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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꼬맹이의 위로.

우리 카페의 디저트는 아내가 직접 100%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매달 디저트의 종류가 바뀐다.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번 달에는 나오지 않는 디저트를 찾는 손님들이 더러 생긴다. 그래서 이번 달에 나오지 않는 디저트는 최소 수량 이상의 예약주문을 받아서 직접 수령할 수 있게 해 드린다. 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예약주문을 받지는 못한다. 어찌 보면 손님을 가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하다. 그렇게 주문을 해주시는 분들은 아내의 디저트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되는 천편일률적인 디저트와는 다르다며 알아주시는데 어찌 더 마음이 가지 않겠는가~ 우리도 사람인데~~

 

그날은 아내의 디저트를 사랑하시는 손님들 중 한 분이 지인들과 함께 카페에 놀러 오셔서 정말 거하게 돈을 쓰고 가신 날이었다. 카페 한 켠에는 내가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 냉장고 자석들이 비치되어 판매하고 있었다. 그날 그분께서 몇 개의 냉장고 자석들을 사시면서 아들이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는데 클레이로 제작이 가능하냐고 문의를 하셨다. 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자세한 말씀은 하지 않으셔서 그냥 물어보시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겼다. 

 

며칠이 지나고 그분께서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다시 자동차 제작을 문의하셨다. 아들이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자동차 그림도 그린다며 보여주셨는데 초등학교 1학년의 그림에서 자동차에 대한 넘실거리는 애정이 느껴졌다. 비율이나 구도가 맞는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자동차의 디테일이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마치 어렸을 때 변신로봇을 좋아해서 그림을 그려 잘라서 가지고 놀던 나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는 듯했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공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며 못하게 하셨다. 그래서일까? 반드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 꼬맹이는 현대의 아이오닉 5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생일이라며 간곡히 부탁을 해오셨다. 나는 즉시 모든 일들을 멈추고 아이오닉 5를 만들기 시작했다. 꼭 그 아이를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실 클레이의 특성상 복합 곡면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아이오닉 5라는 특정 자동차이기 때문에 그 모델만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을 살려야 했다. 제품 디자인 석사의 경험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핑크색 스티로폼으로 대충의 자동차 형태를 깎아 만들고 그 위에 클레이로 자동차의 디테일을 표현하면 될 것 같았다. 

 

꼬박 2일 하고 반나절이 걸렸다. 근래 작업했던 작업들 중 가장 집중했던 일이었다. 오로지 사진을 보고 만들어야 했기에 눈대중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비율이나 특징이 애매해 보였다. 완성사진을 보내드리니 너무 만족해하시며 연신 감사인사를 보내셨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가 좋아할지가 걱정이었다. 

 

갑자기 오늘 저녁에 카페에 오신다고 연락이 오셨다. 원래 생일 당일에 수령하셔서 서프라이즈로 짜잔~하며 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셨는지 기다리시지 못하고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줬는데 너무 좋아해서 오늘 오신다는 것이었다. 저녁 9시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이면 김주부가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해서 고기 양념도 재어놓고 채소도 씻어야 하고 준비할 것이 많다. 안타깝지만 내가 직접 건네주는 것은 안될 것 같다. 

 

저녁 9시가 되고 나는 계획대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분들이 왔다 가셨고 아내가 정리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와서 아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썰을 풀어놓는다. 꼬맹이가 커서 나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집에서는 내내 흥분하며 노래를 부르며 좋아했다고 부모님들이 연신 감사인사를 아내에게 톡으로 보낸다.

아~뭔가 뭉클한다.

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어린 날에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며 온갖 설움을 받았던 나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들이 가족들에게는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어 평생 봉합되지 않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상처가 완전히 낫진 않겠지만 유독 지금 먹는 고기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아내가 한우++이라서 그렇다고 하는군……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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