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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Oct 13. 2022

연암 선생이 열하에 간 이야기

와파서당 역사여행

창대는 앞에서 말을 잡고, 장복이는 뒤따라 온다.
안장에는 주머니 둘을 달아, 왼쪽에는 벼루를 넣고 오른쪽에는 거울, 붓, 먹, 공책 등을 넣었다. 
짐이 이렇게 가벼우니 나라 밖을 나갈 때 국경에서 아무리 검문이 심해도 걱정할 게 없다.
<열하일기>


오늘날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北京]입니다. 베이징(běi jīng)은 北京의 한자를 중국어로 읽은 거예요. 우리말로는 북경이라 읽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말로 읽었지만 지금은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게 원칙이에요.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낙양洛陽'은 오늘날 뤄양(luò yáng)이라 해요. 헌데 장안長安은 좀 다릅니다. 오늘날 도시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시안(xī ān)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西安, 우리 말로는 서안이라 해요. 참 복잡한 일입니다.

 

북경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북쪽[北]의 수도[京]'라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중국에는 남쪽의 수도라는 뜻의 난징(nán jīng, 남경南京)이라는 이름의 도시도 있답니다. '북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당시 중국의 수도는 보통 남쪽에 있었던 까닭이에요. 명明나라가 중국을 새롭게 통일하면서 북경을 수도로 삼았고, 이후 청淸나라도 북경이 수도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베이징, 북경에 가면 황제가 사용한 옛 궁궐을 볼 수 있답니다. 바로 자금성紫禁城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 1780년 조선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났어요. 바로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떠나는 사신들이었습니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당시에는 북경을 연경燕京이라 해서, 이들을 연행사燕行使, 연경[燕]에 다녀오는[行] 사신[使]이라 불렀어요. 


이 연행사 가운데 덩치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본래 그는 사신으로 선발되지는 않았지만, 친척형의 수행원으로 함께 사신 일행에 동참할 수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연암 박지원, 조선에 손꼽히는 글재주를 가진 인물이었답니다. 


박지원의 글은 꽤 유명해서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있을 정도랍니다. 양반의 모습을 꼬집은 <양반전>, 범이 인간의 거짓된 행동을 꼬집는 <호질> 등이 유명해요. 연행사로 먼 길을 갔다 돌아오며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도 있습니다. 여기서 '일기日記'란 매일[日]의 기록[記]이라는 뜻입니다. 연행사로 북경에 다녀오면서 박지원은 보고 듣고 경험한 여러 사건을 글로 남겼어요. 처음부터 박지원은 그게 목표였답니다. 멋진 구경을 하고 재미난 글을 쓰는 것.


당시 연행사로 중국에 다녀오는 사신 가운데는 진귀한 물건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박지원은 그런 진귀한 물건을 사고파는 일보다는 여행의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답니다. 지금이야 여행이 어렵지 않지만 박지원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어요. 그 기회를 글로 남기기로 마음먹고, 벼루와 붓, 공책을 챙겼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박지원의 짐에는 두툼한 글 조각 모음이 들어있었어요. 그렇게 쓴 글을 모아 <열하일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헌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중국의 수도, 연경에 다녀왔는데 어째서 책의 제목이 <열하일기熱河日記>가 된 것일까? 그것은 계획에도 없이 갑자기 열하까지 여행을 다녀왔던 까닭입니다. 


간단히 사연은 이렇습니다.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신 일행은 부지런히 길을 떠나 연경에 도착했어요. 헌데 궁궐에 황제가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황제는 북쪽 피서산장으로 가 있다고 해요. 결국 사신 일행은 급히 황제의 피서산장까지 갑니다. 만리장성을 넘어 수 없이 강을 건너는 험한 길이었어요. 황제의 피서산장이 있는 곳이 바로 열하熱河였답니다. 


열하는 생각보다 꽤 화려한 곳이었어요. 청나라의 황제는 그곳에 피서산장을 지어놓고는 더위를 피했어요. 게다가 여러 건축물들도 지어놓았답니다. 청나라의 수도 연경도 신기했지만, 황제의 피서산장에서 보는 낯선 풍경도 꽤 신기했어요. 박지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적어두었답니다. 그 가운데는 까마득히 먼, 티베트에서 온 승려와의 만남도 실려 있어요. 조선은 유학자의 나라라 불교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선비가 승려와 만나는 일을 꽤 부끄럽게 생각했어요. 헌데 청나라의 황제가 존경하는 티베트 스님이니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사신 일행은 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행에서 고생한 일이며, 직접 보고 경험한 낯선 이웃 나라의 풍경, 길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사고, 청나라 황제의 피서산장의 풍경들까지 다양한 내용을 실었어요. 덕분에 이 글은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답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책을 대량으로 찍어내기는 어려웠어요. 조선의 인쇄술은 꽤 훌륭한 정도였지만 나라에서 중요한 책을 발간할 때에 사용되곤 했답니다. 박지원의 글은 사람들이 손에서 손으로 베껴 쓰면서 읽혔어요.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까닭에 널리 퍼졌답니다.


지금이야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이웃 나라, 낯선 나라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요. 유튜브만 보아도 다양한 여행 영상이 있답니다. 잘 찾아보면 방구석 세계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직접 경험한 것만큼 생생하지는 못할 거예요. 게다가 누군가의 입으로 소개되는 여행은 또 다른 재미를 전해줍니다. 훌륭한 여행기는 여러 생각할 거리도 함께 선물해준답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지금도 사랑받는 고전입니다. 이 책은 박지원의 눈으로 본 중국의 모습을 소개하며 또한 당시 박지원이 생각한 조선의 여러 모습도 엿볼 수 있답니다. 조선인으로 가지고 있던 답답함.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고민 등은 지금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선물해주고 있어요. 그러니 꼭 한번 <열하일기>를 직접 읽어봅시다. 한편 언젠가 박지원의 여행기를 따라 직접 열하에 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 [와파서당 : 역사여행]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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