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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r 26. 2021

장자익 : 제물론 1

번역해보자

제물론제이

齊物論第二


【郭註】
자신은 옳고 상대는 그르다 하며, 자신을 내세우며 상대를 무시하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비록 다르다 하여도 상대와 나는 똑같다. 
夫自是而非彼。美己而惡人。物莫不皆然。然是非雖異。而彼我均也。

【荆川】
본래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이 이 편의 내용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모두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通篇論本無是非。是非皆人所作。


남곽자기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어.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것이 마치 넋을 잃은 것처럼 보였어. 옆에서 서 있던 안성자유가 말했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모습은 마치 마른나무와 같고 마음은 마치 죽은 재와 같습니다. 지금 책상에 기대어 있는 사람은 어제 책상에 기대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남곽자기가 말했지. "언(안성자유의 이름)아, 좋은 질문이구나. 좋은 질문이구나.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잃었는데 너는 그것을 알겠느냐? 너는 사람의 피리 소리는 들었어도 땅의 피리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 땅의 피리 소리를 들었다 하더라도 하늘의 피리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을 게다."


안성자유가 말했어 "무슨 뜻인지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남곽자기가 말했어 "대지가 숨을 내쉬는 것을 바람이라 부르지. 바람이 일지 않을 때도 있지만, 바람이 일면 모든 구멍이 울부짖는다. 휘익휘익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테다. 깊은 숲 속 백 아름이나 되는 커다란 나무에 여러 구멍이 있어. 어떤 것을 코 같고, 어떤 것은 입 같고, 귀 같고, 눈 같다. 술잔 같은 것, 절구통 같은 것도 있지. 웅덩이 같은 것도 있고 구덩이 같은 것도 있어. 아아 우우 호통치는 것 같기도 하고, 쉬익 휘익 성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이 여이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낄낄 깔깔 웃는 것 같기도 해. 앞에서 위잉 소리가 나면, 이어서 휘잉 하는 소리가 뒤따르지. 산들바람은 작게, 하늘바람은 크게 세상을 울리지. 아무리 사나운 바람이라도 멈추면 구멍들은 텅 비어 있을 뿐이야. 이윽고 흔들흔들 살랑살랑 잦아지는 걸 알 테지?"


자유가 말했어. "땅의 피리 소리라는 것은 여러 구멍에서 나는 소리이고, 사람의 피리 소리란 퉁소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하늘의 피리 소리란 어떤 것입니까?"


자기가 말했어. "갖가지 다른 것에 숨을 불어넣은 것 인데도 제 스스로 그런 줄 알아. 저마다 각기 제 생각을 가지고 있다지만, 불어넣은 것은 누구일까?"


南郭子綦隱几而坐。仰天而嘘。嗒焉似喪其耦。顔成子游立侍乎前曰。何居乎。形固可使如槁木。而心固可使如死灰乎。今之隱几者。非昔之隱几者也。

子綦曰。偃。不亦善乎。而問之也。今者吾喪我。汝知之乎。汝聞人籟。而未聞地籟。汝聞地籟。而未聞天籟夫。

子游曰。敢問其方。

子綦曰。夫大塊噫氣。其名為風。是唯無作。作則萬竅怒呺。而獨不聞之翏翏乎。山林之畏隹。大木百圍之竅穴。似鼻似口似耳似枅。似圈似臼。似洼者。似汚者。激者謞者。叱者吸者。叫者譹者。宎者咬者。前者唱于。而隨者唱喁。冷風則小和。飄風則大和。厲風濟則衆竅為虚。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

子㳺曰。地籟則衆竅是已。人籟則比竹是已。敢問天籟。

子綦曰。夫吹萬不同。而使其自己也。咸其自取。怒者其誰邪。

* 噫(애) : 한숨 쉬다. 탄식하다. 트름, 하품.
* 唯無(유무) : "<장자>에서 유무는 '~하지만 않는다면'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앵거스 그레이엄 역 116쪽)
* 畏隹(외최) : 높은 산
* 枅(계) : 가로보, "장부를 꽂는 구멍"(앵거스 그레이엄 역, 116쪽) |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다. 맥락상 '눈'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적당할 듯싶다. 눈을 가리키는 은어가 아니었을까? 눈썹을 가로보로 보고, 그 아래 뚫린 구멍을 가리키는 건 아니었을까. 
* 圈(권) : 술잔
* 臼(구) : 절구
* 謞(학) : "효"(장자익), 부르짖다.
* 夫吹萬不同。而使其自己也。咸其自取。怒者其誰邪。: 앵거스 그레이엄은 이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夫吹萬不同, 而使其自已也咸, 其自取也怒者. 其誰邪." 이는 원이둬聞一多의 구두점을 참고한 것으로 여기서 '함咸'을 '함緘, 봉하다'는 뜻으로 보았다. 앵거스 그레이엄의 풀이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똑같은 게 하나도 없는 수만 가지 구멍에 숨을 가득 불어넣는 자, 그것들이 스스로 멈출 때 그것들을 꽉 봉하는 자, 그것들이 스스로 택할 때 그것들에게 힘을 몰아 대는 자, 그자는 누구인가?"(116쪽~117쪽)



隱 : 기대다.
嘘 : 숨을 내쉬다.
嗒焉 : 몸이 흐트러진 모양이다, 
偶 : 짝. 일설에는 몸이라 한다. 몸과 정신이 짝이 되기 때문이다.
大塊 : 자연
畏隹 : 산이 높은 모양이다. 
枅: 두공.
宎: 깊다.
咬: 애절한 소리.
隱憑也。嘘息也。嗒焉解體貌。偶匹也。一云。身也。身與神為偶。大塊天也。畏隹山阜貌。枅欂櫨也。宎深也。咬哀切聲。
* 欂櫨(박로) : 두공, 기둥 위의 방형의 나무.



【郭注】

하늘과 사람이 같고 남과 내가 같다. 그러므로 따로 기뻐 반길 만한 것이 없으니 멍하니 흐트러진 모양이었다. 마치 짝을 잃은 것과 같았다. 마른나무, 죽은 재는 적막하니 감정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자연스러움에 맡겨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을 잊는 것은 마음을 하늘의 바름에 맡겨둘 뿐이다. 또 마음먹을 게 있을까. 그러므로 멈춰 있을 때에는 마른나무와도 같고, 움직이면 떠다니는 먼지와도 같다. 움직이고 멈추는 모양은 내가 한결같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심과 자유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을 잃었다"는 것은 스스로 잊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잊으면 천하에 무엇을 충분히 안다고 할까. 그러므로 안과 밖 모두를 잊고 초연히 함께 얻는다. 


籟: 퉁소이다. 퉁소의 구멍은 서로 달라 다른 소리를 낸다. 그렇게 길고 짧으며 높고 낮은 다양한 소리가 있다. 그러나 소리를 나게하는 것은 하나다. 그러므로 우열을 따질 것이 없다. 하물며 바람이 불면 사물이 다르더라도 소리는 같다. 그러므로 모두 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였으니, 천지의 피리 소리에서 나타난다.


괴(塊)는 사물이 없다는 것이니, 애기噫氣가 어찌 있다는 것이겠는가. 기는 홀로 스스로 움직일 뿐이다. 사물의 생성 역시 모두 홀로 스스로 생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홀로 있는 모습이 크다. 이를 따라 '대괴大塊'라 이름 붙였다. 


료료(翏翏)는 긴 바람 소리이다. 외최(畏隹)는 큰 바람이 세차게 움직이는 것이다. 코와 입을 이야기한 부분은 대체로 여러 구멍이 비슷한 모양이라는 뜻이다. 각기 소리를 이야기한 부분은 대체로 여러 구멍이 다른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위잉 휘잉이라 한 부분은 소리가 저마다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 모양에 맞게 크고 작게 어울려 각자 그 분수에 맞다는 뜻이다. 


멈추다(濟)는 그치다는 뜻이다.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면 구멍들이 가득 차나 바람이 그치면 구멍들은 텅 빈다. 가득 차거나 텅 비는 것이 비록 다르나 각기 상황에 맞는 것은 똑같다. 흔들흔들 살랑살랑(調調刁刁)은 움직이며 흔들리는 모양이다. 사물의 소리가 다르듯 움직이며 흔들리는 것도 다르다. 움직임이 서로 다르지만 각기 상황에 맞음은 똑같을 뿐이다. 어찌 흔들흔들만 옳고 살랑살랑만 그르겠는가? 


吹萬不同而使其自己 : 이것이 하늘의 피리 소리이다. 하늘의 피리 소리가 어찌 다시 따로 사물이 있는 것일까. 곧 여러 구멍이나 피리 따위이다. 살아 있는 것들과 만나 함께 한 세상을 이룬다. 없음이 없음일 뿐이라면 있음을 생성할 수 없다. 있음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또한 사물을 낳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낳고 낳는다 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우뚝하니 스스로 생겨날 뿐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물을 생성하지 못하며 사물 또한 나를 생성하지 못하니 나는 자연이 그럴 뿐이다. 제 스스로 그러하니 이를 일러 천연이라 하겠다. 어찌 푸르고 푸른 하늘을 가리키는 것이겠는가. 어떤 사람은 하늘의 피리 소리가 사물을 부려 나를 따르게 하는 것이라 한다. 하늘이 스스로 있을 수 없다면 사물을 있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늘이란 만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일뿐이다. 어디 가든 하늘이 아닌 것이 없다. 누가 따로 주인 노릇을 하여 사물을 부리는 것이겠는가. 그러므로 사물은 각기 스스로 생겨난다. 어디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천도, 하늘의 이치이다. 


咸其自取。怒者其誰。 : 사물이 각기 자유로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누가 주인 노릇을 하여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다시 하늘의 피리 소리를 설명한 것이다. 


同天人。均彼我。故外無與為歡。而嗒然解體。若失其配匹也。槁木死灰。言其寂寞無情耳。夫任自然。而忘是非者。其中獨任天真而已。又何所有哉。故止若枯木。行若遊塵。動止之容。吾所不能一也。其於無心自得。吾所不能二也。

吾喪我。我自忘矣。我自忘矣。天下何物足識哉。故都忘外内。然後超然俱得也。

籟簫也。簫管參差。宮商異律。故有短長髙下萬殊之聲。而所禀之度一也。然則優劣無所錯其間矣。況之風。物異音同。是而咸自取焉。天地之籟見矣。

塊者無物也。噫氣者豈有物哉。氣塊然而自噫耳。物之生也。莫不塊然而自生。則塊然之體大矣。故遂以大塊為名。

翏翏長風之聲。畏隹大風之所扇動也。鼻口以下。畧舉衆竅之所似。激謞以下。略舉衆竅之殊聲。于喁云者。言聲之宫商雖千變萬化。唱和大小莫不稱其所受。而各當其分也。

濟止也。烈風作則衆竅實。及其止則衆竅虚。虚實雖異。其于各得則同也。調調刁刁動搖貌。言物聲既異。形之動搖亦又不同。動雖不同其得齊一耳。豈調調獨是。而刁刁獨非乎。

吹萬不同而使其自己。此天籟也。天籟者豈復别有一物哉。即衆竅比竹之屬。接乎有生之類。會而共成一天耳。無既無矣。則不能生有。有之未生。又不能為生。然則生生者誰哉。塊然而自生耳。非我生也。我既不能生物。物亦不能生我。則我自然耳。自己而然。則謂之天然。豈蒼蒼之謂哉。而或者謂天籟役物使從己也。夫天且不能自有。況能有物哉。故天也者萬物之總名也。莫適不天。誰主役物乎。故物各自生。而無所出焉。此天道也。

咸其自取。怒者其誰。言物各自得。誰主怒之使然。蓋重明天籟也。

* 簫(소) : 퉁소
* 參差(참치) : 가지런하지 않음
* 錯(조) : 두다
* 塊(괴) : 덩어리, 흙, 홀로
* 扇(선) : 세차게

 



드디어 <제물론>이다. 이설도 많고 해석이 서로 엇갈리는 장이다. 곽상의 주석이 꽤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성(生)이란 자생自生임을, 무엇이 무엇을 낳지도 않으며, 무엇이 무엇으로 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모든 것들은 툭 생겨났다. 

개인적으로 <제물론>에 주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쉽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시비판단을 하지 않음, 우열을 따지지 않음, 사물 개별의 존재를 인정함 나아가 만물제동 혹은 만물평등을 이야기한다고 해석되고는 하는데 일단 그 해석이 너무 재미없고, 과연 정말 세상이 그런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곽상식의 해석에 매몰되면 모든 갈등, 투쟁 자체를 헛짓거리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초벌 번역이라 거칠고 잘못된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상세히 고치는 것을 미루도록 하자. <제물론> 전체를 정리하고 보이는 부분이 있을 테니 말이다. <소요유> 번역도 조금씩 새로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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