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심盡心과 진심眞心

by 기픈옹달

나는 진심을 묻는 것이 부질없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글쓰기에서. 글이란 늘 얼마간의 꾸밈, 허상, 욕망, 왜곡, 거짓 등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말에는 늘 얼마간의 여백, 허무, 모순, 과장, 좌절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글은 제멋대로 뻗쳐 나가며, 말은 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경우에 맞는 말을 찾기 어렵듯, 마음에 꼭 맞는 글을 쓰기도 어렵다.


나는 내 스스로 글을 쓰고도 어디까지가 나인지, 어디까지가 내 속내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자는 따로 있고, 글을 읽는 자는 따로 있고, 글을 평하는 자가 따로 있다. 제 각기 자신의 관점에서 제 글을 평가하는데 똑같은 판단은 요원하다.


누군가는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하던데, 누군가는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 하던데… 반은 맞겠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말은 늘 앞서 나가고 삶은 뒤쫓아가기 바쁘다. 아니, 때로는 제 멋대로 말과 글과 상관없이 제 길을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곤 한다.


제 글과 모순되는 삶. 하여 나에게 이런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은 본질상 창작이자 거짓이다. 아니, 꾸밈(文)이다. 하여, 옛사람의 말을 빌리면 하늘이라는 글자는 푸르지 않으며, 까마귀는 검지 않다.


모순과 거짓에 떳떳함을 내세우는 것은 '진심'이라는 가면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신실함, 진정성 따위를 내세우는 반반한 얼굴과 은은한 말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신실한 탐욕과 뻔뻔한 진정성, 진심의 가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참된 것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이 허위일 뿐이며 허위의 껍데기를 벗기더라도 또 다른 허물이 나오는 것이 세상의 맨 얼굴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참된 것에 편향되어 도리어 세계의 실상, 허위의 생생한 낯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盡心이 곧 眞心이라 하던데 나에게는 영 다른 것으로 느껴진다. 眞心을 묻는 자는 거짓을 지워내기 바쁘지만 盡心을 묻는 자는 넉넉하지 않고자 한다. 늘 그 마음을 다할 뿐이다. 때로는 그것이 어설픈 넋두리일 수도 있고, 지저분한 배설일 수도 있으며, 갈피 없는 정념의 폭발일 수도 있다. 그저 그렇게 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 쏟아낼 뿐이다.


하여 眞心 다음에는 무엇인가 따라붙지만 盡心은 그것으로 끝이다. 벅벅 긁어낸 마음은 그 스스로 마침표를 꽝꽝 찍어낸다. 그렇기 때문인가. 끄적인 글들이 많지만 그것을 살뜰히 아껴 서랍 속에 쟁여두고 싶지 않다. 채 주소를 쓰지 못하더라도 서둘러 우표를 붙여 떠나보낼 일이다. 쾅쾅 이별의 소인을 찍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차이나는 옹달 주간 구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