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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모기도 잡지 못하나!

나의 최종학력은 제품 디자인 석사이다. 디자인 공부를 하다 보면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펭! 하고 코를 풀면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나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컨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그냥 평범한 아이디어들이 대부분이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어놓는 이들이 있다. 공대를 졸업한 디자인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능력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세상에는 자신의 정신병이나 장애를 예술로 승화하여 거장이 된 예술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쿠사마 야요이는 물방울 같은 점박이들이 보이는 환각을 예술작품에 투영시켰다. 자신의 정신병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했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얻어서 낮에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밤에는 병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공감각이라는 특이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공감각이란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소리를 볼 수 있고 색깔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사물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인가! 마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슈퍼히어로 같지 않은가! 특이한 감각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한때 장애에 대한 로망이 생기기도 했다.  

 

2014년 뇌수술 후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가 생겼다. 모든 것이 겹쳐서 빙빙 돈다. 드디어 나에게도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것인가! 는 무슨 개뿔…… 그냥 어지럽다. 새로운 아이디어건 시각이건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어지러울 뿐이다. 지금의 나의 세상은 겹쳐져있고 빙빙 돌고 있다. 처음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겹쳐 보이다 보니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들이 많다. 그중 가장 으뜸은…… 모기들이다. 겹쳐 보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왼손이 정확성이 떨어지다 보니 양손을 정확히 맞대어 치지 못한다. 가끔씩 그 모습을 보고 아내가 웃기도 한다. 초점이 이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허우적거리며 손바닥을 헛치는 모습이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할 것 같다.

 

장애에 대한 로망이라니……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의 결과물만 보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다니……그들이 극복한 치열한 삶은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과거의 대학원생 나에게 꾸지람을 보낸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날파리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모기들도 행동을 시작하겠지. 조롱하듯이 내 앞을 왔다 갔다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분하다. 그들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아야겠다. 현명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겠다. 전기 파리채를 정확하게 휘두르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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