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독회 #4

廢漢帝陳留為皇 謀董賊孟德獻刀

by 기픈옹달

삼국지 강독회 네 번째 시간입니다. 한 주에 한 회씩 읽으니 드라마 보는 것처럼 묘한 재미가 있네요. 조금씩 읽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이번 4회의 주인공은 동탁과 조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廢漢帝陳留為皇 謀董賊孟德獻刀
The Installation of the Chenliu Prince; Emperor Shao Is Deposed;
A Plot Against Traitor Dong; Cao Cao Presents a Jeweled Knife


제목을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황제를 폐하고 진류왕을 황제로 세우다. 동탁을 죽이려는 계획을 새우나 맹덕은 칼을 바치다.' 영문에서는 'Emperor Shao'라고 했는데 이는 소제少帝를 말합니다. 전통적으로 황제의 시호는 특정한 의미를 갖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소제'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마치 허수아비와 같은 황제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 한대漢代만 하더라도 '소제'가 많습니다. 불우한 삶을 산 사람들이지요.


첫대목은 황제를 폐하는 책문에서 뽑아왔습니다. 책문이 무슨 재미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책문이라는 공식 문서가 갖는 독특한 문체를 한번 보자는 차원에서 가져왔습니다. 역시 영문도 좀 까다롭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본래 관공서의 글은 재미없는 법이니까요.


孝靈皇帝 早棄臣民 皇帝 海內仰望
Although the late Majestic Emperor Ling the Filial
departed all too soon,
there were high expectations in the land
when the present Emperor assumed the throne.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漢의 황제들은 시호 맨 앞에 효孝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효령제'라고 하였습니다. 전한前漢과 구별하여 '후한영제後漢靈帝'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삼국지>의 서막을 여는 인물입니다. 영제에 이르러 한漢은 실질적으로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지에서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환관과 외척의 권력다툼에 이어 각지에서 군웅들이 일어나니 말입니다.


효령제와 하황후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소제少帝가 됩니다. 이 책문의 내용에 따르면 황제가 즉위했을 때에는 백성들이 기대하는 바가 많았답니다. 海內仰望, 여기서 해내海內는 사해지내四海之內를 줄임말입니다. 옛사람들은 커다란 땅 덩어리 위에 살며, 이 땅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해내'란 그렇게 둘러싼 바다 안쪽, 다른 말로 바꾸면 천하天下라 할 수 있습니다. 천하 백성들이 우러러보며 기대했다는 뜻이지요.


茲廢皇帝為弘農王 皇太后還政
請奉陳留王為皇帝 應天順人 以慰生靈之望
Thus: the sovereign is hereby deposed
and reduced to prince of Hongnong.
The queen mother will be relieved of all administrative duties.
We enthrone the prince of Chenliu,
in response to Heaven, in concurrence with men,
and to satisfy the people's expectations.


아무리 실권이 없는 황제라 하더라도 자리에서 쫓아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책문까지 쓰는 것이지요. 책문에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자질이 부족하다. 덕이 없다. 여기에 동태후의 상례에 힘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도 더합니다. 동탁과 동태후가 성이 같아 관련이 없을까 찾아보았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네요. 그런데도 동태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성이 같다는 이유로 동탁이 이득을 본 게 무엇이든 있을 법합니다.


결국 소제는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나 홍농왕이 되고, 하태후 역시 권력을 잃습니다. 거기서 그치면 좋으련만 비참한 죽음을 맞지요. 뒤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진류왕, 훗날 헌제로 불리는 이의 삶도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좀 오래 살기는 했으나 이른바 못 볼 꼴을 다 보았기 때문이지요.


collage.png 삼국지 게임이 말하는 후한말 세 황제의 역량




두 번째로 꼽은 장면은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는 장면입니다. 동탁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일부 신하들은 동탁을 해치울 방안을 찾습니다. 그 와중에 조조는 왕윤에게 칠성보도를 받아 동탁을 암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마침 동탁이 조조에게 말을 선물해주겠다며 여포를 시켜 말을 끌고 오게 합니다. 호위무사 격인 여포가 자리를 비우니 동탁을 죽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即欲拔刀刺之 懼卓力大 未敢輕動
But he resisted the impulse to stab him then and there,
fearing Dong Zhuo's enormous physical strength.


그러나 동탁이 워낙 건장했기 때문에 쉽게 달려들지 못합니다. 서쪽 변방의 장수 출신이었다고 하니 전쟁터를 누빈 장수답게 꽤 강했나 봅니다. 조조가 칼을 빼어 단칼에 베어버릴 정도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신중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담대하지 못하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조조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동탁은 자리에 누워 돌아눕습니다. 이유인즉 살이 쪄서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랍니다.


時呂布已牽馬至閣外
操惶遽 乃持刀跪下曰
操有寶刀一口 獻上恩相
At that moment Lü Bu returned with the horse,
and Cao dropped shakily to his knees,
proferring the knife with both hands.
"I wanted to offer this treasure in gratitude to Your Excellency,"
he said.


등을 내보인 순간, 조조는 칼을 빼들어 동탁을 치려합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동탁이 보고는 급히 몸을 돌려 묻습니다. '무엇을 하려는 게냐!?' 마침 여포도 말을 끌고 돌아왔습니다. 자칫하면 자신의 목이 달아날 급박한 순간 조조는 무릎을 꿇고 동탁을 죽이려던 보도寶刀를 동탁에게 바칩니다. 임기응변에 능한 조조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5f35687a477c4ad59468bc5a246570ea_th.jpg 操有寶刀一口 獻上恩相


이렇게 조조는 위기에서 벗어나 그날로 도망칩니다. 동탁에게서 선물로 받은 말을 타고 수도를 떠납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잡히고 맙니다. 다행히도 그를 잡은 인물은 진궁, 그는 조조를 놓아주는 것은 물론 그를 따르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가 기대하던 조조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조조가 여백사를 죽이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조조와 진궁은 도망길에 여백사의 집에 몸을 숨깁니다. 여백사와 조조는 오랜 친분이 있던 관계. 여백사는 반갑게 조조를 맞이합니다. 그날 밤 여백사는 술을 사러 집을 비운 시간에 참사가 벌어집니다. '縛而殺之 何如 : 묶어서 죽이면 어떨까?' 이 대화를 엿들은 조조와 진궁은 자신들을 죽이려는 줄 알고 현장에 난입해 사람들을 모두 죽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뿔싸! 돼지를 잡으려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결국 이 둘은 도망치지만 도망치는 길에 다시 여백사를 만납니다. 오래 머물 수 없다며 핑계를 둘러대며 자리를 피합니다. 그러나 조조는 얼마 가지 않아 말을 돌려 여백사를 죽입니다.


行不數步 忽拔劍復回 叫伯奢曰 此來者何人
伯奢回頭看時,操揮劍砍伯奢於驢下
Then he turned and dashed back, his sword drawn,
calling to Lü Boshe, "Who's coming over there?”
As Boshe looked away Cao Cao cut him down,
and he fell from his donkey.


여백사는 조조의 오랜 지인이었으며 조조를 따뜻하게 맞아준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물론 여백사 본인까지 죽이는 조조의 모습은 잔혹하게 보입니다. 지금은 좀 다르게 해석된 경우가 많지만, 보통 <삼국지>의 독자들이 조조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4회에서 조조는 동탁 암살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권력을 쥔 자는 베지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백성을 베었습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寧教我負天下人 休教天下人負我
"Better to wrong the world than have it wrong me!"


조조의 악행에 경악하는 진궁에게 조조가 남기는 말입니다.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조조를 전혀 다르게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천하사람들을 등질 지언정, 천하사람들이 나에게 등지도록 할 수는 없다"는 저 말에는 야심 찬 한 인물이 보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또한 조조의 감출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xNwAUf1GyU

口水三国 吕伯奢篇

한 동안 유관장 삼형제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들을 만날 때가 되었어요. 다음 주에는 삼국지 전반을 수놓는 여러 인물들이 한꺼번에 몰아칩니다. ^^


강독회 자료 :: http://naver.me/5zCCZ1HN

강독회 녹취 :: http://naver.me/5deeRKSZ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다음 2월 6일에는 5회를 읽습니다. http://cafe.naver.com/ozgz/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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