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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도깨비 상권.

동네 카페를 시작한 것이 2017년 1월이니깐 햇수로 5년 차다. 2017년에는 열심히 공방과 카페를 운영했다. 2018년에 재출혈 때문에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고, 2019년에는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장사를 못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5년 중에 제대로 카페를 오픈한 기간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직 우리 카페를 모르는 동네분들이 많다. 여전히 언제 오픈했냐고 물어보시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아내와 나도 체감상 올해 새로이 오픈한 느낌이 든다. 

 

늘 나의 건강상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카페에 신경을 거의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 분위기나 손님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우리 카페 주변은 평균 연령이 특히 높다. 어르신들께서 많이 거주하시고 계셔서 거리가 굉장히 조용하다. 도무지 상권이라고 볼 수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 부부가 여기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는 다음 편에 써보려 한다. 이렇다 보니 오시는 분들은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올해 4월은 유난히 날씨가 다이나믹하다. 겨울을 제외한 3 계절이 뒤죽박죽인 느낌이다.

유난히 햇빛이 쨍한 좋은 날이다. 바깥세상의 유혹이 최고조다. 그렇다면 우리 카페에도 손님들이 오겠구나~ 아내가 오픈 전부터 부지런을 떤다. 디저트도 잔뜩 구워놓고 원두의 상태를 살피고 카페 청소에도 열을 올린다. 나름 햇빛 맛집이라고 단골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있으니 기대해본다. 

그런데 웬일인지 파리 한 마리 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대부분 핫하다는 다른 동네로 향했더라. 바리스타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를 보니 핫한 곳의 카페들은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화창한 날씨가 쓰다.

 

어떤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을씨년스럽다. 춥진 않지만 왠지 스산한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라테 한잔이 생각나는 날씨지! 따뜻한 커피에는 달달한 디저트가 빠질 수 없지! 오늘도 아내는 열심히 디저트를 구워댄다.

오늘도 파리 한 마리 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집에서조차 나오기 싫은 날씨였던 것이다. 동네에는 정말 죽은 도시처럼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 바리스타 커뮤니티에는 동네 카페들의 쓰디쓴 후기들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적당한 구름이 강렬한 햇빛을 가려주고 공기는 상쾌하니 기분 좋은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멀리 나가기보다는 동네 마실 다니기 참으로 좋을 것 같다. 마실 나오는 손님들을 기대해본다……

역시나 손님이 없다. 다들 가성비 좋은 메X커피나 백X방에서 테이크 아웃해서 공원으로 향하더라…… 

 

우리 카페에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손님이 없다……

 

우리 카페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매출이 올랐지만 마이너스에서 조금 오른 게 오른 건가?? 평소의 반도 되지 않는 매출이다. 여전히 힘들지만 유난히 얼어붙은 동네상권에 아내와 나의 한숨이 많았던 4월이다. 아내의 왼쪽 가슴에 검이 꽂혀있는 것이 보인다. 손님만이 뽑아줄 수 있는 검. 코로나가 끝나고 저 검을 뽑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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