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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I Say No!

그림 수업도 하시나요?

나는 항공대 항공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공대생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클레이아트를 하는 공방지기이다. 그림은 주로 샤프나 유화 색연필로 인물화를 그린다. 종종 지인분들이나 손님들이 인물화 수업도 하시냐고 물어보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공방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는 그림을 잘 그리니 당연히 수업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다. 난 어쩌다가 인물화를 그리게 된 거지??

난 교육을 통해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꼬꼬마 때 갖고 싶은 변신로봇을 종이에 그려서 가위로 오려 가지고 놀았던 것이 나의 그림의 시작이다. 멋진 로봇은 왜 그리 많은지…… 그리고 색종이 접기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질리도록 해보라고 밤새도록 시킨 적이 있는데 밤새도록 너무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비율, 형태에 대한 이해력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학원은 5학년 때인지 6학년 때인지 방학 때 취미로 2~3개월 정도 다니면서 각면 아그리빠를 그려본 것이 배움의 끝이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을 그리고 싶어서 쎄씨(ceci) 같은 여성 패션잡지를 사서 무작정 보고 그린 것이 인물화의 시작이었다. 그냥 무식하게 연예인 사진만 보고 그렸다. 당시에는 유명한 연예인의 사진을 구매할 수 있었다. 난 핑클의 이진 팬이었다. 이진을 똑같이 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나의 인물화 실력을 키워준 것은 팔 할이 이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친구들의 부탁으로 그들의 여친을 그리면서 보정이 잘된 연예인의 사진을 그리는 것과 일반인의 사진을 그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 고등학생 때 학우들의 여친들이 나의 인물화 실력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주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오로지 샤프나 연필로 인물화만 그릴 수 있다. 주변에서는 그림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잘 그린다며 천재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칭찬에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방 카페를 준비하면서 인물화 수업을 하려고 하니 가르칠 수 있는 게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고 무작정 그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님들의 수업을 들어 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과정이다. 고작 선 연습이나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때 그림 그리는 것이 뭐가 어렵냐며 정도를 걸어온 작가들을 우습게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고작 공방에서 그림 취미활동수업도 절절매면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내는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해보자고 했다. 나는 그 아내의 용기를 흡수하여 나만의 수업과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시험 삼아 가르쳐 보기로 했다.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 그림 좀 그린다고 깝죽대지 말자.

두 번째가 크게 깨달은 것이다.

둘! 가족끼리는 뭐 배우고 가르치는 거 아니다.

나의 인물화 커리큘럼은 아내의 미완성의 오드리 헵번과 함께 묻혀버렸다. 그리고 공방에서는 수업이 아니라 주말마다 인물화 스터디를 운영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않는다. 그림 수업 문의하는 그들에게 확고하게 이야기한다.

“학원에 가세요. 다~이유가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