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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너 하니 아니야~

달리고 싶다......

임시휴일을 4일 동안 가졌다. 코로나로 손님도 거의 없기도 하고 마침 카페 정리도 해야 해서 정기휴일에 2일을 붙여서 4일의 임시휴일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공방에 잡동사니들이 많이 쌓여있다. 아내는 자신이 정리를 해야 하니 나에게 2층에서 내려오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4일간의 사육 생활 시작이다. 휴일에는 괜히 집안일을 하기 싫어지고 바깥의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4일 동안 온갖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정말 자고 먹고 TV보기만 반복했다.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날씨 때문인지 몸이 너무 피곤하고 잠만 계속 왔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뭔가 하다가 응급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예전에 재출혈이 되었을 때도 그러했기에 더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4일이 지나고 아내는 공방을 말끔히 정리했다.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공방지기의 역할을 해야겠다. 뭔가 오랜만에 작업하려니 좀 설레는 기분이다. 클레이를 잡고 핸들링을 하는데 뭔가 힘이 든다. 손가락이 저린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숨도 찬다. 익숙한 느낌이다. 이것은 살이 찐 것이다…….

 

홀딱 벗고 전신 거울을 보니 어느새 배둘레햄이 생겨있다. 왠지 손가락도 살이 찐 것 같다. 비상이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살이 찌면 안 된다. 아내에게 살이 쪄서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선언한다. 오전 운동과 저녁 산책을 하기로 했다. 저녁 산책은 아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카페 마감 후 저녁을 먹고 10시쯤 산책을 나섰다. 더울 것 같아서 일부러 좀 늦게 나왔는데 저녁 공기가 제법 상쾌하다. 입추가 지나니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고 가을의 향기가 손끝을 스쳐 지나간다. 

 

산책하기 좋은 근린공원으로 향한다. 공원까지 가는 길이 넓고 평지가 많아서 걷기 좋다. 다만 좀 많이 걸어야 한다. 아마 공원 입구만 찍고 돌아와야 할 것 같다. ㅎㅎㅎ 사람이 많이 없는 길에서는 아내의 도움 없이 혼자 걷는 연습을 한다. 술 취한 사람이 일자로 걸어 보려고 애쓰는 것처럼 이리저리 뒤뚱뒤뚱 어기적거리며 걷는다.

 

탁! 허억~ 탁! 허억~ 탁! 허억~

 

일정한 발구름 소리와 숨 넘어가는 소리가 뒤에서 다가온다. 마스크를 쓰고 조깅을 하시는 어르신이다. 마스크를 쓰고 뜀박질을 하면 정말 힘이 들지…… 일정한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간다. 순식간에 저 앞으로 사라진다. 그리 빨리 뛰진 않으셨는데 지금의 나의 걸음마에 비하면 우싸인 볼트다.

 

……달리고 싶다……

 

한때 10km는 거뜬히 뛰었는데…… 

한참 운동할 때 거의 매일 새벽에 6km를 뛰고 오후에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헬스장에서 8km 뜀박질을 했었다. 척추염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뜀박질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처음 2km는 정말 힘들다. 조금 힘들다 싶을 정도로 2km를 견뎌내면 그다음부터는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신들린 것처럼 뛴다. 앞사람을 제치면 그 쾌감도 좋다. 보폭을 최대한 벌리고 마치 사슴이 뛰는 것처럼 2km 정도를 뛴다. 그리고 속도를 줄인다. 그다음부터가 신기하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끝없이 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멍하니 맑아진다. 이때 너무 많이 뛰면 안 된다. 다음날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2~4km 정도만 천천히 뛴다. 평일에는 한 번에 6~8km를 뛰는 게 좋더라. 주말에는 한 번씩 10~12km 정도를 뛰곤 했다.

 

……달리고 싶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온몸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뛰고 샤워하고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침대에 누우면…… 내 몸이 슬라임이 된 듯이 힘이 추욱 빠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편안함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그때의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달리고 싶다…..                   

 

소박한 것들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만약 더 나빠진다면 지금 산책하는 순간도 큰 아쉬움이 되겠지…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욕심내지 않아야겠다. 조금 걸을 수 있다고 경 고망 동하지 말자. 얼른 아내의 팔을 잡는다. 조바심과 욕심이 꾸물꾸물 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넌 하니가 아니다~ 건방지게 달릴 생각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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