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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환상 속에 사는 나.

나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환상이 있다. 복시는 세상이 겹쳐 보이는 환상을 가져다주었고 안면마비는 마치 심하게 맞아서 감각이 없는 듯한 구타의 환상을 느끼게 해 주었다. 또 걸을 때마다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환상 때문에 절뚝거리면서 걷는다. 이런 환상들 중 으뜸이 바로 통증에 대한 환상이다.

 

오른쪽 몸 전체적으로 신경통증이 있다. 실제로 다치지 않았는데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통증이냐면 아마 화상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뜨거운 주전자나 냄비에 데이면 느껴지는 통증과 유사하다. 군대에서 가벼운 동상에 걸렸을 때에도 비슷한 통증을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맞는 신경안정제를 찾아서 통증의 70% 정도는 조절이 되고 있다. 아침, 저녁에 두 번 약을 먹는데 만약 약을 먹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통증이 심해진다. 마치 꺼진 불씨가 되살아 나듯이 안쪽에서부터 통증이 번진다. 그래서 밥은 빼먹어도 약은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한번 더 먹는 게 낫다. 

 

뭔가 차가운 것이 닿으면 더 아프게 느껴진다. 미지근한 물은 그나마 괜찮지만 차가운 물이 튀면 상처에 소금이 닿는 듯한 느낌이다.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샤워시간이다. 사람이 씻고는 살아야 하니깐. 보일러를 작동시켜도 처음부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몸에 튀는 물방울이 불똥같이 느껴진다. 나에게 맞는 신경안정제 약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샤워하는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항상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면서 샤워를 했다. 

 

때를 미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치 사포로 생살을 갈아내는 느낌이랄까? 지금도 때 미는 것은 너무 겁이 난다. 그래도 무릎이나 팔꿈치는 해야 한다. 뽀얗게 각질 꽃이 만개하면 마치 꽃가루 날리듯 각질 가루들이 날린다. 좀 치욕스럽다……

 

제대로 앉거나 누워있기도 힘들었다. 오른쪽 엉덩이에 뭔가가 닿으면 아파서 의자나 침대 모서리에 왼쪽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있거나 왼쪽 몸을 바닥에 두고 누워야 했다. 허리가 너무 불편했다. 약을 먹고 나서 통증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나서 바닥에 양쪽 엉덩이를 철퍼덕 대고 앉았는데 너무 행복하고 편했다. 너무 좋았는지 앉은 채로 그대로 잠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오른쪽 몸 전체를 바닥에 대고 누울 순 있지만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아직 아프다.  

 

언제까지 환상 속에 사로잡혀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환상들 때문에 나는 아직 혼자 갇혀있다. 언젠가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환상들이 다 깨졌으면 좋겠다. 

환상을 깨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구나….

어느덧 팔꿈치에 꽃이 피고 있구나~

내일은 팔꿈치에 핀 하이얀 꽃을 제거해야겠다. 날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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