 못해 바닷속이 다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베네치아의 해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술 교과서에서 자주 본 유적지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
빽빽한 고층 빌딩이 가득한 풍경을 매일 보다 보니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분위기는 답답하다. 이탈리아는 거리마다 세워진 고전식 건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여러 건물과 거리가 만드는 분위기가 서울과는 달랐다.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보다는 빈티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다. 1주일 동안 그곳만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있었다.
평소에 양식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모든 음식이 너무 짰다. 소금 한 숟갈을 그대로 털어 넣은 듯 입 속이 얼얼했다. 평소에 마시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부러 화장실 이용할 때 지불하는 돈을 아끼라고 그런 건가 싶기도 했다.
큰 쇼핑몰에 싸고 이쁜 옷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많이 했다. 먼저 이탈리아에 다녀온 친구는 옷을 너무 많이 사서 캐리어를 하나 사 올 정도였다. 나도 옷 많이 사서 캐리어 하나 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머무르는 곳에서는 쇼핑몰은커녕 옷가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해야 했던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많은 기대치가 있었던 음식과 쇼핑은 정말 별로였지만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던 이탈리아의 경치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탈리아 여행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아서 더욱 색달랐다. 그때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여행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대를 완전히 벗어나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