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파서당 초한전쟁
果若人言
狡兔死良狗烹
高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我固當烹
과연 사람들이 하던 말과 같구나.
재빠른 토끼가 잡히면 훌륭한 사냥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사라지면 멋진 활을 숨기며,
적국을 깨트리면 빼어난 신하가 죽는다더니
천하가 이제 안정되었으니 나도 그렇게 되겠지
<사기 : 회음후열전>
유방 곁에는 빼어난 인물이 여럿 있었습니다. 꾀를 내는 데는 장량이 최고였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는 소하의 활약이 컸어요. 전쟁터에서는 한신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한신은 본래 항우의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항우는 한신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신은 항우를 떠나 유방을 찾아가요. 유방 밑에서라면 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러나 유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방도 한신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어요. 실망한 한신은 유방을 떠납니다. 고향으로 가야 할까. 고민하는 중에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돌아보니 소하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소하는 일찍이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를 유방에게 추천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신이 떠났다는 이야기에 소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한신을 좇아 말을 달려왔습니다.
사건은 이렇게 된 것이지만 유방에게는 영 다르게 소식이 전해집니다. 소하가 달아났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말을 타고 뒤도 안 돌아보고 재빨리 달아났다네요. 유방은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습니다. 소하는 젊은 시절부터 함께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던 인물이었는데, 그런 그가 자신을 버리다니.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하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유방은 너무 반가웠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소하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소하는 자신이 달아난 게 아니라 달아난 사람을 찾으러 간 것이라네요. 바로 한신이라는 인재를 놓칠 수 없어 그랬답니다.
소하가 돌아온 것에 매우 기뻤지만 유방은 소하의 말을 그리 믿지 않았어요. 한신이 뭐 대단하다고 그를 찾아 그렇게 서둘러 갈 필요가 있었나 싶었던 까닭입니다. 그래도 소하가 추천하니 그를 장군으로 앉히겠다 말합니다. 그러나 소하는 안 된다네요. 한신과 같은 인물을 그냥 평범한 장군으로 삼아서는 안 된답니다. 결국 유방은 소하의 말을 따라 한신을 대장군의 자리에 앉힙니다.
새로 대장군을 세운다는 소식이 유방의 부하들에게 전해집니다. 과연 누가 대장군이 될까. 저마다 기대감을 품었어요. 헌데 한신이라는 낯선 인물이 대장군이 되는 게 아니겠어요? 부하들은 저마다 불만을 품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인물을 대장군으로 삼았다며 너도나도 투덜거렸습니다. 그러나 그 불만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어요. 지금까지 한신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대장으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막상 대장이 되자 한신은 눈부신 활약을 펼칩니다.
유방은 항우를 맞아 매우 고전합니다. 항우의 막강한 군대를 맞아 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끝내 항우를 포위하고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한신의 활약이 컸습니다. 한신은 항우의 군대를 맞아 큰 공적을 세웁니다. 항우는 그런 한신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방과 항우, 그리고 한신 이렇게 셋이 천하를 나누어 갖자고. 한신의 모사도 항우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합니다. 그러나 한신은 고개를 저었어요. 자신을 인정해준 유방을 배신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한신의 활약으로 유방은 항우를 꺾고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꿈꾸던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유방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항우는 이제 죽고 사라졌지만 항우에 버금가는 인물이 여전히 살아 있었던 까닭입니다. 특히 한신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어요. 만약 한신이 딴마음을 품으면 어떻게 될까? 혹시 한신이 자신의 적이 되지 않을까 유방은 큰 걱정이었습니다. 유방은 한신에게만 의심을 품은 게 아니었어요. 소하도 장량도 모두 걱정이었습니다.
결국 유방은 꾀를 내어 한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웁니다.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거예요. 한신은 억울했습니다. 죄인이 되어 한신이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하던 말과 같구나. 재빠른 토끼가 잡히면 훌륭한 사냥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사라지면 멋진 활을 숨기며, 적국을 깨트리면 빼어난 신하가 죽는다더니. 천하가 이제 안정되었으니 나도 그렇게 되겠지." 여기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토끼를 잡고 나서는 사냥개마저 삶는다는 뜻입니다. 한때 쓸모 있었더라도 쓸모를 다 한 뒤에 사람을 내버린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항우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그의 모사가 한신에게 들려준 말이었어요. 기회를 보아 세력을 가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쓸모 없어 삶기는 사냥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지만 한신은 우물쭈물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신은 죄인이 되었다 풀려납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지위는 크게 낮아지고 말았어요. 한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토사구팽 당하며 지위가 낮아지기도 하고, 그 가운데는 목숨을 잃기도 했어요.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는 게 아닐까. 한 인물이 한신에게 함께 반란을 일으키자 말합니다. 한신은 그의 말이 솔깃했지만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궁궐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식을 듣습니다.
무슨 일일까. 궁궐에 가보니, 아뿔싸! 자신을 죽이기 위해 파놓은 함정이었어요. 그렇게 한신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습니다. 전쟁터가 아닌 궁궐에서 목숨을 잃어버려요. 우물쭈물 결심을 망설였던 한신. 만약 항우의 말에 따라 유방을 저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유방이 아닌 한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적어도 유방에게 큰 어려움을 주었을 거예요. 그러나 한신은 토사구팽의 고사처럼, 삶겨 죽는 사냥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와파서당 : 고사성어로 읽는 ‘초한전쟁' 교안입니다. 전체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zziracilab/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