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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Sep 30. 2019

VPN과 씨름

중국 여행중에 매일 하루 일정을 정리했어요.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개인 페이스북에만 올렸네요.

이를 간단히 수정하여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여행에 동행한 아이가 쓴 글도 있어, 교차로 게시합니다. 

더 정리한 내용은 나중에 나누어요.




9월 6일 VPN과 씨름



링바오에 도착했습니다. 정저우에서 약 1시간 반.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고속 열차는 제법 빠르고 편합니다. 기차에서 조금 노닥거리니 바로 내릴 시간이예요.


이번 여정 가운데 링바오가 가장 작은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내리는 사람도 적어요. 따로 표지판도 보이지 않습니다. 버스는 어디로 택시는 어디로 등등. 사람들을 따라 내려가니 도로에 차들이 질서 없이 서 있습니다. 어느 차는 지인을 데리러 온 차고, 어느 차는 호객행위를 하는 차고… 

 

다행히 택시를 하나 잡아 탔어요. 돌아오는 길을 보니 택시를 잡아 탄 것이 다행입니다. 자칫하면 시내로 돌아오지도 못했겠어요. 도시 외곽에 위치한데다, 링바오가 작아 택시가 잘 보이지 않는군요.


어느새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붉게 물들며 어둑해지는데 길은 컴컴하고 문득문득 집이나 가게들이 보입니다. 무서울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오랜만에 낯익은 풍경이라 반가웠습니다. 중국 시골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황량한 분위기에 한 시간 정도 달렸습니다.


아이와 수다를 떠는데 택시 기사가 묻습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무려 10시간 넘게, 한국에서 왔노라고 말했지요. 그렇게 말문이 트여 이것저것 수다를 떨며 숙소까지 왔습니다. 인구도 적고 예전에는 현급 행정구역이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습니다. 영 뭐가 없어요.


그래도 숙소 주변에서 작은 마트를 발견해서 간식거리를 사왔습니다. 아이는 망고를 먹고 싶어 하는데 망고는 보이지 않고… 그래서 조금 더 돌아다녀 보기로 합니다. 다행히 한 블록 더 걸어가 보니 소학교가 있고 맞은편에 가게들이 여럿 있습니다. 빵가게며 문구점, 그리고 과일 가게까지.


망고가 있어 두 개를 사왔습니다. 암요 중국에 오면 망고를 먹어야지요. 제법 싱싱한 망고를 싸게 먹을 수 있답니다. 헌데 문제는 칼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무슨 칼이건 남아나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다행히 중국 과일 가게에는 과일을 깎아 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문제는 실력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예전에 한 번은 영 칼을 쓰지 못하고 망고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하는 바람에 제가 직접 ‘집도’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한편 중국 과일 가게에서 쓰는 칼은 낫처럼 생긴 데다 사용하는 방법도 우리네와 달라요. 보통 우리는 과일을 깎을 때 바깥에서 안쪽으로 칼날을 두는데 그들은 안쪽에서 바깥으로 칼날을 둡니다. 실상 따져보면 그게 더 안전한 방법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불안해 보일까요.


숙소에 돌아와서는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좋은 아빠 노릇을 한답시고 하루 일과를 정리해서 글로 쓰라고 했지요. 흠흠… 저는 옆에서 VPN 문제로 한참 머리가 아팠습니다. 점점 VPN 쓰기가 힘드니… IT 강국에서 이웃나라로 넘어오면 불편한 게 당연한 일인데, 중국은 중국 내의 강력한 인터넷 세계가 있어 그것대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때문에 저는 핸드폰을 2개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간단한 데이터 로밍폰, 하나는 중국 번호가 있는 폰.


중국에서는 중국 번호가 있는 폰이 제일입니다. 그러나 조국의 소식이 궁금한 나머지 데이터 로밍으로 한국 번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그밖에 다른 유익도 많지요. VPN 문제로 한참 씨름하고 이제 잠자리에 듭니다. 그냥 잠을 자도 되는데, 책임감에 짧게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씁니다.


내일은 그 유명한 함곡관을 가는 게 간단한 목표입니다. 또 무슨 이야기를 쌓아둘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ㅎㅎ


미세팁! 과일을 깎아 주긴 하는데 이쑤시게를 넣어주는 게 전부입니다. 이런 게 있으면 과일 먹을 때 꽤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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