議溫明董卓叱丁原 餽金珠李肅說呂布
여사면의 <삼국지를 읽다>는 '환관'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외척', 그다음은 '황건'. 후한말, <삼국지> 배경이 되는 난세를 연 주범(?) 들이지요. 황건적의 난이 매우 컸지만 <삼국지> 안에서는 금세 사라집니다. 1~2회에서 이미 황건적은 일소되어 버려요. '잔당'이라는 이름으로 드문드문 등장할 뿐입니다. 이제 무대는 궁궐 안으로 바뀝니다. 앞서 살짝 언급했듯 동태후와 하태후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태후는 암살당하고 하태후와 그 오라버니 하진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議溫明董卓叱丁原 餽金珠李肅說呂布
In Wenming Garden, Dong Zhuo Denounces Ding Yuan;
With Gold and Pearls, Li Su Plies Lü Bu
제목만 보면 하진이 끼어들 구석은 없어 보입니다. 제목에서는 동탁과 정원, 이숙과 여포가 주요 인물로 언급됩니다. 그래도 삼국지 초반의 주요 인물로 하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대장군'의 자리에 오른 인물인데 말이지요. 뿐만 아니라 그 인물에 주목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마지막에...
하진은 십상시 세력을 해치우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가운데는 지방 군벌을 수도로 불러 모으는 것도 있지요. 덕분에 동탁이 중앙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습니다. 동탁이 동쪽으로 말을 돌려 수도를 향할 때 수도에서는 십상시 무리가 하진을 죽입니다.
汝本屠沽小輩 我等薦之天子 以致榮貴
You came from a family of butchers;
your recommendation to the throne came from us;
and through us you rose to power and glory.
不思報效 欲相謀害 汝言我等甚濁 其清者是誰
But now you conspire against us,
forgetting the duties and the thanks you owe.
Who is so pure, tell me, if we are as corrupt as you say?
후한말 백정의 사회적 지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屠沽, 백정 출신이었던 하진이 대장군에 이른 것은 여동생이 황후가 되었기 때문이었고, 여기에는 십상시의 후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십상시 입장에서 하진은 은혜를 모르는 괘씸한 놈이었을 것입니다. 한편 권력을 탐하기는 하진과 같은 외척이나 환관이나 매한가지 아니었을까요? '汝言我等甚濁 其清者是誰, 너는 우리가 심히 더럽다 말하는데, 깨끗하다는 놈이 누구냐?' 환관들의 물음이 날카롭습니다.
進慌急 欲尋出路 宮門盡閉 伏甲齊出 將何進砍為兩段
He Jin searched frantically for a way to escape, but every gate was shut. The assassins closed in and cut He Jin in two at the waist.
결국 하진은 궁 안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황석영의 <삼국지>에서는 '어육'이 되었다 표현했는데, 원문에서는 兩段, 두 쪽이 되었다 합니다. 어쨌든 비참한 죽음입니다. 하진의 죽음으로 궁궐은 쑥대밭이 됩니다. 원소 등은 군사를 이끌고 궁에 쳐들어와 십상시 무리를 죽이고, 일부는 황제와 진류왕을 데리고 도망칩니다.
이렇게 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 하진이지만, 그의 손자 하안何宴은 중국 사상사에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깁니다. 바로 <논어>를 정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지요.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녹음파일을... ^^
다음 장면은 바로 여포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삼국지>의 무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요. 최고의 무장이라 불러도 무방한 인물입니다. 그의 첫 등장은 꽤 인상적입니다.
生得器字軒昂 威風凜凜 手執方天畫戟 怒目而視
(...) a massive presence that inspired a shiver of awe.
The man was clenching a figured halberd with two side blades,
his eyes filled with anger.
하진의 죽음 이후 도망친 황제와 진류왕을 궁궐로 데리고 온 인물이 바로 동탁이었습니다. 그 이후 동탁의 전횡은 심해져 황제를 폐하고 진류왕을 황제로 세우자는 이야기까지 내놓습니다. 버젓이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는 대신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이에 정원이 크게 노하며 반대합니다. 그가 대놓고 동탁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것은 여포라는 무장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포를 묘사하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器字軒昂, 이 뜻을 알 수 없어 한참을 찾았습니다. <삼국지>에서 나온 이 말은 '形容人的神采奕奕, 氣度不凡', 풍채가 크고 기세가 비범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威風凜凜, 위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늠름한 장수. 그는 손에 방천화극을 들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이 유명한 무기는 사실 무기로는 별로 가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여포가 들고 있으니 다른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여포는 절대적인 강력함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인중여포人中呂布'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으뜸이라는 것이지요. 덕분에 여포vs장비 혹은 여포vs관우는 끝없는 논쟁을 낳는 떡밥입니다. 사실 출발 자체가 무의미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교해보는 게 <삼국지>의 또 다른 재밋거리이기도 합니다.
인중여포라면 '마중적토馬中赤兎'라 해야 합니다. 본디 이 말은 동탁의 손에 있다가 이숙이 여포를 설득하기 위해 선물로 전해줍니다.
有良馬一匹 日行千里 渡水登山 如履平地 名曰赤兔
I have with me a superb horse.
He can travel a thousand li a day,
ford streams and climb hills as if riding on flat ground.
He's called Red Hare.
'적토마'라는 말을 수 없이 했지만 그 뜻이 궁금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알았네요. '적토赤兔'란 직역 하편 '붉은 토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Red Hare'입니다. 日行千里,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이 말을 토끼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한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따져보니 실제 속도는 말이 더 빠르지만, 잽싸고 민첩한 것으로 치면 토끼만큼 빠른 게 없지요. 그래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합니다.
嘶喊咆哮 有騰空入海之狀
His whinnies and neighs expressed the power
to vault up to the sky or plunge into the deep.
이 거센 말의 기운은 하늘에 오르고, 바다에 들어갈 정도였답니다. 이후 <삼국지>의 여러 전장에서 목숨을 잃지 않는 훌륭한 말이지요. 몇 번 주인이 바뀌지만 그 용맹함은 여전합니다. 말의 수명이 그렇게 긴지, 혹은 정말 당시 무장들이 말 한 마리에 주군을 바꿀 만큼 그렇게 말에 마음을 빼앗겼는지는 논외로 합시다. <삼국지>는 하나의 소설이고 이야기이니 말이지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면 그만입니다.
강독회 자료 :: 180123] 삼국지 강독회 3.pdf
삼국지 강독회 3회 녹취 :: http://naver.me/GjSFa38V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다음 1월 30일에는 4회를 읽습니다. http://cafe.naver.com/ozgz/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