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독회 #2

張翼德怒鞭督郵 何國舅謀誅宦豎

by 기픈옹달

황건적의 난을 비롯해, 주요 인물이 등장했던 1회에 비해 2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장비가 독우를 매질 한 일, 외척 하태후 및 하진과 십상시 환관 세력의 갈등 정도가 2회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황석영역에서는 '십상시의 난'으로 제목을 붙였지만 원문의 제목은 이와 좀 다릅니다.


張翼德怒鞭督郵 何國舅謀誅宦豎
Zhang Fei Whips the Government Inspector;
Imperial In-Law He Jin Plots Against the Eunuchs’


우리말로 풀이하면 '장비 익덕이 노하여 독우를 매질하고, 하국구 하진이 환관을 죽일 꾀를 내다' 정도가 됩니다. 부끄러운 말인데, 원문을 꼼꼼하게 읽기 전에는 '독우督郵'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Government Inspector'라는 영어 번역처럼 관직 이름이더군요. ;;


강독회에서는 총 세 장면을 꼽았습니다. 우선 장비가 화를 내며 동탁을 죽이겠다고 하자 유비가 말리는 장면입니다. 1회와 2회에서 장비는 앞뒤 재지 않고 행동을 옮기는 의협심에 넘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특히 2회에서는 장비의 저 과감한 행동과 하진 무리의 주저함이 묘하게 대립되네요.


飛曰 若不殺這廝 反要在他部下聽令 其實不甘
"If we don't do away with the wretch," Fei retorted,
"we'll be taking orders from him—the last thing I could stand.


삼국지를 읽으면 구어투 표현을 여럿 만납니다. 장비의 말에 보이는 '這廝'는 현재 중국어에서도 쓰이는 표현입니다. '这厮zhèsī' 풀이하면 '이놈' 정도가 되려나요. 장비 눈에 동탁은 어서 빨리 없애버려야 하는 탐관오리로 보입니다. <삼국지> 이야기를 듣는 청자 혹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게 바로 장비이지요. 어서 빨리 처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f0069745_4b55eea1b542d.jpg?type=w773 삼국지 스테이지 1 최종 보스 동탁 <창천항로>


玄德曰 我三人義同生死 豈可相離
"We three, sworn to live and die as one,"
said Xuande, "must not part."


동탁 문제를 두고 유비, 관우와 뜻을 달리하자 성격 급한 장비는 혼자 떠나겠다 주장합니다. 이에 현덕, 유비는 義同生死, 함께 죽고 살기로 의형제를 맺은 사이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함께 떠나자고 합니다. 철부지 막내를 달래는 맏형의 모습은 다른 데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유관장 삼형제는 동탁과의 악연을 끊고 다른 길을 떠나지요. 그러나 <삼국지>를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이 악연은 뒤에 다시 반복됩니다.




두번째 장면의 주인공 역시 장비입니다. 독우를 매질하는 장면인데요, 동탁을 상대로 맺혔던 울분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부분입니다. <삼국지>에서는 문제의 발단을 독우에게서 찾지요.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사람이 지방 관리에게 공공연하게 뇌물을 요구합니다. 지방관리 입장에서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뇌물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비가 이를 거절하자 독우는 유비의 죄를 찾고자 애꿎은 현리를 심문합니다.


張飛大怒 睜圓環眼 咬碎鋼牙 滾鞍下馬 逕入館驛
Zhang Fei's eyes widened with anger.
Jaw set, he slid from his saddle and went straight to the posthouse.


원문으로 보니 장비의 화끈한 성격이 더 잘 드러납니다. 睜圓環眼 눈을 크게 뜨고 부라리며, 咬碎鋼牙 바득바득 이를 갈고는 거침없이 독우가 머물고 있던 관사로 쳐들어 갑니다. 네 글자씩 끊어지는 이 부분은 장비의 거침없이 달려드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장비는 다짜고짜 독우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나와서는 버드나무 가지로 매질을 합니다. 鞭,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7790945022215748.jpg?type=w773 睜圓環眼, 일단 장비는 눈이 커야 합니다.


따져보니 버드나무 가지로 맞으며 무척 아팠을 겁니다. 열몇 개가 부러지도록 매질했다니 독우가 살려달라 목숨을 구걸했다는 것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뒤늦게 유비와 관우가 사건 형장으로 달려옵니다. 흥미로운 건 관우가 독우를 죽여버리자 한다는 점이예요. 하긴 관우는 앞서 탐관오리를 죽인 죄로 도망 다닌 전력이 있습니다. 유비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독우에게 관인을 돌려주고는 방랑길을 떠납니다. 말이 방랑이지 사실은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여튼 여차여차하여 유비는 다시 공을 세우고 평원에 둥지를 틀게 됩니다.




이때 조정에서는 어린 황제를 두고 십상시 환관 세력과 외척 세력이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하국구何國舅로 소개되었던 대장군 하진은 하태후의 오라버니, 그러니까 황제의 외삼촌이었지요. 본문에서는 아주 짧게 언급됩니다만 외척 세력 간 다툼도 있었습니다. 동태후와 갈등이 있었는데요, 실권을 쥔 하태후 측이 승리합니다.

하진은 십상시를 몰아내기 위해 여러 수를 써보지만 십상시의 물밑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 골몰하던 차에 원소가 꾀를 냅니다. 지방의 군벌 세력에게 격문을 띄워, 이들을 수도로 모여들게 하여함께 환관 세력을 치자는 것이지요. 미리 이야기하면 이 계획은 삼국지 초반의 혼란을 낳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이를 빌미로 이후 동탁이 권력을 손에 쥐지요.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주부 진림이 나서 원소의 계책을 반대합니다. 자칫 다른 세력을 끌어들였다가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원소의 계책이 마음에 들었던 하진은 이렇게 단칼에 그의 말을 무시합니다.


何進笑曰 此懦夫之見也
With a laugh, He Jin said,
"This weak-kneed scholar understands nothing!”


황석영은 이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하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겁쟁이의 소견일 뿐이다.'" 懦夫를 겁쟁이로 풀었습니다. 풀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懦와 비슷한 글자로 儒가 있습니다. 유학자를 뜻하는 '儒'가 나약함을 뜻하는 '懦'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영어 번역에 눈이 갑니다. 'weak-kneed scholar' 백정 출신 하진이 보기에 진림의 말은 글만 아는 선비의 공허한 주장에 불과했을 겁니다. 실제로 진림은 속담을 들어 계책의 문제점을 짚고 있는데 이게 하진에게는 영 못마땅하게 보였을 수 있어요.


傍邊一人鼓掌大笑曰 此事易如反掌 何必多議
Another officer beside He Jin was laughing and applauding.
"This really presents no problem," he said.
"Why waste so much time discussing it?”


그 와중에 누군가 鼓掌大笑,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합니다. 간단한 일을 뭐 그리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있느냐고. <삼국지>를 읽으면 장면의 전환을 극적인 장치로 이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습니다. 원소와 하진 그리고 진림 사이에 벌어지는 시끄러운 논쟁에 끼어드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것도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이 대화에 끼어들지요. 당연히 그 사람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視之 乃曹操也
The speaker was Cao Cao.


바로 조조였습니다. 1회에 잠깐 등장했던 조조가 하진 곁에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조조는 대체 어떤 계책을 내놓을까요? 궁금하지만 벌써 2회가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2회는 조조의 등장을 알리고, 짧은 시를 소개한 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不知曹操說出甚話來 且聽下文分解
What did Cao Cao say?
Read on.


우리 말로 풀이하면 '과연 조조는 무슨 말을 할까?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도가 됩니다. 장비가 칼을 빼어들고 동탁의 막사로 뛰어들려는 순간 1회가 끝났다면 2회는 조조의 등장을 알리며 끝납니다. 이러니 뒤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요. 참 절묘한 '절단신공'이라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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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3회 예고편 따위는 없습니다. 동탁과 여포가 등장한다는 점만 간단히 언금해둡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


* 강독회 녹취 파일 : http://naver.me/5CEdr7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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