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배려에 대하여.

아내는 키가 작고 뼈대도 조그마하다. 손도 작고 발도 작다. 그래서 쉽게 물건을 떨어트리고 넘어지기도 한다. 고무장갑이나 겨울에 끼는 장갑도 성인용은 잘 맞지 않는다. 신발도 아동용을 신기도 한다.

 

특히 주방에서 아내의 불편함은 극대화된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까치발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보통 주방의 싱크볼이 있는 상판의 깊이가 60cm인데 우리는 넓게 쓰고 싶어서 70cm로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깊이 놓여있는 물건들을 잡을 때 불편해한다. 특히 상부장을 사용할 때 손이 닿지 않아서 항상 의자에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의 용기들이 아내의 손에는 커서 가벼운 용기도 잡고 있기 힘들어한다.

 

뇌출혈로 인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후 모든 집안일과 카페 운영을 아내 혼자서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누워서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특히 아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물건을 꺼내야 할 때는 혹시나 넘어지거나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다. 아내는 평지에서도 잘 넘어지니깐…… 쪼꼬만 한 게~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 나의 시선이 감시의 눈초리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억울하다!! 나는 혹시나 다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봤던 것인데 감시라니!! 흥~췟!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신혼 초부터 아내는 나의 눈치를 많이 살폈다.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집에 먼지가 보이면 인상을 쓰고 화난 표정으로 말없이 내가 닦아내곤 했었다. 속으로 짜증도 났으니 표정이 드러났겠지. 난시가 심한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성질만 내세웠다. 

 

그게 버릇이 되어서 일까? 아내는 항상 나의 눈치를 본다. 그러니 내가 빤히 보고 있는 것이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거짓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한 것일까? 

 

나의 결론은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배려하는 마음도 상대방이 배려라고 느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면 전달하는 방법이나 말들이 적절했는지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그저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기분 나빠한다면 그건 그저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싫어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상대를 위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란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아내가 이야기해주었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시선은 옳지 않았다. 쏴리~

 

요즘 아내가 다이어트를 한다. 카페 마감하고 나서 남은 디저트들을 아내와 내가 먹어서 없애는데 코로나 때문에 요즘 남는 디저트들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방들이 삼겹 오겹 늘어나고 있다. 나는 원래 척추염 때문에 운동을 매일 하다 보니 유지가 되고 있지만 아내는 서서히 조금씩 살이 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음식도 가려 먹으려 한다. 사실 아내는 먹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아내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간다. 나의 배려심 가득한 사랑을 보여줄 기회다. 며칠 동안 운동도 열심히 했고 식단도 잘 지켰으니 치팅데이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입장에서 먼저 이야기하기 민망할지도 모른다. 좋다! 오늘은 아내가 좋아하는 선홍빛 고기를 내가 먹고 싶은 척 먹자고 졸라봐야겠다. 우리 나이에는 먹으면서 운동해야 한다고~ 이것이 찐 배려 찐 사랑이지~~~ 홍홍홍


작가의 이전글 꼬맹이의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