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은 브런치에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차후 시간을 내어 나머지 글도 차근차근 정리할 예정입니다.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이전처럼 글 쓰는 공간으로 브런치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 최근 <검정 고무신> 작가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법리 다툼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림 작가가 충분히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많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수익 구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원저작자가 원하는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왕왕 있는 일이라 또 시큰둥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예전에 <구름빵> 작가도 그랬고, 조금은 다르지만 <아몬드> 작가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는 세대가 달라 <검정 고무신>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사랑했고, 그 작품의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작가의 수익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입니다. 작가가 생활고를 겪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데 큰 상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창작자에게 작품은 상품 이상의 무엇이니까요.
3. 제가 종종 찾는 커뮤니티에서는 '도서정가제'를 두고 시끌시끌 떠들썩합니다. 도서정가제가 결국 책값만 올려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투덜거릴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창작자와 출판사, 서점 등의 입장은 대체로 일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판 생태계를 위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책은 상품이지만, 그 가운데 창작자의 몫은 꽤 적습니다. 과연 적정 비율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 주변의 창작자,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며 창작자의 죽음에는 분노하면서, 창작자를 위한 몫에는 관심 없는 뜨끈뜨끈한 여론을 보면서 시큰둥하니 쓸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4. 여러 경로로 꽤 많은 글을 썼는데, 대부분은 재화를 낳는 노동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럴싸한 상품으로 꾸미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창작자로서 연구자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읽고 쓰는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공간으로 브런치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종종 읽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이도 있으나 가뭄 속의 이슬과도 같아 만날 때는 반갑지만, 또 금세 말라버립니다.
한 푼 두 푼이라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계획과 시도 역시 쉬이 약속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요즘 너무 쉽게 의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까닭입니다. 생각은 달리는데 손은 움직이지 않고, 시간을 흐르는데 마음은 바닥에 엉겨 붙어 있습니다.
5. 하여 적막과 고독에 대해 고민합니다. 예로부터 창작자들은 적막과 고독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던 이들이 적막과 고독 속에 한 땀 한 땀 흘린 분투를 감사하며 동경합니다.
글쓰기는 얼마간의 위악이며, 또 얼마간의 진솔함이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말을 찾아 문장을 엮어내는 작업인 까닭입니다.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단호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가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더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