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독회 #6

焚金闕董卓行兇 匿玉璽孫堅背約

by 기픈옹달

이 주의 주인공은 손견입니다. 스포(?!)일지 모르나 곧 퇴장하게 되는 비운의 인물입죠.


焚金闕董卓行兇 匿玉璽孫堅背約
In Razing the Capital, Dong Zhuo Commits Heinous Crimes;
By Concealing the Jade Seal, Sun Jian Betrays the Confederation


여기서 '金闕'은 궁궐을 이야기합니다. 후한의 수도인 낙양을 불태우고 전한의 수도 장안으로 천도하는 사건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편 황폐가 된 수도 낙양에서 손견은 옥새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 옥새 때문에 화를 입고 맙니다.




西頭一個漢 東頭一個漢
鹿走入長安 方可無斯難
There once was a Han in the west, And now there is one in the east.
If only the deer will flee to Chang’an, The world will again be at peace.


동탁의 모사 이유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동요 가사를 인용합니다. 과연 정말로 저런 노래가 당시 횡행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요.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래 가사는 별 것이 없습니다. 황석영역의 풀이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서쪽에도 하나이 한나라요 / 동쪽에도 하나의 한 나라라 / 사슴이 장안으로 들어가야만 / 바야흐로 어려운 일 사라지리라"


이유의 풀이인 즉, 서쪽의 한나라는 전한의 수도 장안을 가리킵니다. 고조 유방 이래로 12명의 황제가 장안에 수도를 두었다 합니다. 동쪽의 한나라는 후한의 수도 낙양을 가리킵니다. 광무제 이후 다시 12명의 황제가 낙양에 있었답니다. 정말 그런지는 세어보지 않았습니다. 실제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기 때문이지요. 12번의 사이클이 돌았으니 다시 장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유의 주장입니다.


오늘날 생각하면 이유의 주장은 터무니없기만 합니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의 시간관에서 생각하면 아주 허툰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하루가 24시간이라 생각하지만, 전통사회에서는 하루는 12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은 12달이고. 여기에 12지와 10간으로 이루어진 60갑자로 순환하는 우주를 살았습니다. 원문에는 '天運合回'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러한 순환적 세계는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이야기였습니다.


xian-china-city-wallpaper-768x480.jpg 아직도 남아 있는 장안성


이렇게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떠납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장안'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을 일컫는 말이었죠. 그래서 '장안의 화제'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답니다. 이 커다란 도시는 지금 시안(西安)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지금도 옛 수도의 장엄함을 일부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번 방문했는데, 당시에는 별 감흥 없이 훑어보고 말았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을 그랬어요.


장안은 예부터 동쪽의 군대를 방어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관문을 넘어야 장안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역사를 보면 동쪽에서 반란이 일어나도 장안은 무사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지리적 이점도 천도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지리적인 효과를 잘 살린 삼국지 게임을 해보면 장안을 함락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지요.




此玉是昔日卞和於荊山之下 見鳳凰棲於石上 載而進之楚文王
解之 果得玉 秦二十六年 令玉工琢為璽 李斯篆此八字於其上
Long ago Bian He spied a phoenix perched on a rock in the Jing Mountains. He presented the rock to the King of Chu.
They broke it open and found this jade.
In the twenty-sixth year of the Qin dynasty the First Emperor ordered a jade cutter to carve the seal;
and Li Si, the First Emperor's prime minister, personally inscribed those eight words in seal script on its bottom surface.


두번째 장면은 폐허가 된 낙양에서 손견이 옥새를 발견하는 현장입니다. 어느 밤 한 우물에 빛나는 광체가 서려 있어 찾아보니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 여인은 작은 주머니를 매고 있었는데 거기서 옥새가 나타납니다. 이것이 손견에 손에 들어오다니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1498397660829.png 역시 클 수록 좋은 겁니다. (응?)


손견의 장수, 정보의 말에 따르면 이 옥새는 초나라 변화卞和가 발견한 옥으로 만들었다 합니다. 변화가 발견한 옥이라는 뜻에서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산에서 옥돌을 발견한 화씨는 이를 초나라 임금에게 바칩니다. 고대 사회에서 옥은 단순한 보석을 넘어 성스러운 가치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옥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초왕은 반가운 마음으로 변화를 만납니다. 그러나 초왕이 보기에는 일반 돌과 별다를 바 없었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변화의 다리를 잘라버리지요. 다리가 잘린 변화는 그래도 옥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가치를 제대로 아는 임금을 만나, 돌 속에서 아름다운 옥을 꺼내게 됩니다. <한비자>에 실린 이 이야기는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의 비극적인 삶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화씨벽에는 다른 이야기도 하나 전해집니다. 초나라에서 발견된 옥은 이후 조나라 왕의 손에 들어갑니다. 이웃 조나라에서 화씨벽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진나라는 몇 개의 성과 화씨벽을 바꾸기로 제안합니다. 옥을 주고 성을 얻는 것이니 나쁜 거래가 아닐 수 있지만, 당시 진나라는 강했고 조나라는 약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옥을 빼앗기고 끝날 수 있었지요. 그렇다고 진나라의 제안을 듣지 않자니 이를 빌미로 전쟁을 벌일까 걱정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조정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이때 한 인물이 나서 옥을 들고 진나라로 가겠다고 합니다. 호기 좋게 진나라에 사신으로 간 그는 꾀를 내어 이 옥을 고스란히 조나라로 가져옵니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완벽귀조完璧歸趙', 오늘날 쓰는 '완벽'이라는 말의 출처입니다. 본디 완벽이란 ‘흠 없이 돌아온(完) 옥(璧)'을 가리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흠 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저는 이 사건의 주인공을 매우 좋아합니다. 홀로 강대국 진나라의 궁에 들어가 진왕을 골탕 먹이고 돌아온 이 인물의 이름은 '인상여'랍니다. 이 이야기는 <사기열전 : 염파인상여열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c39d6f640d0a51adddd413847965b3e1b84cfa3f6528f798a22b8cf3548d7ec3e51e52783416c671e2676113f02b869f966e356bf9e3c26e4ef916ab5740a27eeb637eda96359febaebfbd592eda48be.jpeg 손에 쥔 것이 화씨벽. 그런데 크기 차이가...;;


인상여에게 당한 진왕은 진소왕으로 진시황의 증조할아버지뻘 됩니다. 시간은 흘러 이번엔 진시황의 손에 이 화씨벽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시황 때에 화씨벽으로 옥새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당대의 명재상 이사가 여덟 글자를 새깁니다. '수명어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既壽永昌), 하늘에서 명을 받았으니 영원히 창대하리라' 그러나 진시황의 통일제국은 곧 멸망하고 맙니다. 따라서 정작 저 옥새가 가진 힘은 별 볼 일 없는 듯, 그런데도 옥새를 두고 저리 다투고 있으니...;;;


자꾸 게임을 예로 들어 그렇지만, 게임에서 옥새는 매력을 100으로 만들어주는 마성(!)의 아이템입니다. 천자의 상징이라는 것을 반영한 것이지요. 군웅들이 고만고만한 세력을 두고 다툴 때 이 옥새가 가진 상징적 힘은 대단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손견의 손에 들어갔으니, 다른 군웅들이 손견을 견제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堅指天為誓曰 吾若果得此寶 私自藏匿 異日不得善終 死於刀箭之下
Pointing to Heaven, Sun Jian declared,
"If I am concealing this treasure, may I die by sword or arrow."


소문은 퍼지기 마련인 법. 손견이 옥새를 손에 넣었다는 소문이 원소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반동탁 연합군의 수장인 원소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옥새를 손에 넣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에 옥새를 내놓으라며 손견을 압박하지요. 손건은 시치미를 떼고 모른척합니다. 자꾸 원소가 추궁하자 손견은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 만약 옥새를 가지고 숨기고 있다면 칼과 화살을 맞아 죽을 것이라고!


전통사회에서 맹세는 상호 간의 약속만 일컫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약속을 깨뜨릴 경우에 화를 입게 된다는 생각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무엇을 잃거나 빼앗기는 것을 넘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맹세였지요. 따라서 맹세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천자의 상징인 옥새를 손에 쥐고, 이를 숨기고 있는 손견. 거기에 맹세까지 더했으니 손견의 앞날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복선을 넘어, 분명한 예고라고 할만한 발언이지요. 그러나 손견의 최후는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강독회 자료 :: http://naver.me/x91cg20E

삼국지 강독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책방 온지곤지에서 있습니다. (중간참여 가능)
http://cafe.naver.com/ozgz/947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국을 사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